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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석열 징계, 속내는 정직? - 위험, 효과, 목적 분석

[취재파일] 윤석열 징계, 속내는 정직? - 위험, 효과, 목적 분석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지난 10일 한 차례 열렸습니다. 당사자인 윤석열 총장 본인은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윤 총장의 특별변호인들이 참여한 징계위는 징계위원 기피 신청에 대한 판단과 증인 채택 절차만 마무리하고 종료됐습니다. 다음 기일인 15일에는 징계 여부와 징계 수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지난 10일 징계위를 전후해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애초 예측되던 해임이나 면직이 아니라 '정직(停職)'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제가 지난 10일 징계위원회 이전에 SBS 8뉴스 등에 출연해 몇 차례 언급한 적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 당시부터 중징계가 의결된다면 해임이나 면직보다 정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정직 처분을 하는 편이 실질적 효과에서는 해임에 못지않으면서도 위험이 적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정직(停職) 전망은 왜? – 위험과 효과 분석

그렇다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입장에서 볼 때의 '위험'(risk)과 '실질적 효과'라는 관점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해 예상되는 징계 처분 중 해임과 정직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위험'의 관점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얼마 전, 추미애 장관과 청와대는 예상치 못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이 직무정지 처분의 집행정지 사건에서 윤석열 총장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지난달(11월) 24일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면서 동시에 직무정지 처분을 했습니다. 하지만 12월 1일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 총장 측의 직무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결정문을 통해 추미애 장관의 재량권 남용과 검찰총장의 직무상 독립의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기까지 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은 법원 결정이 나오자마자 대검찰청 청사로 다시 출근했고, 추미애 장관의 징계 청구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무리했다는 여론이 크게 확산됐습니다. 징계 절차와 관련한 법무부의 공식 자문기구인 감찰위원회가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징계 청구, 직무정지, 수사의뢰 등 전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지적한 것 역시 추 장관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러자 집행정지 인용 결정이 나온 다음 날인 12월 2일에 청와대는 공석이던 법무부 차관 자리에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법무부 차관은 징계위원회에서 당연직 위원을 맡게 되는 자리입니다. 내정 사실을 밝히며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절차적 공정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이용구 차관도 다음 날 법무부에 차관으로서 처음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서 준비된 원고까지 꺼내가며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했습니다.

청와대와 이용구 차관의 반응은 자문 기구인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공식 권고와 서울행정법원 결정문 등을 통해 불거진 절차 공정성 흠결 논란을 만회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됩니다. 물론 법률적으로는 징계위원회 단계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준수하더라도 징계위 이전 단계인 감찰과 징계 청구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이 치유된다고 보기 어렵겠지만, 징계위 결과가 발표된 이후의 여론의 향방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예상되는 행정소송 결과는 절차적 공정성 논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중징계 의결 후 다시 집행정지…추미애 입장에선 '최악 상황'

핵심은 앞으로 또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집행정지 사건입니다. 정직 이상의 중징계가 의결된다면 윤석열 총장 측은 다시 한번 징계 처분의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할 가능성이 큽니다. 추미애 장관의 직무정지 처분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집행정지되면서 추 장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듯이, 결국 징계위원회의 징계 결과에 대한 여론의 향방도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인용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 있습니다.

만약 징계위의 중징계 결정 이후 법원이 또 윤석열 총장 측의 징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추미애 장관으로서는 정당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무부와 청와대 입장에서는 해임이 정직보다 위험(risk)이 큰 처분이라고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임 처분은 정직 처분에 비해 법원에서 집행정지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지만 징계 처분의 집행정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은 징계 처분 자체의 정당성 여부가 아니라 징계로 인해 설사 나중에 징계가 본안 소송을 통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당장 발생하는지입니다. 이런 기준에 비춰볼 때 총장직에서 영구적으로 쫓아내는 처분인 해임에 비해서 일정 기간 동안 직무를 정지하는 정직 처분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 입장에서는 해임 처분을 했을 때보다 정직 처분을 했을 때 집행정지 사건에서 질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직 처분이 내려졌을 경우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직 처분이 실질적으로 당사자에 대한 해임이나 면직을 의미하거나, 정직 처분 자체로 인해 당사자나 소속 기관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한다면 법원은 정직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9년에 전주지방법원 행정부는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승인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전북 장수중학교 교사에 대한 징계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집행정지 인용 사유는 매우 원론적인 "정직 처분에 따른 신청인의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속히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고 효력 정지 때문에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도 없다"였지만, 원론적 사유가 정직 처분 집행정지 사건에서 인정된 사례가 있다는 점이 중요해 보입니다.)


● 정직 처분의 실질적 효과 - 윤석열 배제 가능?

지금까지는 법무부와 청와대 입장에서 볼 때 정직 처분을 의결했을 때의 위험(risk)이 해임 처분을 의결했을 때보다 낮다는 점에 대해 분석해 봤습니다. 이제부터는 실질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측면에서 정직 처분과 해임 처분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만약 법무부와 청와대의 목적이 윤석열 총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면 정직 처분의 효과는 해임 처분에 비해 약해 보일 수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면 정직 처분을 할 경우 해임과 달리 윤석열 총장이 일정 기간 이후 총장직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직 처분이 내려졌을 때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정직 처분의 효과가 해임 처분에 비해 작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단 정직 6개월 처분은 가능성이 낮아 보이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정직 처분은 1개월부터 6개월까지 가능합니다. 정직 6개월이면 윤석열 총장 임기 종료일(2021년 7월) 직전까지 직무가 정지됩니다. 사실상 해임과 동일한 효과의 처분입니다. 하지만 해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가능성을 의식해 정직 처분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효하다면, 법무부나 청와대로서는 굳이 6개월 정직 처분을 해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될 위험을 키울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정직 3개월 정도의 징계로도 해임 처분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법무부와 청와대가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직 3개월 처분을 할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윤석열 총장이 지휘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윤석열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정직 3개월 처분이 집행될 경우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대전지검의 원전 폐쇄 관련 수사는 윤석열 총장이 지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종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윤 총장 정직 기간에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지휘를 맡게 되겠지만, 법무부는 검찰 인사를 통해 윤석열 총장 징계 청구 등에 반발했던 조남관 차장검사 대신 검찰개혁에 협조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간부 중 한 명을 총장 직무대행인 대검 차장검사 자리에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검찰 인사가 단행될 경우 윤석쳘 총장의 측근으로 평가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의 교체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이럴 경우 법무부는 윤석열 총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새롭게 임명한 검찰 지휘라인을 통해 대전지검 원전 폐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얼마 전까지 변호했던 원전 폐쇄 사건 핵심 피의자이자, 공교롭게도 윤석열 총장 관련 징계위원회 개최 하루 전에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청와대 지시 여부에 대해 "그걸 어떻게 말할 수 있나"라고 말했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도 윤석열 총장 징계 결과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윤석열 총장을 상대로 한 불법 수사 의혹과 관련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 대한 서울고검의 진상조사 또는 수사 역시 징계위 결과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 열리는 윤석열 총장 징계위

● 정직 결정되면 자진사퇴 요구도 거세질 듯

정직 처분의 효과는 윤석열 총장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배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직 처분이 내려질 경우 윤석열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 징계 처분을 받았던 검찰총장이 한 번도 없었던 만큼 고위공직자로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징계를 집행하게 될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대변인이 자진 사퇴에 대해 직접 언급할 경우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청와대와 추미애 장관 입장에서 볼 때 윤석열 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은 해임 처분과 비교해 볼 때 위험(risk)은 낮고, 효과는 비슷한 조치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와 법무부가 정직 처분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더해주는 일이 최근 발생했습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검사-법관 퇴직 후 1년 간 출마 금지법'을 발의한 것입니다. 최강욱 의원 등이 지난 11일에 발의한 법안은 퇴직 후 90일이 지나면 공직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현행 법령을 개정해 검사와 판사의 경우 퇴직 후 1년 동안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제하자는 내용입니다.

최 의원 등이 윤석열 총장 징계위원회 다음 날 이 법안을 발의하자 대다수 언론은 이를 '윤석열 출마 금지법'으로 해석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임기를 모두 마칠 경우 내년 7월 25일까지 총장직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 현행 법률로써는 이후 2022년 3월에 열릴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최강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총장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자 최강욱 의원은 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윤석열 총장을 겨냥한 법안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사와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기 위한 법안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퇴직하자마자 국회의원에 출마한 판사들을 공천해 큰 논란을 빚은 적이 있는 상황에서 징계위원회가 진행되고 윤석열 총장이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올라선 시점에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한 행위를 윤석열 관련 논란과 분리해 해석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법안 발의 기자회견 하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출마 금지법'과 정직 전망의 관계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윤석열 징계위원회 결과와 관련지어 해석하기도 합니다. 현 정부 핵심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최강욱 의원이 윤석열을 포함한 검사들이 퇴직 후 1년 동안 출마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 자체가 법무부와 청와대가 해임 처분을 선택 옵션에서 사실상 배제했다는 뜻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윤석열 총장이 이번 징계위를 거쳐 해임될 경우에는 2020년 3월 대선까지는 1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최강욱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정직 처분 후 다시 총장직에 복귀해 임기를 모두 채울 경우 최강욱 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에 따르자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2021년 7월 25일에 임기가 끝나는데, 다음 대선은 임기 종료일로부터 1년이 지나기 이전인 2022년 3월에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해임 징계 대신 정직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점에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최강욱 의원의 법안이 사실상 윤석열을 겨냥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해석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최 의원은 윤석열을 겨냥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면 되겠습니다.


● 법무부-청와대의 속내는?…징계위 결과를 지켜봐야

물론 여기까지의 논의에 대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의 정당성 여부는 따지지 않은 채 중징계가 나올 것이라고 단정한 채 처분의 종류에 따른 위험과 효과만 분석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공개 권고, 그리고 서울행정법원의 직무정지 처분 집행정지 결정 이후에는 추 장관이 주장하는 징계 사유가 대체로 근거가 부족하고, 징계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추미애 장관과 청와대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목적이 없다고 보거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대전지검 원전 폐쇄 사건 수사가 윤석열 총장 징계 절차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위와 같은 분석은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징계위원회가 윤석열 총장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클 경우에도 이런 분석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윤석열 총장 징계와 무관하지 않고, 징계위원회에서 운석열 총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 해임 처분보다 정직 처분을 의결하는 것이 청와대와 추미애 장관 입장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오는 15일 징계위원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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