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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카불의 비극…탈출 인파에 공항서 2살 아기 압사

멈추지 않는 카불의 비극…탈출 인파에 공항서 2살 아기 압사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비극적인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탈레반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인파가 몰려 아수라장이 된 카불 공항에서는 2살 아기가 압사하는 사고까지 벌어졌습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오전 카불의 한 미국 회사에서 통역사로 일했던 한 여성은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공항 게이트를 향하는 무리에 합류했습니다.

남편과 2살 딸, 장애를 가진 부모, 세 명의 자매, 조카와 함께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불어난 인파에 치인 가족 모두 땅바닥에 넘어졌다고 이 여성은 밝혔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발길에 머리를 차이던 그는 겨우 일어난 뒤 딸부터 찾았으나, 군중의 발에 짓밟힌 아기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그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로지 공포만을 느꼈다"면서 "난 딸을 구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식으로 죽느니 차라리 여기서 명예롭게 죽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남은 가족이 공항에 다시 갈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군과 서방 구호단체에서 통역사로 일한 39살 아프간 남성은 최근 탈레반으로부터 "너를 죽이겠다"라는 전화를 받고 카불 시내에서 숨어지낸다며 "점점 희망을 잃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전직 미군 통역사는 "'동맹을 대피시킬 것'이라는 말만 하는 미국 정부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탈출은 불가능하다"라며 "아이들이 밟혀 죽을 수도 있다. 아이를 잃은 뒤 미국이 새로운 세상을 준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아프간 정부를 위해 일했거나 과거 탈레반을 비판했던 언론인들도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아프간 동부 쿠나르의 한 언론인은 과거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추적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탈레반이 내 동료들을 죽였던 것처럼 이제 나와 내 가족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현지 언론인도 NYT에 "희망이 사라졌다.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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