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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대유행'에 세계 생산 · 소비↓…증시 패닉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지금 패닉 상태가 아닌가 싶은데요, 밤사이 뉴욕증시는 하루 하락 폭으로 기록을 경신했다면서요?

<기자>

네. 1987년의 이른바 블랙먼데이 '검은 월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회자되는 폭락장 이후로 가장 크게 곤두박질쳤습니다.

뉴욕증시에서 S&P500 9.5% 폭락했습니다. 지난 2월 19일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랑 비교하면 무려 26.7%나 떨어진 겁니다. 다우지수도 10% 하락하면서 장을 마쳤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어젯(12일)밤에 장 시작하자마자 너무 빠르게 폭락장이 시작돼서 이번 주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15분 동안 장중에 인위적으로 거래를 중단시키는 거죠.

이것도 지난 1997년에 이른바 '피의 월요일'이라고 불렸던 폭락장 이후로 23년 만에 지난주 월요일에 발동됐는데요, 사흘 만에 또 걸렸습니다.

지금 시장에 여러 불안 요인이 있긴 합니다. 여기서 며칠 전에 말씀드렸던 기름값 전쟁도 좀 더 진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원유 가격도 6% 넘게 급락하면서 장을 마쳤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예상보다 더 크고 충격적일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에 팽배했던 게 컸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어제 오전 10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해서 특별 연설을 한다고 할 때만 해도 미국이 대단한 경기부양책을 내놓는가 보다, 기대한 투자자들이 많았습니다.

아주 획기적인 감세나 심지어 미중 무역전쟁 종식을 선언하는 거 아니냐는 기대가 섞인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온 것은 유럽 26개 나라에서 오는 여행객의 미국 입국을 한 달간 제한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죠. 유럽 사람들이 미국에 못 간다, 못 들어보신 얘기죠.

그제 WHO가 코로나19에 대해서 사상 세 번째로 팬데믹, 즉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데 이어서 이게 그 정도의 문제구나라는 충격을 시장에 준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러다가 언젠가는 소위 말하는 V자 반등을 하겠지 하고 지금 주식을 사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른바 개미투자자들도 있어요. 그에 반해서 시장의 큰손들은 유독 코로나19에 민감하게, 불안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닌가 싶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파 속도가 세계적으로 빠르다는 점이 있는 걸 보는 걸로 보입니다.

2015년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문제가 됐던 거고, 지금과 비슷하게 세계가 겪은 상황으로는 사상 두 번째 팬데믹이 선포됐던 2009년 신종플루 때가 비교족 최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도 상당히 컸습니다만 이건 말 그대로 기존의 플루 독감이 변이를 일으킨 거라서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면역력, 이른바 '교차 면역력'이 이미 있었다고 우리 질병관리본부 측도 설명한 바 있죠.

그런데 코로나는 그야말로 새로운 바이러스인 데다가 결정적으로 2009년 당시엔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쓰이기 시작하면서 불안이 빠르게 가라앉았습니다.

코로나19도 이대로 계속 확산하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가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요.

세계에서 확진자가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치료제가 없는 각국이 당분간 활동을 대폭 줄이고 있는 것, 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다소 불가피한 면이 현재로서는 있습니다.

<앵커>

사실 미국과 유럽에선 이제 막 확산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급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잖아요?

<기자>

어떻게 될지는 아직은 정확히 얘기를 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있습니다.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금융이 위기였습니다. 금융이 회복하면서 다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문제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실제 생산과 소비에 생긴 제약이 얼마나 크고 오래갈 것이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문제가 활동을 줄이는 거죠.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하고, 모이지 못합니다. 출근이 줄고, 돈 쓰러 나가지도 못하고, 비행기도 못 탑니다.

이런 기간이 짧으면 말 그대로 이후에 강한 V자 반등, 빠른 회복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우리 활동이 지속적으로, 세계적으로 제약을 받게 되면 나중에 이걸 메꾸기가 너무 어려워진다는 게 지금 제일 큰 걱정입니다.

세계적으로 공장이 덜 돌고, 생산이 줄고, 적시에 돈을 쓰지 못하면 그런 생산 부진, 그로 인한 거래 부진, 그리고 소비 부진이 연쇄적으로 가중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한국이 먼저 조금 확산세가 가라앉아서 수출할 물건을 만들었는데 팔아야 할 나라가 그때 한참 확산세 중이어서 공장문이 닫히는 데가 있으면 당분간 너희 물건 못 사 가겠다, 너희 중간재 사줄 수 없다, 할 수 있단 말이죠.

지금 상황이 여기저기서 중첩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겁니다. 나중에 우리는 활동이 지금보다 자유로워진다고 해도 여기서 생긴 손실을 만회하는 데는 기간이 길수록 한계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나라들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우리처럼 활발한 교역과 이동에 경제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는 나라들이 특히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재정 정책, 금리 인하, 세금 감면 같은 정책적인 대응들 어떻게, 언제, 얼마만큼 해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미래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건지 정말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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