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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 정부 강타한 '접대' 의혹…의회 답변에 '분통'

원동력 잃어가는 '스가표 개혁'…성공할까?

[월드리포트] 일본 정부 강타한 '접대' 의혹…의회 답변에 '분통'
지난 2월 초, 일본의 유력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의 특종 보도로 알려진 '접대' 파문 기억하실 겁니다. 스가 총리의 장남 세이고 씨가 다니는 위성방송 기업 '도호쿠신샤(東北新社)'가 일본 정부 총무성의 고위 간부들에게 도쿄의 최고급 식당에서 접대를 하고 택시 탑승권과 선물까지 챙겨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접대를 받은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은 사건입니다. ▶ [월드리포트] 스가 '장남 접대' 파문 일파만파…화살은 다시 스가에게?

스가 총리 장남의 공무원 접대 의혹을 보도한 주간지 슈칸분슌 기사

총무성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차기 총무성 차관이 유력하던 다니와키 총무심의관이 공무원 윤리규정 위반으로 경질되면서 오늘(16일) 사퇴했습니다. 또, 다니와키를 포함해 접대를 받았던 과장급 이상 고위 공직자 11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스가 총리가 발탁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야마다 마키코 내각 홍보관도 총무심의관 시절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야마다 내각 홍보관의 경우 2019년 11월 6일 도호쿠신샤 측과의 회식이 1인당 7만 4230엔, 우리 돈으로 80만 원에 육박하는 고액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최고급 쇠고기인 '와규(和牛)' 스테이크와 해산물 메뉴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리 그래도 한 끼 식사로는 지나친 금액입니다. 결국 야마다 씨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들며 입원까지 했지만 더 이상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직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간지 슈칸분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특종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3월 초, 이번에는 일본 최대의 통신기업 NTT의 총무성 접대 의혹을 보도한 겁니다. NTT는 앞서 접대 파문을 불러일으킨 도호쿠신샤에 비해 기업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압도적인 일본 굴지의 기업입니다. 슈칸분슌의 후속 보도는 3월 4일에 있었는데, 여기에 도호쿠신샤와의 접대 회식 문제로 경질된 다니와키 전 총무심의관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다니와키 씨가 2018년부터 지난해에 걸쳐 NTT 사와다 준 사장 등으로부터 세 차례 접대를 받았고, 전액을 NTT 측이 부담했다는 겁니다. 접대를 받은 금액은 세 차례 모두 합해 17만 엔, 우리 돈 200만 원에 가깝고, 회식 장소도 NTT 계열사가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고 슈칸분슌은 폭로했습니다. 슈칸분슌은 NTT 접대 의혹 보도가 도호쿠신샤 접대로 세상이 시끄러워진 뒤 NTT 측에서 받은 '익명'의 제보로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도호쿠신샤는 위성방송 사업권의 허가 갱신기간이 임박하자 인허가권을 가진 총무성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 새로 드러난 NTT의 총무성 접대 역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총무성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1985년에 민영화된 NTT는 정부가 30%의 주식을 보유하고, NTT법을 통해 옛 전신전화공사 시절의 시장 우위를 부당하게 휘두르지 않도록 하는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사업 계획과 임원 선임에 총무성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휴대전화 계열사인 NTT도코모의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도 총무성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총무성에 잘 보이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라서 NTT와 총무성의 유착 실태는 예전부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상황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자민당 노다 세이코 의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최대급 기업답게 NTT의 총무성 접대는 최고위급에 집중됐습니다. 지금은 자민당 간사장 대행으로 당 중역을 맡고 있는 노다 세이코(野田聖子)의원이 총무상 시절이었던 2017년과 2018년에 NTT도코모의 다치카와 전 사장, 무라오 NTT 서일본 사장과 회식을 했고, 2019년과 2020년에는 다케다 료타 현 총무상의 바로 전임이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의원이 NTT 사와다 준 사장과 두 차례에 걸쳐 회식을 했습니다. 모두 아베 내각에서 정부 내 요직을 거쳤고, 특히 자민당 내 '여성 주류'로 주목받았던 인물들입니다. 노다 의원과 다카이치 의원은 NTT 측과의 회식 자체는 인정했지만 총무성 업무와는 관계없이 기업인들과 가진 '사적 자리'였다며 접대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로 치면 장관급인 총무상이 업무와 아무런 관련도 없이 기업인들과 사적인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 일본 의회에서는 '접대'의 당사자인 사와다 준 NTT사장과 나카지마 신야 도호쿠신샤 사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총무성 접대와 관련한 질문 공세를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사와다 NTT 사장은 "일상적으로 언론과 여야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앞으로의 사회와 국제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 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런 간담회(회식 자리)의 목적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은 상당한 견식과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다. 큰 자극도 되고, 좋은 공부도 되는 자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업무 상 요청을 하거나, 반대로 편의를 제공받거나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접대에 당연히 따르는 '대가성'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한 겁니다.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사와다 NTT 사장 (사진=NTV 캡쳐)

거대 통신기업의 수장인 사장이, 관리감독과 인허가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정부 부처의 최고위를 만나 고급 식당에서 비싼 밥을 사면서 '견식을 넓히는 공부'를 했을 뿐 업무와 관련된 요청을 하거나 청탁을 받지 않았다는 게 사와다 사장의 발언의 요지입니다. 관심이 쏠릴 대로 쏠린 상황에서 나온 사와다 사장의 이 '고담준론'에 일본의 많은 사람들은 혀를 차고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할 거라면 대체 왜 국회에 나왔냐는 분노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참고인이라 책임지지 않는 발언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 것이라면 아예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일반 시민의 트위터를 옮겨보겠습니다.

(사진=트위터 캡처)
NTT의 사와다 사장은 큰 돈을 지불하고 술자리를 만들었지만, 초미의 관심사였을 업무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네요. 그럼 무슨 얘길 한 걸까요? 예를 들면 야마다 총무심의관 상대로 날씨 이야기라든가, 화제의 TV 프로그램 이야기를 한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그냥 옛날 이야기? 증시 1부에 상장된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람의 설명이 참으로 봐주기가 괴롭습니다. 게다가 3천 엔(3만 2천 원)의 선물도 붙어있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처음에 스가 총리의 아들이 다니는 위성방송사의 고위 공무원 로비 접대로 출발한 이번 사건이 초거대기업 NTT까지 확대되면서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스가 총리는 총무성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일벌백계'를 하겠다며 여론을 잠재우려 하지만 현재까지 총무성의 과장급 이상 간부 144명이 조사 대상으로 오를 만큼 부패의 범위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방송 통신, IT 정책을 총괄하는 총무성이 가진 막강한 권한과 그 남용 가능성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정치권의 논쟁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논의의 결과는 코로나 늑장 대응과 백신 접종 지체로 일본 국민들의 실망을 산 스가 정권이 거의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정책'의 성공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마침 오늘은 스가 정권이 발족한 지 딱 6개월이 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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