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이 장기간 굶기고 방치한 엄마 · 외할머니…재판부가 한 말

다섯 살에 불과한 아동을 약 1년 반 동안 학대해 심각한 영양결핍과 성장 부진 상태에 빠지게 한 친엄마와 외할머니가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선처를 호소한 피고인들에게 독일의 교육 사상가 프뢰벨의 말을 인용해 범행을 꾸짖으며 검찰 구형량보다 무거운 형을 내렸습니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오늘(29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54세 안 모 씨와 28세 이 모 씨에게 각 징역 4년 6개월과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습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씨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 후 그 자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그 누구보다도 피해 아동의 건강, 행복, 안전을 지켜주며, 피해 아동에게 선한 영향을 미쳐야 할 사람들임에도 피해 아동에게 유언을 강요하며 욕설하고, 혹독한 말을 해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독일의 교육 사상가 프뢰벨의 말을 인용하며 "'어린이는 5세까지 그 일생 동안 배우는 모든 것을 익혀버린다'라고 말했다"며 "그 말을 떠나서라도 부모나 조부모의 언행이 그 보호 아래 있는 어린 자녀나 손자의 심리, 자아, 인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에는 반론이 없다"고 꾸짖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사람이 견디기 힘든 열악한 상황에 있었다고 해서 그 보호 아래에 있는 어린 아동에 대한 위해나 학대 등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선처는 어렵다는 뜻을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안 씨에게 징역 4년을, 이 씨에게 징역 2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보다 6개월 높은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두 사람은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세 A 양이 바지를 입은 채로 소변을 보는 등 말썽을 부린다는 이유로 굶기고, 영양결핍과 성장 부진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A 양이 말썽을 피운다는 이유로, 친할머니 집에 간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잠을 재우지 않는 등 학대했습니다.

안 씨의 학대 행위가 있을 때마다 엄마 이 씨는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등 두 사람은 오랜 기간 A 양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된 A 양은 또래 아이들보다 5㎏가량 적은, 두 살배기 아이들의 평균인 10㎏에 불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