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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잘나가던 '나눠 쓰기', 코로나 암초 만났다

<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코로나19로 이른바 공유 경제의 위기가 닥쳐왔다.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 것인지 권 기자가 카드결제 내역을 쫙 뽑아봤다면서요?

<기자>

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즈니스에 관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목을 끌었던 미래형 모델 중에서도 손꼽혔던 게 바로 공유경제 모델들이었습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또 집을 비울 때 여행객에게 자기 집을 빌려줘서 빈 공간을 놀리지 않고 수입을 만드는 에어비앤비,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때그때 당장 누가 안 쓰고 있는 물자 같은 것들과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게 가능해졌죠.

이 틈새를 잘 파고든 새로운 서비스 업체들이 관련 산업의 지형도 자체를 다시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런 '공유경제' 모델들 중에 상당수의 전망이 코로나19 이후에 그렇게 밝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SBS가 현대카드에 의뢰해서 최근 몇 년 동안 급성장해온 신모델 서비스 앱들의 실제 결제 건수 4년 치를 분석해 봤습니다. 크게 다섯 가지 유형을 봤습니다.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앱을 통해서 마치 택시를 호출하는 것처럼 우리 집에 와줄 수 있는 도우미를 배정받아서 청소 같은 가사를 맡기는 가사 앱들과 육아를 맡기는 육아 앱들, 이런 서비스는 사람이 집에 와야죠.

반면에 요리랑 세탁을 원격으로 맡겨서 결과물인 반찬, 음식과 세탁된 옷만 택배처럼 돌려받는 요리와 세탁 앱, 그리고 차량 공유 서비스 앱들 대표적인 업체 22곳을 조사했는데요, 희비가 명확하게 엇갈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사람과 직접 또,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는 분야의 이용이 좀 시들해지지 않았을까요?

<기자>

네. 요새 다른 사람들이랑 뭔가 나눠 쓰고 접촉하고 이런 상황을 피하는 편이잖아요. 실제 신용카드 결제 건수에서도 그런 추이가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사실 아직 절대적인 이용자 자체가 적은 것으로 나타나는 육아 앱들을 제외하면 이 앱들 모두 올초까지 이용자가 급증해 왔습니다. 그런데 일단 차량 공유 앱 올 3월 들어서 1년 전보다 이용 건수가 아예 줄어들었고요.

그리고 가사 앱 7개, 가사 앱은 일하는 사람도 그때그때 자기 필요와 상황에 맞을 때만 일하고 일을 맡기는 사람도 필요할 때만 앱을 통해서 사람을 매칭 받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의 대표적인 초기 모델로 꼽혀 왔습니다.

이 가사 앱 이용도 급증하다가 1년 전 수준에서 올 3월에는 정체하는 모습이 딱 나타납니다.

반면에 사람과 공간을 나누거나 접촉하지 않고 그냥 다된 옷과 음식을 문 앞에 만나지 않고 받아놓기만 하면 되는 요리와 세탁 앱은 오히려 증가세가 최근에 더 빨라졌습니다.

한 마디로 언택트, 서로 만나지 않으면서 필요한 걸 주고받고 대화하는 비대면 접촉이 결합될 수 없는 서비스는 주춤하고, 결합될 수 있는 서비스는 탄력이 오히려 더 붙었다는 거죠.

요즘 출근해서 "나 원래 차 잘 안 갖고 다니는데 그냥 끌고 나왔다." 이런 얘기들 주고받는 거 좀 듣게 되지 않나요. 밀폐된 공간을 공유하거나 잘 모르는 사람과 접촉이 필요한 상황을 피한다는 겁니다.

[염동욱/'공유차량' 이용자 : 돌아다니는 일이 많이 줄어든 게 첫 번째인 것 같고, (차량을 공유하기가) 좀 거리껴지는 게 있긴 하죠. 어떤 사람이 탔었는지도 모르고, 손잡이도 계속 잡아야 하잖아요.]

<앵커>

권 기자, 우리 국민들만 이러는 건 아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공유경제의 선진모델들이 먼저 나온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합니다.

예컨대 이런저런 미래형 산업에 크게 투자하기로 유명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플랫폼서비스에 큰돈을 투자했습니다.

사실 대표적인 공유경제 업체들 중의 하나인 공유 오피스 '위워크'란 곳에 어마어마한 돈을 넣었던 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올초에 여기서 너무 큰 손실을 보면서 3조 6천억 원 정도 거액을 추가 투자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가 '위워크'와 소송전에 돌입하는 상황에 처했고요.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세계적 업체들도 이용자가 줄면서 사업 계획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예 공유경제의 시대는 앞으로도 힘들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힘들다. 그 자리를 고립경제가 채울 거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고립경제, 다시 말해서 나 혼자 또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끼리만 밀착 접촉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종류의 소비재 서비스업이 뜬다는 거죠.

택배·TV·온라인게임·각종 동영상 서비스 그리고 스스로 하는 셀프 인테리어나 셀프 미용, 다시 말해서 서비스의 셀프화를 도와주는 품목들이 대표적인 고립경제 품목들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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