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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재활용 불가능' 마스크 포장재 만들어도 문제없다

'1매 1포장' 마스크
최근 환경 분야에서 마스크 포장재가 화제입니다. 마스크는 코로나19 이후 '1매 1포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포장재 폐기물도 많습니다. 마스크 포장재는 대부분 비닐류입니다. 포장재 뒷면에도 분리배출 표시 마크가 있습니다. PP 등 단일재질로 만들어졌거나, 복합재질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로 OTHER 표기돼 있습니다.

박찬범 취파 그림1

마스크 포장재, 그리고 시민들
아파트 분리수거 현장 몇 곳을 가봤습니다. 비닐류 수거함을 살펴봤습니다. 마스크 포장재가 섞여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민들은 포장재가 비닐류인 만큼 분리수거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닐류 포장재는 선별 작업 등을 거쳐 재활용 수순을 밟게 됩니다.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박찬범 취파 그림2

마스크 포장재, 그리고 업체들
마스크 생산업체 역시 대부분 비닐류 포장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버려진 비닐 포장재는 열분해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재생에너지로 사용됩니다. 일부 업체는 한 발 더 나아가 재활용률이 보다 높은 종이 포장재를 개발해 쓰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포장재 생산 단가는 더 높아지긴 하지만, 업체가 환경적 요소를 고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약외품 마스크
마스크를 만드는 업체,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시민들 모두 각자 위치에서 할 일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KF94, KF80, KF-AD 마스크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상품과 다른 범주로 묶여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포장재 생산 과정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습니다.

박찬범 취파 그림3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18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살펴보겠습니다. 18조에는 재활용 대상 제품과 포장재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한마디로 제품이나 포장재를 만들 때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만들라는 겁니다.

의약품도 예외는 아닙니다. 18조 1항 마목에는 약사법에 따른 의약품 및 의약외품도 재활용 의무 대상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예외 항목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병 제품이 아닌 것으로서 30밀리리터 이하 또는 30그램 이하인 제품 중 살충살균제를 제외한 제품'은 재활용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의약외품 마스크 대부분이 이 예외조항에 해당합니다.

박찬범 취파 그림4

'1매 1포장' 마스크, 내용물 30g 이하
시중에 판매되는 의약외품 마스크를 회사별로 30개 구매했습니다. 무게를 달아봤습니다. 29개 제품 마스크가 내용물과 포장재를 합쳐도 무게가 30g이 넘지 않습니다. 나머지 1개 마스크도 포장재 하나에 마스크 10매가 들어있다 보니까 30g 넘어간 경우입니다.

박찬범 취파 그림5

29개 마스크는 이 시행령에 따라 포장재를 만들 때 재활용 의무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마스크 생산업자는 포장재를 어떠한 재질로 만들어도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기존 생산업체들은 이미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류 포장재를 만드니까 당장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EPR 분담금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최근 이러한 시행령이 존재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합니다. 이때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즉 EPR 제도가 얽히게 됩니다. EPR은 유리병, 캔, 비닐 등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재활용 비용을 분담하도록 정한 정책입니다.

생산 업체가 재활용의무 대상인 제품의 포장재를 만들면 소정의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업체는 한국환경공단에 부과금을 내거나, 한국포장재 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분담금을 냅니다. 대부분 후자의 경우를 따릅니다. 공제조합은 이 분담금을 다시 한국자원순환유통센터로 넘깁니다. 유통센터는 이 돈으로 재활용업체에 지원금을 보내줍니다.

박찬범 취파 그림6

분담금은 업체가 분기별로 정산합니다. 매년 분담금 단가는 kg 단위로 정해집니다. 지난해 기준 비닐류를 포함한 복합재질의 경우 1kg 당 348원의 분담금이 책정됐습니다.

"분담금 돌려줘"
EPR 분담금은 재활용의무 대상 제품‧포장재를 만드는 업체의 경우만 해당됩니다. 의무대상 제품이 아니라면 분담금을 낼 이유도 없습니다. 이 점을 알아챈 일부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분담금을 돌려달라고 포장재공제조합에 요청했습니다.

포장재공재조합은 관리기관인 한국환경공단에 문의했습니다. 환경공단도 시행령을 검토한 결과 분담금을 환불해줘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환경공단 담당 부서 관계자는 시행령에 나온 내용에 반해서 조치할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10~20개 업체, 분담금 환불 수순
포장재공제조합은 최근 환경공단의 유권해석에 따라 환불 금액 산정을 시작했습니다. 약 20개 정도 업체가 환불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환불 규모는 1억 원 미만 수준으로 많지는 않습니다.

재활용 필요 없는 포장재, 업계 전망은?
마스크 생산업체는 이제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재를 만들어도 문제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만들어질 포장재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재활용포장재생산 전문 업체에 문의해봤습니다. 기존보다 저렴한 포장재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오히려 디자인 등 외형에 치중한 포장재가 난립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박찬범 취파 그림7

업체는 재활용 부담을 덜어낸 만큼 과대 포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소비자 이목을 끌기 위해 화려하고 거추장스러운 포장재 생산이 염려됩니다. 내용물은 30g 미만 마스크 1매인데, 포장재는 불필요하게 커질 수 있습니다.

시민의식 못 따라가는 시행령
이번 해프닝은 관련법이 시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현장에서는 정작 마스크 포장재 재활용을 위한 노력을 하는데,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이 정작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시행령 보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마스크 포장재가 EPR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대로 두면 제도와 현장 간의 괴리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재활용 업체가 분리수거 돼 넘어온 마스크 포장재를 아무리 재활용해도, EPR 분담금에서 파생된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박찬범 취파 그림 8

환경부 등 관련기관 대처도 아쉽습니다. 코로나가 2020년 국내에 유입된 뒤 마스크는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한때 마스크 대란도 벌어졌습니다. 마스크는 3년째 필수품이 됐습니다. 마스크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적어도 실내 마스크 착용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늘어나는 마스크 포장재 폐기물에 대한 고민은 그동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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