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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부가 남긴 일기 "80년 5월, 6·25보다 무서웠다"

<앵커>

1980년 5월은 광주시민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고통과 크나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민주화라는 거창한 단어는 몰라도 당시 평범한 주부로서 이웃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그때 일을 일기로 남겨둔 분이 있습니다.

KBC 고우리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허경덕 씨는 1980년 광주로 이사 온 지 한 달 만에 5·18을 맞았습니다.

몸져누운 남편을 포함해 혼자 여덟 식구 살림을 도맡으면서도 시민군을 틈틈이 챙겼습니다.

[허경덕(80세)/5·18 당시 광주 거주 : 미안해서 몇 사람만 집으로 불러서 밥을 해줬지. 근데 몸에서 쉰내가 나. 땀을 흘리고 안 갈아입으니까. 그래서 수건 몇 장 주고…]

세상이 왜 시끄러운지 도무지 알 길이 없던 평범한 주부는 답답한 마음을 글로 담았습니다.
허경덕 할머니의 일기
[허경덕(80세)/5·18 당시 광주 거주 : '왜 군인과 민간인이 싸우고 왜 이러지. 이 사람들은 어디서 온 거지? 누가 시켰지? 무슨 지시가 있었겠지?'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거지.]

일기 곳곳에는 다친 누군가의 아들, 딸들이 어서 낫게 해달라는 소망과 평생 처음 느낀 두려움이 세세히 적혀 있습니다.

[갑자기 군인 두 사람이 총을 들이댄다. 우린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다. 누구며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너무 무서웠다. 초등학교 때 6.25를 겪었지만 직접 서슬 퍼런 군인들은 보지 못했다.]

오늘을 위해 스러져간 이들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허 씨는 40년간 간직한 일기를 5·18기록관에 기증했습니다.

[허경덕(80세)/5·18 당시 광주 거주 : 아, 나도 남자라면 저 현장으로 뛰어가겠다. 아이들이 없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우리가 밥 한 번도 안 해먹이면 안 되겠다. 그래서 밥 해먹인 거죠.]

(영상취재 : 염필호 KBC·장창건 K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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