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마지막 친서를 교환했습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22일) 오전 브리핑에서 친서 교환 사실을 밝혔고, 이에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오늘 새벽 같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제 보낸 친서에서 남북대화가 희망한 데까지 이르지 못한 데 아쉬움을 표하면서 "아쉬운 순간들과 벅찬 기억이 교차하지만 김 총비서와 손을 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남북미 대화 중단 및 북한의 무력 도발 사태 등과 관련해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 북미 대화도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도발을 자제할 것을 북한에 당부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문 대통령은 "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 김 총비서도 한반도 평화의 대의를 갖고 남북 대화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판문점선언, 평양선언, 9·19 군사합의가 통일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남북의 노력이 한반도 평화의 동력으로 되살아날 것을 믿고 기다리겠다"며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지만 언제 어디서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음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하루 만인 어제 저녁 답신을 보내 "희망한 곳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역사적 합의와 선언을 내놓았다"며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또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제껏 기울여온 노력을 바탕으로 남과 북이 정성을 쏟으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애쓴 문 대통령의 고뇌와 수고를 높이 평가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문 대통령을 잊지 않고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 정상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면서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통일,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국민의 한 사람 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역할이 있다면 하시지 않겠나"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친서 교환에 대해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대화는 깊은 신뢰 속에 이뤄진 것으로,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북한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
남북 정상은 김 총비서가 2018년 2월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요청하는 친서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수시로 친서를 교환해왔습니다.
지난 2019년 북미 간 '하노이 노딜', 2020년 6월 북한의 일방적인 통신선 차단으로 남북 간 대화가 사실상 끊긴 와중에도 남북 정상은 친서 소통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필요한 때에 필요한 내용의 친서는 교환을 해왔다고 이해해달라"며 공개된 것 외에 친서가 더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번 친서에 담긴 내용은 브리핑에서 대부분 공개했다면서 더 추가적인 논의가 오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주범 / 편집 : 정용희 / 제작 : D콘텐츠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