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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항공업 기지개 켠다는데…거리에서 맞은 685일째 아침

'코로나19 정리해고 1호' 아시아나케이오 기내청소노동자

[취재파일] 항공업 기지개 켠다는데…거리에서 맞은 685일째 아침
김계월 씨를 만난 건 2년 전 봄이었습니다. 마스크 쓰기가 조금씩 익숙해지던 2020년 5월, 김 씨는 회사의 무기한 무급휴직 방침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료 7명과 함께 해고됐습니다. 정부가 대량 해고를 막겠다며 각종 고용 유지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아시아나케이오 기내 청소 노동자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코로나19 정리해고 1호 해고자'로 불렸던 이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6명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습니다. 회사가 해고를 피하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고, 해고 대상자 역시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완강했습니다. 이들을 복직시키는 대신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에서도 부당해고라며 해고노동자 손을 재차 들어줬습니다. 회사는 그래도 굽히지 않았습니다. '해고자들이 복직한 당일 퇴사한다'는 교섭안을 들고 왔습니다. 해고자들이 거부하자 복직 대신 9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고 버티던 회사는 결국 항소했습니다. 그렇게 길어진 싸움이 두 해를 넘겼습니다.
  

'단 하나의 일자리라도 지키겠다'는 정부 약속은 어디로?

 
인천에서 만나 인터뷰한 이후 거의 2년 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김 씨는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2년 동안 잘 싸워 온 것 같은데, 최근에는 이상할 정도로 많이 아팠다고 했습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벌인지 685일째,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함께하던 이들 몇몇은 떠나갔습니다. 정년을 맞았고, 생계의 위협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남은 해고자는 이제 세 명. 그 중 한 명은 이미 정년이 지났고, 한 명은 내일이면 정년을 맞습니다. 김 씨도 내년 10월이면 정년이 됩니다. 김 씨는 "회사가 계속 시간을 끌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희원 취파
 
그동안 뜨지 못했던 비행기는 다시 날기 시작했습니다. 항공권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공항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무급휴직 상태로 있던 기내청소노동자 대부분은 일터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계월 씨에겐 아무 연락도 없었습니다. 김 씨를 비롯한 해고자들의 박탈감이 더 큰 이유입니다. 법이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는데도 달라진 것 하나 없는 현실이 서러웠습니다. 무엇보다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했습니다.
 

내일이면 또 한 명의 해고자 정년…누가 이들 손 잡아줄까

 
아시아나케이오는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금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재하청업체입니다. 익숙한 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역시나 가장 약한 고리인 이들이 부당하게 잘려나갔습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해고된 이들이 다시 뜨는 비행기를 보면서 묻습니다. "왜 우리를 다시 고용하지 않느냐고". 미루지 말고 이제는 회사가 답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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