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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올림픽 코앞 도쿄, '5차 유행'에 비상…'무관중' 가나?

[월드리포트] 올림픽 코앞 도쿄, '5차 유행'에 비상…'무관중' 가나?
도쿄올림픽이 오늘(30일)로 2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쿄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가 어제로 열흘 연속, 1주일 전 같은 요일과 대비해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6월 20일 일요일에 376명으로 1주일 전인 13일의 304명을 넘은 데 이어 열흘 동안 적게는 20여 명, 많게는 150명씩(26일)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이번 증가세는 지난 20일 해제된 코로나 긴급사태 선언 이후 계속되고 있어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제5파'라고 부르는 이른바 '5차 유행'이 도쿄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는 도쿄 등 10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긴급사태 바로 전 단계인 '만연방지조치'가 발령돼 있습니다. 만연방지조치는 일본 정부가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음식점과 다중이용시설의 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올해 초 코로나를 염두에 둔 감염병 특별조치법으로 긴급사태 아래 신설한 제도입니다. 도쿄도(都)의 경우는 만연방지조치 발령에 따라 음식점의 경우 오후 8시까지만 영업하도록 요청하고, 주류는 2인 이하의 그룹에 한해 오후 7시까지만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길 경우 최대 20만 엔(약 210만 원)의 과태료를 음식점에 부과할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만연방지조치가 적용되면서 다시 신규 감염자가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두 달 동안 긴급사태를 겪은 뒤라 도쿄 주요 도심의 유동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고, 제한적이지만 주류 소비도 가능해지면서 감염 증가세는 쉽게 잡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에 전염성이 높은 '델타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를 대체하는 경향도 뚜렷해 전문가들의 '5차 유행' 경고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올림픽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감염 상황이 다시 악화하면서 일본 정부는 당초 7월 11일까지였던 도쿄의 만연방지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도쿄도 측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오늘 자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만연방지조치를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 연장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2주를 연장하더라도 도쿄올림픽 개회식(7월 23일)은 만연방지조치가 발령된 상황에서 열리게 됩니다.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긴급조치를 해제하고 만연방지조치로 올림픽 전까지 감염세를 잡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당초 의도였지만, 당면한 감염 확산 때문에 만연방지조치조차 해제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서 관심이 가는 게 지난 21일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도쿄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5자 협의에서 결정된 도쿄올림픽의 관중 규모입니다. 경기장 수용 인원의 50% 안에서 최대 1만 명의 관중을 수용하기로 한 결정인데요, 이때 만약 올림픽 기간에 도쿄에 긴급사태나 만연방지조치가 발령된 상황일 경우 무관중을 포함해서 추가로 논의를 하겠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와 도쿄도의 논의대로 도쿄에 적어도 2주 이상의 만연방지조치 연장이 결정될 경우 '경기장 수용 인원 50%, 최대 1만 명'이라는 도쿄올림픽의 관중 규모도 재조정될 수 있는 겁니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그리고 육상, 축구 종목이 진행될 도쿄 신국립경기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 여론은 여전히 '무관중'

도쿄신문이 도쿄MX TV, JX통신사와 26, 27일 이틀간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도쿄도 유권자 1천7명 대상 전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8%가 관객을 수용하는 올림픽 개최로 감염이 확대하는 것에 불안을 느낀다고 대답했습니다.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는 답변은 12.2%에 그쳤습니다. 올림픽 개최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였는데도 여전히 올림픽 취소를 바라는 여론이 42.4%에 달했습니다. 그만큼 도쿄 주민들의 여론은 "감염 확대가 불안하니 올림픽을 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쪽이 우세합니다. 이미 외국 선수단들이 일본에 들어오기 시작한 상황이라 차마 취소할 수 없다면, 적어도 '무관중'으로 하라는 목소리도 큽니다.

일본 스가 총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 일본 정부는 '눈치'

일본 언론들은 도쿄올림픽의 관중 수용 결정에 스가 총리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산케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지난 15일 마루카와 다마요 올림픽 담당 장관과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과 협의에서 '최대 1만 명 수용'을 제안했습니다. 코로나 담당 부처인 후생노동성을 중심으로 '1만 명은 너무 많으니 5천 명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했지만, 스가 총리가 긴급사태와 만연방지조치의 해제까지 염두에 두고 '1만 명 카드'를 내밀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도쿄 감염자가 감소세를 보이던 보름 전에 비해 지금 상황은 확실히 나빠졌으니 만약에 만연방지조치의 연장이 유력해진다면 스가 총리도 '1만 명'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후생노동성 안에서는 '이런 상황이라면 무관중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 내에서도 올림픽 관중 수용 규모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셈입니다.

3. 변수는 '입장권'…그리고?

지난 21일 도쿄올림픽의 관중 규모가 '최대 1만 명'으로 결정되면서 도쿄조직위원회는 이미 판매한 입장권 가운데 인원 제한에 따라 경기장 입장이 불가능한 91만 장을 환불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효 입장권의 숫자를 줄이기 위한 '재추첨' 결과를 다음 달 6일 오전에 공식 판매 사이트에 공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재추첨은 적어도 5일 이전에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1만 명' 기준에 맞춘 재추첨이기 때문에 관중 규모가 여기서 다시 줄어들게 되면 나중에 또다시 추첨을 해야 할 가능성도 생기게 됩니다. 조직위 측에서는 (하기도 싫은) 재추첨을 여러 번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 재추첨 실시 전에 아예 관중 규모를 정하자는 움직임이 앞으로 2~3일 사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이라면 적어도 2주 이상의 만연방지조치 연장이 불가피하고, 연장이 결정되면 '1만 명'이라는 규모도 줄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따라서 스가 총리가 고집을 꺾고 만연방지조치하에서의 스포츠 경기장 입장 상한인 '5천 명'으로 올림픽 관중 규모도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이에 따라 재추첨을 실시하든가, 아니면 아예 선제적으로 '무관중'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결정하든 21일에 결정된 '1만 명'을 이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고이케 도쿄도지사입니다. 고이케 도지사는 오늘(30일) 오전에 1주일에 걸친 '휴양'을 끝내고 도정에 복귀했습니다. 지난번 취재파일[ ▶보러가기]에서 예측한 대로 도쿄도의회 선거(7월 4일)을 앞두고 선거운동 기간 막판에 복귀한 셈입니다. 도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지사가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 퍼스트 회'의 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복귀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관심인데요, 이 시점에 고이케 지사가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게 바로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도쿄도의 코로나 대책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도쿄도의 여론을 감안하면 고이케 지사가 일본 정부보다 먼저 '무관중 개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내부에서 관중 규모를 통일시키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어찌보면 고이케 지사에게는 '결단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고이케 지사는 일단 공식 업무를 '온라인'으로 보겠다고 했지만, 올림픽 관중 규모에 대해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낼지 많은 사람들이 시선이 고이케 지사의 입에 쏠리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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