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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더 어려워진 기업들…빚 내서 월급 줬다

<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가계 빚이 느는 데 대한 우려가 상당한데 최근에는 우리 기업들도 빚을 예전보다 더 많이 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런데 올해 우리 기업들이 투자는 별로 안 했다고 하는데 빚은 많이 졌다, 보통 기업은 사세를 확장하고 투자를 많이 할 때 빚을 진다고 알고 있으니까 약간 갸우뚱하게 됩니다.

그만큼 당장 눈앞의 운영을 근근이 해나가는데 쓸 돈이 부족해서 빚을 져야 했던 기업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국제결제은행이 내놓는 각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통계가 올 2분기 말, 그러니까 상반기까지의 집계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2분기에 빚을 낸 정도는 GDP의 99.3% 수준입니다.

비유하자면 2분기에 대한민국이라는 기업 하나가 매출을 1원만큼 올릴 때, 그 매출을 내는 데 기여한 그 안의 부서들이라고 할까요, 우리 기업들이 진 빚은 0.993원 정도였다는 겁니다.

1분기에 비해서 2.1% 포인트 오른 수준입니다. 이게 어떤 정도냐, 조사 대상 43개국 중에서 3위입니다. 빚 증가 폭이 세 번째로 컸다는 거죠.

그렇다고 우리 기업들의 부채 수준 자체가 지금 심각하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우리 기업부채의 GDP 대비 비율 자체는 43개 나라 중에서 18위고 부채 규모만 놓고 기업들이 '어렵다', '아니다'를 판단하기도 좀 애매합니다.

예를 들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때도 빚은 늘어나는 거잖아요. 다양한 면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아무튼 우리 기업들의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올해 상당히 빨랐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앵커>

권 기자 말 대로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투자는 많이 안 했다는데, 빚은 늘었다면 그 돈 어디에 쓴 건가요?

<기자>

네. 일단 민간투자 정도를 가늠할 때 많이 보는 설비투자를 보면 2분기에 1분기보다 3.2% 늘어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는 1분기의 설비투자가 지금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너무 줄었었기 때문에 거기서 약간 회복한 수준이었고 투자를 많이 했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작년 같은 기간이랑 비교하면 사실 7%나 줄어든 거였고요. 3분기 설비투자도 2분기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친 수준,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2.7% 줄어든 상태죠. 좀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진했습니다.

그럼 기업들이 빚을 내서 돈을 어디에 썼느냐, 당장 월급 주고, 당장 자재 사고 운영 자체를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 대출을 받은 곳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는 겁니다.

가계에 비유하자면 생활비를 대출받아야 하는 집들이 늘어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거죠.

실제로 한국은행의 산업별 대출 통계를 봐도 3분기 들어서는 기업들이 운영에 들어가는 돈을 막느라 내는 대출, '운전자금 대출' 증가 폭이 설비투자에 주로 쓰는 시설자금 대출 증가 폭보다 더 컸습니다.

그러면서 올 들어서 시설자금 대출 비중이 계속 산업별 대출금에서 줄어들어 왔습니다. 금융위기 때도 우리나라는 투자를 위한 대출이 운전자금 대출보다 더 활발하게 늘어난 경제였던 걸 생각하면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현상입니다.

<앵커>

사실 상당히 씁쓸한 통계인데, 내년에는 상황이 좀 나아질까요?

<기자>

'올해가 바닥이었다. 내년엔 좋아질 거다.'라고 기대하는 쪽도 있고 '아니다, 내년까진 계속 힘들다.' 요즘 대체적인 전망은 이렇게 두 가지로 갈립니다.

일단 최근에 긍정적인 소식 하나는 OECD가 집계한 경기선행지수, 그러니까 한국 경제의 반년 뒤 흐름이 어떨 것이다를 미리 예측하는 지수가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습니다.

우리 경기가 꺾이기 시작한 공식적인 시점을 2017년 9월로 보거든요. 경기선행지수는 딱 그로부터 3개월 전인 2017년 6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서 쭉 하락만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최신 지표인 10월이 살짝 반등했어요. 즉 그래도 내년부턴 조금씩 좋아진다, 이런 희망을 갖게 하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단,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내년의 회복세가 빠르기는 힘들 거라고 대부분 예측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말씀드린 것처럼 올해 투자가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외 여건 같은 게 좋아져서 올라가는 흐름을 탄다고 해도 투자해 놓은 게 있어야 더 힘을 받고 올라갈 수 있는데 그러기에는 올해 투자를 너무 못해놨다는 거죠.

하나 더,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의 기업부채 규모 자체는 세계적으로 문제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단, 증가 폭이 빠른데 사실 IMF가 지난 10월에 저금리 속에서 '세계적으로 기업부채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적하면서요. 신흥국 중에서는 한국도 부실 위험에 노출이 좀 돼 있는 편인 나라 중의 하나로 꼽았거든요.

희망은 내년에 조금 회복세를 탈 수 있다고 할 때 기업부채도 가계부채와 함께 계속 모니터링을 잘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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