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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술핵과 ICBM이 무엇이길래…얼어붙는 봄

[취재파일] 전술핵과 ICBM이 무엇이길래…얼어붙는 봄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직선 아닌 곡선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시험 발사합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문자메시지를 작성해 발사 사실부터 언론에 공지합니다. 언론은 기사를 작성합니다. 기사가 출고됩니다. 그런데 대다수는 미사일을 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정된 시간 안에 미사일에 관심을 둘 만큼 여유가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 쐈어?", " 얘네 왜 또 이러느냐"라는 정도의 반응과 함께 술자리의 안줏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핵 실험을 해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한동훈 검사 법무장관 후보자 지명' 관련 뉴스가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또는 핵 실험 이슈를 잠식할 정도입니다. 왜 그럴까요.
 

"설마 쏘겠어?"…전술핵이면 얘기 달라져

우선 북한이 우리를 향해 각종 거친 언사를 내던지고 미사일 시험 발사로 도발한다고 한들 일상이 된 공격적 협박에 내성이나 면역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양치기 소년이 된 북한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탓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짜 쏘면 같이 자멸하는 건데, 남쪽으로 미사일 안 쏘겠지'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한몫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형화 된 핵이 탑재된 미사일이라면 얘기가 약간 달라집니다. 상대적으로 국지적 도발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전술핵의 경우에도 국지적 도발 이후 전면전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전술핵 운용을 꺼내 들고 나와 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남조선 동무들, 이번엔 진짜로 다칠 수 있다'는 투로 엄포를 놓는 것입니다. 설마가 아니라 진짜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술핵이 무엇인지 전략핵의 개념과 비교하며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전략핵의 경우, 거시적‧국제적 차원에서 미국과 일본 등을 견제하고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자기 방어적 수단의 성격이 짙습니다. 실제로 전략핵을 쓴다면 막대한 피해가 잇따르는 만큼 쉽사리 사용하기 힘든 일종의 '최후 수단'입니다. 가령,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투하된 핵무기가 전략핵입니다( 폭발력 = 20kt. 1kt는 TNT 1000t의 폭발력).

반면 전술핵은 전략핵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적습니다. 그만큼 실제 배치해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단, 전략핵과 전술핵 구분이 명확치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군 관계자는 "전략핵과 전술핵의 구분은 상대적"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전술핵인 것이 한반도 입장에서는 전략핵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무튼 전술핵은 거칠게 말해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 투하할 가능성이 보다 높은, 국지도발 목적이 강한 무기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실제로 야전 부대에 전술핵 탑재 무기를 배치한다면 핵무기에 대한 중앙 통제력이 일선 부대로 넘어가는 셈이라 우발적 위협 우려가 커질 수도 있다"라며 "'서울 불바다' 수준이 아니라 서울과 경기 일대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김정은 참관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전술핵 보유하고 있을까

군은 조만간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것으로 관측합니다. 북한이 지난 16일 발사와 관련해 전술핵 운용을 시사한 만큼 조만간 다가 올 추가 도발은 맞닿아 있는 남쪽을 향한 직접적인 위협과 직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먼 미국보다는 가까운 한국을 겨냥한 '대남 메시지' 성격이 보다 강하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북한의 장사정포나 방사포에 대해서는 우리 군이 요격 가능한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궤도가 변칙적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특히 전술핵까지 탑재한다면 요격이 어려울 뿐 아니라 피해도 막대하게 커질 수 있습니다.

북한은 실제로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한국과 미국 군당국은 자체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전술핵을 보유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과 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북한이 지난 16일 신형유도무기를 발사하며 전술핵 운용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운용 방식 등에 대한 언급은 부족했습니다. 때문에 이건 알맹이 없는 광고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이번에 북한이 언급한 전술핵 운용은 수사적인 선전 수단에 불과하다. 큰 의미가 있는 태양절에 겨우 저 정도 무기를 공개한 것을 보면 막대한 비용 등으로 기술 개발이 난관에 봉착했을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군 내부에서도 북한이 단시간에 핵 소형화에 성공했을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는 25일로 예상되는 북한 열병식에서 북한이 핵을 탑재한 신형 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일 북한의 발표(주장)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군 관계자는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해 놓고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태도, 즉 기만전술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북한이 공개한 무기 내부에 무엇이 들어있는지가 중요하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평양

전술핵과 ICBM…다시 얼어붙는 한반도의 봄

북한이 전술핵 운용을 언급한 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완성 여부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ICBM 완성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돈과 시간이 더 필요한 데다, ICBM 완성이 폭발력을 가지려면 핵탄두와 결합하는 기술도 필요한데 아직 대기권 재진입 여부와 다탄두 탑재 기술은 현재 진행형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ICBM에만 매달리기보다 보유하고 있는 핵 관련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할 것입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무기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결론, 즉 전술핵 카드를 내미는 게 대남·대미 협상력을 높이게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재래식 무기와 전술핵을 들고 나와 대남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무기의 열세를 핵으로 뛰어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 도발 때마다 우리 정치권과 당국에서 '도발을 멈추라'라고 외치는 구호는 '집값을 잡아라'라는 구호 마냥 공허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구호를 생략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잘 아시다시피 궁극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반세기 넘도록 생존을 위해 다른 국가를 위협해왔고 이러한 긴장 조성을 자신들의 협상 카드로 활용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그들의 외교적 실리만을 따져 그저 일시적으로 도발을 멈춰 왔습니다. 한반도 평화는 중요합니다. 평화를 지향하며 정책을 펼치고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다만, 일시적으로 평화롭지 않다고 해서 한반도가 불행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한반도는 그저 구조적으로 '얼어붙었다, 다시 녹았다'를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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