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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8차 사건 수사라인 무더기 입건…담당 검사도 포함

이춘재 8차 사건 수사라인 무더기 입건…담당 검사도 포함
경찰은 오늘(17일) '진범 논란'이 불거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수사라인에 있던 당시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을 정식으로 입건했습니다.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형사계장과 형사 등 2명에 대해서는 사체은닉과 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나 이들 모두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오늘 브리핑에서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찰과 경찰 관계자 등 8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본부는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 51명 중 사망한 11명과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총 37명을 수사해 당시 형사계장 A 씨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또 수사과장 B 씨와 담당 검사 C 씨를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수사본부는 검사 C 씨에 대해 이춘재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된 윤 모(52) 씨에 대한 임의동행부터 구속 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아무런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75시간 동안을 감금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지난 11일 이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힌 이후 "당시 수사에 경찰 만이대해서는 사체은닉과 책임이 있느냐. 수사를 지휘한 검찰의 잘못은 없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찰이 당시 담당 검사를 입건해 주목됩니다.

C 씨는 검찰에서 퇴직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이 수사하던 이춘재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 조사를 결정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안 등을 놓고 충돌해온 검경이 또 하나의 전선을 형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모(당시 13세)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해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수사본부는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당시 형사계장이었던 A 씨가 피해자의 유골 일부를 발견한 후 은닉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A 씨와 당시 형사 1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 7일 초등학교 2학년이던 김 모(8)양이 화성군 태안읍에서 하굣길에 실종된 사건으로, 이춘재는 김 양을 자신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 12월 마을 주민들에 의해 김 양의 옷가지 등 유류품이 발견됐으나 김 양은 찾지 못해 이춘재의 자백 전까지는 실종 사건으로 분류돼 왔습니다.

수사본부는 한 지역 주민에게서 "1989년 초겨울 A 씨와 야산 수색 중 줄넘기에 결박된 양손 뼈를 발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앞서 이춘재에게도 같은 진술을 받았습니다.

당시 경찰이 김 양의 아버지와 사촌 언니의 참고인 조사를 하면서 줄넘기에 대해 질문한 점이 확인되고,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A 씨 등에게 혐의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수사본부는 전했습니다.

수사본부는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 DNA가 확인되지 않은 9건의 살인과 9건의 성폭행(미수 포함) 사건도 여러 정황에 미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이춘재를 추가 입건했습니다.

앞서 이춘재의 DNA가 확인된 살인사건은 이춘재 3·4·5·7·9차 사건 등 5건 뿐이었습니다.

아울러 수사본부는 이춘재에 대한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춘재의 실명과 나이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얼굴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춘재의 실명은 이미 언론과 검찰 등을 통해 공개됐으나, 수사본부는 선언적 의미에서라도 이춘재의 신상 공개가 필요했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은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에 인용된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의 논문은 분석 데이터가 매우 적었고, 단순히 두 시료의 원소별 수치 비교만으로 동일성을 판단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본부 조사 결과 국과수는 체모에 대한 감정을 한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통보받은 결괏값을 서로 조합한 현장 체모 수치를 만들어 2개월간 지속해 감정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과수는 현장 체모 수치가 중간에 현저히 변동돼 분석 기준이 바뀌었음에도 언급이나 고찰 없이 감정을 지속했다고 수사본부는 설명했습니다.

또 원자력연구원의 시료별 분석 결과를 임의로 변환하고, 최종 통보받은 윤 씨의 체모 2차 분석 결과가 있음에도 이를 배제한 채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 수치와 더 유사한 1차 분석 결과를 적용해 감정한 정황 등도 포착됐다고 부연했습니다.

당시 국과수 감정인인 D 박사는 감정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으며, 지병으로 대화가 어려운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12일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이춘재 8차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 10점 중 2점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국과수가 2017∼2018년쯤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감정 관련 기록물이 국가기록원 내 '나라기록관' 임시 서고에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최근 확인하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체모 2점은 사건 기록 첨부물 중 1매에 테이프로 붙여진 상태로 사건 발생 후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보관돼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건 현장 체모 2점이 보관돼 있으리라고는 수사본부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합니다.

수사본부는 국가기록원이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한번 이관받은 문서에 대해서는 반출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함에 따라 검찰과 협의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갖고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반기수 경기남부청 수사본부장은 "국가기록원서 보관 중인 체모의 DNA 감정을 해서 이춘재의 것과 동일하다고 나오면 8차 사건의 확실한 증거가 되는 만큼 여기에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의 국과수 감정 조작 사실 확인 발표에 대해서는 "'조작'은 없는 것을 지어내서 만드는 것이다"라며 "경찰은 판례에 따라 조합, 가공, 첨삭, 배제라는 표현을 썼다. 국과수가 감정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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