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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와대를 떠나려 할까? 대통령 집무실 필수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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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밖으로 집무실을 옮기려는 시도, 윤석열 당선인이 처음은 아닙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집무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임기 동안 지키지 못했고, 대신 인왕산과 청와대 인근 도로를 국민에게 개방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경호와 비용 문제 등으로 중단했습니다. 대신 서울청사와 과천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신행정수도 건설과 함께 집무실 충청권 이전을 추진했지만,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무산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청사 별관에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화문 집무실'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경호·비용 문제로 청와대에 남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도 광화문 시대를 공약하고 광화문 근처를 새 집무실 후보로 우선 고려했지만 경호 문제와 시민 불편 등을 이유로 용산을 택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선됐다 하면 나오려 한 청와대, 이유가 뭘까요?

[김영욱 /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건축적으로 봤을 때 (청와대는) 권력의 정점이에요. (지금의 청와대 구조를 만든) 노태우 정권이 군사주의 잔재의 마지막인데, 이 앞에 경복궁이 있고 그 다음에 조선시대 때 육조 거리가 있고, 지금의 세종대로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조선시대 때부터 가장 권위적인 축이죠, 경복궁이. 그 축이 이어지는 정점에 (청와대) 본관이 있었던 거죠."

'탈권위주의'를 대통령이 행동으로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다른 나라 정상들의 집무실에 비해 폐쇄적인 내부 구조도 이유로 꼽혀왔습니다.

[김영욱 /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
"건물에서 공간 구조가 사람들의 소통의 정도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청와대 집무실은) 직접 붙어있는 실들이 없어요. 대통령을 만나려고 그러면 계단을 올라가야 돼요. 또 방향을 틀어서 이제 집무실 비서실을 통해서 집무실로 가는 거죠. 그래서 이런 공간 구조 자체가 접근성을 굉장히 떨어뜨리는 거죠."

새 집무실의 모델로도 거론되는 미국 백악관의 사례를 볼까요? 백악관은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를 중심으로 동쪽의 이스트윙과
서쪽의 웨스트윙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이스트윙은 주로 영부인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고, 웨스트윙이 국정 운영의 심장입니다.

[김영욱 /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
"사실은 전체 백악관에서 보면 (대통령 집무실이) 끝에 있어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소통의 중심 공간이 되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문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통령 집무실에 있는 4개의 문이 상징적입니다.

[김영욱 /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
"가장 중심이 되는 축, 회의실을 거쳐서 로비를 거쳐서 이 축을 따라서 문이 하나 열려져 있고요. 이 문이 결국은 굉장히 사용도가 높은 루즈벨트룸에서, 회의실이 되겠고요. 또 하나는 말 그대로 우리도 국무회의를 하게 되는데 국무회의실로 통하는 문이 있습니다. 오벌 오피스(집무실)는 항상 개방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조용히 구상하는 거는 그런 환경은 안 되죠. 그렇기 때문에 이제 서재가 안쪽에 있고. 그다음에 또 기자회견, 뉴스를 보면 야외에서 기자회견을 많이 하는데 거기가 이제 로즈가든이거든요. 비록 구석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그런 기능들이 대통령 집무실을 중심으로 (4개의) 문으로 연결돼 있다."

사무실이 아닌 복도도 소통의 강도가 높은 게 특징입니다.

[김영욱 /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
"비공식적으로 오가다가, 화장실 가다가, 커피 마시러 가다가, 부지불식간에 사람이 많이 자주 마주치게 되면 그만큼 편한 관계가 형성이 돼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 보시면 백악관은 이 다니는 복도가 (소통 강도가 높다는 의미의) 붉은색이에요."

이런 다른 나라의 사례를 눈여겨보고 의사소통이 활발할 수 있게 공간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추진 과정에서 국민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는 점.

[김영욱 /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
"(대통령 집무실의) 실질적인 주인은 이제 (주권자인) 국민들인 거죠. 저도 가르칠 때도 학생들한테 집주인이 누구냐, 집주인의, 그 사람의 의식 구조와 생각과 문화적인 특성 이런 것들을 잘 파악해라, 이렇게 늘 가르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용산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용산으로 할 경우 다양한 주체들 다양한 전문가들 또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서 좀 열린 구조로 논의하는 그런 기간이 필요한 거죠."

김영욱 교수는 또 현 청와대 구조를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집무실 이전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김영욱 /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개인적으로는 이 (청와대) 본관을, 권력의 정점에 있는 본관을 시민들한테 돌려주자. 오히려 본관과 관저를 돌려주고, 대통령은 이 아래 공간으로 내려오는 게 훨씬 더 역사적인 맥락에서도 맞지 않나. 본관과 관저를 돌려주면 시민들이 이렇게 다니겠죠. 그러면 대통령이 집무하는 공간은 그 (시민들) 안에 있는 거죠."

업무 활동과 여가 생활, 대규모 집회시위가 함께 벌어지는 광화문에 비해 국민과의 점접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김영욱 /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
"용산, 그러면 미군, 국방부, 합참, 이래서 굉장히 권위적인 공간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보안이 센 공간. 이 이미지라는 게 바꾸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걸 바꾸려고 그러면 주변의 토지 이용에서부터 길의 조성,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런 도시를 만드는 거는 도시를 개선하는 거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도시적인 차원에서 대통령이 집무하는 인근 지역의 도시 공간을 어떻게 만들 거냐, 이 부분까지 고민이 돼야 시민들과 소통, 시민들과 접점이 일어날 거예요."

전문가들은 정치 공방에만 매몰되지 말고 보다 효과적인 집무실 구성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치밀하게 설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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