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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뇌물 받고 '증언 조작'까지 시도…도마 오른 아베 정권 도덕성

카지노 리조트 뇌물 사건…증언 조작 적발로 점입가경

아베 총리와 선거 운동 하는 아키모토 쓰카사 자민당 중의원 의원 (사진=아키모토 의원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일본 자민당의 3선 중견 의원이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형 리조트(IR, Integrated Resort) 사업과 관련해 중국의 게임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지난해 말 취재파일( ▶ 일본, 10년 만의 현역 의원 체포…'카지노 비리' 어디로?)로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일본에서 검찰의 수사로 인해 현역, 그것도 집권당의 의원이 체포된 것은 무려 10년 만의 일이어서 연말연시 일본 정계가 시끄러웠습니다. 당시 체포됐던 아키모토 쓰카사 의원과 아키모토 의원에게 중국 기업 '500.com'의 뇌물을 전달한 일본인 용의자 2명은 도쿄지검 특수부에 의해 기소됐지만 지난 2월 일단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최근 아직 열리지 않은 재판을 둘러싸고 '증언 매수' 사건이 불거져 큰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일단 '뇌물 사건'만 간략하게 등장인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키모토 중의원 : 중국 기업 500.com으로부터 208~18년 사이 760만 엔 뇌물 받은 혐의로 기소
곤노 피고 , 나카자토 피고 : 중국 기업의 뇌물을 아키모토 의원에게 전달해 기소

곤노와 나카자토 피고는 2017년 9월 28일,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의 아키모토 의원 사무실에서 아키모토 의원을 만나 뇌물 760만 엔의 일부를 전달한 것으로 진술했습니다. 당시 아키모토 의원은 리조트 추진 담당 부장관을 역임하고 있었으므로 중국 기업 입장에서 일본의 통합 리조트 사업 진출에는 아키모토 의원과의 '관계'가 핵심적이었습니다. 이미 해당 기업은 오키나와에서의 심포지엄에 아키모토 의원을 연사로 초청하는 등 전부터 안면을 터 왔기 때문에 일종의 '확답'을 받기 위해 거액을 건넨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이 뇌물 수수 건으로 준 쪽과 받은 쪽 모두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아키모토 의원 측이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동에 나선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곤노와 나카자토 두 피고자에게 '허위 증언'을 의뢰했다는, 상당히 이례적인 전말이 발각된 것이죠.

2018년 7월 22일 오키나와 호텔에서 만난 곤노 피고와 사토 용의자

지난 6월 27일, 오키나와 중심도시 나하의 고급 호텔 최상층 라운지. 보석 중인 곤노 피고는 두 남자를 만났습니다. 사토와 아와지라는 이름의 두 남자는 곤노 피고에게 ' 2017년 9월 28일에 의원회관에서 아키모토 의원을 만나지 않았다(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날의 만남에 대해 아키모토 의원은 '두 피고를 만나지 않았다'고 지금까지 주장하고 있지만 두 피고는 이미 검찰에서 아키모토 의원을 만나 현금을 주었다고 진술한 상태입니다. 사토와 아와지는 뇌물을 준 쪽 피고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면 그날의 만남에 대해서는 무죄가 될 수 있다고 곤노 피고를 설득하며 '허위 증언'(또는 진술 번복)의 대가로 1000만 엔을 제시합니다. 곤노 피고는 이들의 제안을 일단 거절했습니다.

보석 중인 곤노 피고에게 접근해 허위 증언을 의뢰한 2명 가운데 아와지 용의자(체포)는 곤노를 만나기 2개월 전인 4월 중순에 아키모토 의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키모토 의원은 "재판에서 공여자 측의 증언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강구할 것을 의뢰했습니다. 아와지 용의자는 아는 사이였던 사토와 함께 곤노 피고 측에 접근하는 한편 아키모토 의원과의 연락을 유지합니다. 말씀드린 대로 6월 만남에서 곤노 피고가 일단 허위 진술 제안을 거절하자 7월에는 아와지 용의자의 집에서 아키모토 의원과 아와지, 사토의 '3인 회의'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아키모토 의원은 뇌물 전달과 수령의 정황 전체에 대해 '곤노 피고가 유야무야 애매하게 진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며 본인이 봉투에 담아 온 1000만 엔을 추가로 아와지 용의자에게 건넵니다. 액수를 두 배로 올려서 곤노 피고에게 다시 허위 증언을 부탁하라는 의도였을 겁니다.

7월 22일, 다시 오키나와 나하에서 아와지 용의자가 곤노 피고를 다시 만납니다. 아와지는 아키모토 의원에게서 받은 1000만 엔과, 본인이 준비한 1000만 엔을 합쳐 2000만 엔을 줄 테니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해달라고 곤노 피고에게 재차 부탁합니다. 아와지는 증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현금을 받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곤노에게 현금 2000만 엔을 건넸고, 곤도는 일단 이 돈 봉투를 받습니다.

나흘 뒤인 7월 26일, 이번에는 사토 용의자가 곤노 피고를 다시 만납니다. 사토는 곤노에게 '전에 아와지로부터 받은 2000만 엔은 착수금'이라며 앞으로 재판의 진행 상황에 따라 현금을 더 줄 수도 있다고 제안합니다. '재판의 진행 상황에 따라'라는 것은 물론 그들이 줄기차게 곤노에게 요청했던 '허위 진술', 즉 2017년 9월 28일에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아키모토 의원을 만나지 않았다는 증언입니다. 그런데 곤노 피고는 이를 거절하고, 나흘 전에 아와지에게서 받은 2000만 엔도 사토에게 돌려줍니다.

2017년 9월에 곤노와 함께 아키모토 의원을 만난 나카자토 피고에게도 별도로 이런 '허위 증언' 의뢰가 들어옵니다. 역시 보석 중인 나카자토에게 접근한 것은 사토와 아와지가 아닌 다른 인물로, 한 명은 미야다케라는 이름이고 다른 한 명은 아직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은 컨설턴트 회사를 경영하는 아키모토 의원의 지인으로 알려졌는데, 도쿄지검이 이 남자에 대해서도 체포장을 발급받아 뒤를 쫓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2명은 따로 나카자토 피고에게 접근해 역시 같은 '허위 증언'을 해 줄 것을 부탁하며 수백만 엔의 대가를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나카자토 피고는 검찰 조사에서 이들이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사토와 아와지, 미야타케 3명이 곤노와 나카자토 피고에게 접근해 '허위 진술'을 종용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위와 같은 정황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당연히 검찰의 수사는 아키모토 의원을 겨냥했고, 보석 중이었던 아키모토 의원은 지난 20일 조직범죄처벌법상 증인 등의 매수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지난 연말 수뢰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8개월 만입니다. 도쿄지검은 아키모토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허위 증언 의뢰의 증거를 찾으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아키모토 의원은 체포 직전까지도 아와지, 사토, 미야타케 용의자(8월 4일 체포)와 허위 진술 의뢰를 공모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세 용의자는 아키모토 의원의 '의뢰'로 곤노와 나카자토 피고에게 접근해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는 혐의를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4월에 아키모토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작업'을 시작했다는 아와지 용의자는 곤노가 6월 말에 1000만 엔을 거절한 뒤 7월 말 다시 만날 때까지(이번엔 사토 용의자가) 아키모토 의원 측과 수시로 전화와 메시지 등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고 진술했고, 오늘(22일)은 압수된 돈다발에서 아키모토 의원의 지문이 발견됐다는 기사까지 나왔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베 정권이 관광 진흥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던 통합형 리조트 사업은 외국 관광객 상대의 '카지노 사업'이 핵심입니다. 매년 일본으로 수백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그들이 홋카이도나 오키나와의 카지노 리조트에서 엄청난 돈을 쓸 거라는 '청사진'을 내걸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가 총재로 있는 자민당의 3선 의원으로, 이 리조트 사업을 추진해 오던 핵심 인물인 아키모토 의원의 뇌물 수뢰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권에는 심각한 악재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뇌물을 받아 기소된 아키모토 의원이 측근들과 공모해 재판의 피고들에게 허위 진술까지 요구했다는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아베 정권의 도덕성에도 다시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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