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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30 남심(男心) 농락…소개팅 앱 '허위 계정' 사건

[취재파일] 2030 남심(男心) 농락…소개팅 앱 '허위 계정' 사건

2030 인기 소개팅 앱, 이성을 만나는 방법은?

 
이성을 연결해주는 앱이 있습니다. '소개팅 앱'이라고 불립니다. 대부분 회원 가입은 무료입니다. 가입할 때는 자신의 일부 신상을 공개해야 합니다. 얼굴 사진 공개는 필수이고, 이밖에 키, 학력, 직업 등을 써서 냅니다.

박찬범 취파 이미지

소개팅 앱 업체는 여러 회원들의 신상을 확보합니다. 이때부터 앱마다 저마다 방식으로 이성을 연결해줍니다. 각 회원이 이성을 선택할 기회를 주기도 하고, 무작위로 노출된 이성 회원에게 메시지를 보낼 기회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한 앱의 경우는 매일 16명의 이성을 소개해줍니다. 그리고 2명씩 짝지어 1명을 선택하게끔 합니다. 이런 식으로 8명, 4명, 2명씩 줄여나간 뒤 마지막 한 명의 이성을 최종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소개팅 앱 업체, 수익 창출은 어떻게?

 
소개팅 업체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대부분 '사이버머니'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앱에서만 쓸 수 있는 재화입니다. 사이버머니 한 개당 100~150원꼴에 판매됩니다. 회원들은 이 사이버머니를 구매하면, 더 많은 이성을 소개받고 메시지를 보낼 기회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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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는 가입 회원들이 더 많은 사이버머니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게 당연합니다. 일단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회원이 등록돼 있어야 하고, 또 이성간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처럼 보여야 할 것입니다.

① 넘지 말아야 할 선, 성비 조작

한 업체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습니다. 유령 회원을 만든 것입니다. 국내 소개팅 앱은 남성 회원 가입 비율이 여성 회원 가입 비율보다 높습니다. A 앱의 경우는 성비 격차가 심합니다. 30~34대 회원 가입자 성비는 크게는 9(남) 대 1(여) 수준까지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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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회원이 그만큼 소개받거나 대화를 걸 수 있는 여성 회원이 상대적으로 적기 마련입니다. 앱에서 사이버머니를 구매할 동기부여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업체는 이때 이른바 '가짜 계정'을 생성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여성 회원 계정을 허위로 만든 것입니다.

해당 업체서 근무했던 전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직원들이 동원됐다고 합니다. 이들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 허위 계정을 넘겨받고, 허위 여성 계정으로 앱상에서 게시들을 작성했습니다. 이를 모르는 남성 회원들은 허위 계정을 쓴 여성 회원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대화를 신청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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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넘지 말아야 할 선, 타이완 여성 사진 도용

계정을 만들려면 사진을 필수록 등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허위 여성 사진은 어디서 가져왔을까요? 타이완에서 가져왔습니다. 해당 업체는 타이완에서도 이러한 소개팅 앱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여성 회원 사진을 무단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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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서도 해당 앱을 가입할 때 사진을 필수로 등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 개인정보보호 서약을 맺습니다. 업체는 제공받은 사진을 용도 외 목적으로 쓰지 않겠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타이완 여성 사진이 한국 여성 사진인 것처럼 도용됐던 것입니다.

허위 계정은 얼마나 될까?

 
전 직원을 통해 제공받은 내부 자료와 진술, 그리고 업체 측 해명을 토대로 계산해봤습니다.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A 앱은 허위 여성 회원 계정이 212개 존재하고, 이 가운데 78건이 실제로 허위 글 작성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직원은 동원된 직원이 10명이 넘고, 하루에 최소 5건씩 작성을 했다고 증언합니다. 이들이 평일에 20일만 근무를 했다고 계산하면 한 달 기준 약 1천 건의 허위 글이 올라갔습니다. 남성 회원들은 이러한 글에 댓글을 달고 경우에 따라 호감을 표시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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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앱에서는 허위 계정으로 남성 회원들 상대로 호감 표시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B 앱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호감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내부 업무 자료를 보면, 직원 9명이 각자 5개의 계정으로 160명 호감 표시를 보내라고 지시를 받습니다. 지시대로 다 했다고 하면 하루에 남성 회원에게 7,200번(9X5X160) 거짓 호감을 보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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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회원에게는 자신에게 호감 표시를 한 여성 회원 프로필이 노출됩니다. 남성 회원은 허위 계정인지도 모르고 사이버머니를 결제해 대화 혹은 메시지를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해당 업체는 또 소위 '테스트' 한다는 명목으로 남성 회원이 여성 회원의 호감 표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도용된 여성 사진은 얼마나 될까?

 
전 직원은 허위 계정의 여성 사진은 대부분이 대만 여성 사진이었다고 증언합니다. 이럴 경우 업체 측이 200개 넘는 계정에서 사진이 도용된 것입니다. 한 계정 당 2~3장의 사진을 올리는 만큼 도용된 사진 장수는 최소 400개가 넘게 됩니다.
 

업체, 무슨 처벌을 받게 될까?

 
형법상 사기죄(형법 347조)에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업체가 여성 허위 계정을 통해 남성 회원을 의도적으로 유인한 만큼 '기망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여성 사진을 무단 도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18조 1항)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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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는 또 허위 계정을 토대로 홍보를 하고, 더 많은 남성 회원을 유인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법(21조 1항 1호)과 표시광고법(3조 1항 1호)를 위반했다고 보는 법조계 시각도 있습니다.
 

직장갑질119, 국민권익위원회서 공익신고

 
소개팅 앱 업체의 이러한 성비 조작 논란은 전 직원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전 직원은 직장갑질119에 자료를 넘겼고, 이곳 법률 스텝인 권호현 변호사의 도움으로 신고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권익위는 해당 자료 검토를 마치면,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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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체 "일종의 '테스트 계정'…마케팅 영역"

 
해당 업체는 마케팅 차원에서 '테스트 계정'을 일시적으로 운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타이완 여성의 사진이 일부 사용된 것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테스트 계정은 말 그대로 테스트일 뿐 수익을 창출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남성 회원들이 직원들이 사용한 계정에 속아 결제한 피해 금액 규모는 당장 추산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결제를 한 남성 회원만 피해자라고 볼 순 없습니다. 결제를 하지 않았더라도, 실존하지 않는 여성 회원 계정에 속아 시간을 소비하고 마음(?)을 준 남성 회원들도 모두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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