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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실패는 왜 반복되는가

[취재파일] 실패는 왜 반복되는가
남이 한 실패를 그대로 반복하는 건 우리는 다를 것이라는 자만감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의 현실은 과거의 사례와 다르다는 현실에 대한 의도적 회피, 그에 따른 집단 최면이 반복된 실패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전략 부재가 자리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로 개편한 건 한 달여만의 데자뷔였다. 지난해 11월 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거쳤던 전철을 그대로, 아니 더 크게 답습했다.

이준석, 김종인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건 다른 아닌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됐다. 최근 윤 후보와 결별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는 앞서 실무형 선대위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머드 선대위에 속했던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본부 간 칸막이가 높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윤 후보와 가까운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외면했다. 선대위 개편 이후의 민주당이 30여 명의 대변인단을 꾸린 것에 비해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단은 한자리 숫자라는 걸 강조하며 "뭐가 매머드라는 거냐"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솔직한 고백 또한 있었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후보가 여의도에 뿌리가 없다 보니 현역 의원들을 모두 선대위에 포함시키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원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선대위를 매머드로 키웠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처럼 윤 후보도 당내 결속력에 자신이 없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선대위 총사퇴

위기의 윤석열, 대선 전략 있나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대위 구성과 관련한 실패는 왜 반복됐을까.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 (측)의 전략을 '반문 빅텐트'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이건 사실 전략이 아니었다. '압도적 정권 교체'라는 윤 후보 목표의 동어 반복에 지나지 않았다.

선대위 규모를 키운 것, 새시대준비위원회라는 별도 조직을 둔 것도 대선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반문 빅텐트'를 위한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는 될 수 있겠지만, 명확한 전략이 없다 보니 별도 조직의 역할은 제대로 부여되지 않았다. '보수층은 어차피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테니, 중도 공략에 집중한다'거나 '서울·수도권 집중 공략' 같은 뻔한 전략도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힘 선대위 차원에서 논의됐다는 이야기는 과문하지만 들어보지 못했다.

이런 측면에서 문제 제기의 방식이나 화법과는 별개로 "선대위에 대전략, 소전략 등이 없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비판은 옳다. 전략이 없으면 의레 반복되는 건 익숙한 과거 방식의 반복이다. 윤 후보 (측)이 선대위 규모를 키운 것, 특히 불과 한 달여 전 민주당의 실패를 반복한 건, 크면 좋을 것이라는 식의 전략 부재의 결과다.

'여성가족부 폐지

'이대남 전략', 윤석열의 대선 전략인가


이준석 대표와의 2번 불화 끝에 갈등을 봉합한 윤석열 후보는 이제 대선 전략이 명확히 세웠을까. 그전에 윤 후보보다 한 달 앞서 실패를 경험했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의 전략은 '대장동은 생각하지 마', '부동산은 생각하지 마', '문재인 정부는 생각하지 마' 인 것으로 보인다. 후보에게 부정적일 수 있는 이슈를 국민들이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겠다는 듯, 쉴 새 없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탈모 공약'처럼 기존에서는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 때문에 쉽게 내세울 수 없었던 정책도 소환되고 있는데, 전략의 호불호, 개별 정책의 타당성을 떠나 '대전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준석 대표와 화해한 윤 후보의 '현재' 전략은 '2030 남성 표심 총 공략(이하 이대남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점잖은 표현으로는 이준석 대표의 지론인 '세대포위론'이 윤 후보의 '현재' '대전략'인 셈이다. 느닷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를 페이스북에 내건 것은 대전략 달성을 위한 소전략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치 참여 선언 이후 6개월간, 윤 후보가 쏟아낸 말이 적지 않다. 현재 '대전략'으로 추정되는 '이대남 전략'이 반복해 강조해 왔던 '압도적 정권교체'라는 목표와 부합할까. 혹은 목표가 바뀐 것일까.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던 지난해 10월 공약과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윤 후보가 직면하고 있는 질문들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전략 아래 후보의 개인기가 더해진 민주당


하지만, 전략이 분명히 섰다면 답변이 어려운 질문들은 아니다. 경선 기간부터 지금까지 쏟아낸 말 때문에 '말빚'을 진 건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용의 적절성이나 찬반 여부를 떠나 이 후보 (측)이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공약이 아닌 공약 후보",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 "오늘 재판 있었나" 등의 발언으로 예봉을 피해 나갔던 건, '현란한 언변'이라는 이 후보의 개인기와 함께 '부정적 이슈 피하기'라는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도 포섭 전략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나간 지금, 윤 후보는 현재 이준석 대표의 전략을 채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전략을 온전히 채택한 것은 또 아닌 듯 보인다. 윤 후보는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030을 목표로 정해서 그들의 표심을 얻겠다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이런 답변은 '이대남 전략'을 공식화할 경우, 다른 성별과 연령층을 소외시킬 수 있기에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다만, 윤 후보가 '이대남 전략'을 온전히 채택한 것인지는 의문스러운 대답이었다. 혹 '이대남 전략'이 윤 후보의 전략이 아니라면 윤 후보의 대선 전략은 뭔가.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는 대선 전략이 뭐냐는 질문에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은 신선하지만 노련한 정치인을 원한다. '정치 신인'임을 자처하는 윤석열 후보에게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기대다. 당연히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살리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하겠지만, 이런 목표 달성은 공고한 전략 아래 채택된 다수의 소전략이 있어서 실현 가능하다. '이대남 전략'은 숱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어떤 전략이든 전략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다. 최근 2달여간 경험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측)는 분명한 대선 전략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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