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는 지난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3대 0 완패를 당했습니다.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한 알렉스의 부재에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3차전까지 2승 1패로 앞서 이날 4차전을 이기면 홈에서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 5차전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신영철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알렉스를 칭찬했습니다. 그는 "우리카드를 이끌면서 아가메즈, 펠리페, 알렉스 등 3명의 외국인 선수를 거쳤다"고 운을 뗀 뒤 "동물로 비유하자면 아가메즈는 아나콘다다. 능구렁이 같다. 펠리페는 코뿔소처럼 저돌적인 성향"이라고 전했다. 이어 알렉스는 "섬세한 살모사"라고 칭했습니다. 신 감독은 "그만큼 배구를 섬세하게 소리 없이 잘한다. 이야기를 들은 알렉스의 반응도 좋았다"고 웃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신 감독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알렉스가 복통을 호소하며 1세트부터 교체됐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을 취재석에서 지켜본 취재진은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습니다. 구단 관계자가 코칭 스태프에 알렉스의 상태를 물어봤지만 정확한 병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알렉스가 화장실을 계속 찾았다는 목격담에 몸 상태가 이상이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16일 "알렉스의 병명은 일각에서 알려진 장염이나 노로바이러스는 아니었다"라며 "먹은 것이 체해서 메스껍고 느끼하다고 하더라. 본인은 괜찮아질 거라 생각해 경기 전까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죽과 국물 음식을 먹으면서 체증을 없애려고 노력 중이다. 몸 상태가 빨리 회복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카드에서 알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말 그대로 절대적입니다. 우리카드는 알렉스가 빠진 4차전에서 팀 공격 성공률이 43.53%에 그쳤습니다. 3차전 62.69%보다 20% 가까이 떨어진 수치입니다. 나경복 홀로 고군분투했지만, 정지석과 요스바니, 임동혁까지 가세한 대한항공의 화력이 더 강했습니다. 1∼3차전에서 총 76점을 올린 주포 알렉스의 공백을 한상정이 메우긴 역부족이었습니다.
알렉스는 16일 팀 훈련에 참가해 컨디션을 조율했습니다. 우리카드는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가 크기 때문에 알렉스의 결장은 치명적입니다. 알렉스가 건강을 회복해 5차전에서 뛸 수 있다면 4차전을 뛰지 않아 체력을 아낀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걸로 보입니다. 반대로 5차전마저 뛸 수 없게 된다면 우리카드가 그토록 바라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알렉스의 회복에 우리카드의 명운이 걸려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