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노부모에 자녀에 손주까지…'낀 세대'의 삼중고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07.08 11:11 수정 2019.07.08 17:5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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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권 기자, 50~60대 중장년층을 위로는 노부모, 아래로는 자녀들을 돌봐야 하는 이른바 '낀 세대'라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소비 패턴에서도 나타난다고요?

<기자>

네, 질문이 하나 할게요. 30대부터 60대까지 중에서 어린이 장난감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세대가 누구일 것 같으세요?

<앵커>

저는 한 40대 정도 될 것 같은데요.

<기자>

사실은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이 많은 30대가 많이 쓰긴 합니다. 그런데 2위에 오른 60대랑 액수 차가 별로 안 났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젊은 부모만큼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많이 사준다는 거죠.

한화생명이 한 대형 카드사 이용자들 1천650만 명의 카드비 내역을 받아서 빅데이터 분석해 봤습니다.

2017년 8월부터 작년 7월까지 1년 치를 봤는데요, 30대가 이 기간에 평균 8만 5천 원을 인형·완구, 그리고 어린이 자전거 카드를 사는 데 썼습니다.

그런데 60대가 8만 2천 원입니다. 3천 원 차이밖에 안 납니다. 40대에서 7만 3천 원으로 줄었다가, 50대는 7만 5천 원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보입니다.

요즘은 과거에 비하면 좀 늦은 나이에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도 많고, 또 삼촌·고모·이모들이 조카한테 돈을 쓰죠.

그런 것을 감안해도 60대에서 아이들 장난감 비용이 30대만큼 늘어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다가 다시 커지는 U자 모양을 그리는 게 보입니다.

<앵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들 유치원비를 내주는 집도 꽤 있다던데요?

<기자>

네, 자녀 교육 열심히 시키다가 자녀가 성인이 되면 교육비에서는 좀 자유로워질 법 한데, 다시 손자, 손녀들의 유치원비로 돌아가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카드비에서 자녀 관련해서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출 항목들을 봤습니다. 그런데 50~60대에서도 여전히 액수 덩어리가 큰 것,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거는 다 교육비였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50대는 등록금·학원비·유치원비 순, 그리고 60대는 유치원비·학원비·등록금 순입니다. 특히 60대는 이중에서도 1위로 다시 올라 간 유치원비의 비중이 2위와 차이가 꽤 벌어지기 시작하죠.

물론 이번 자료에서 파악이 가능했던 자녀 관련 지출 규모 자체는 확실히 50~60대가 30~40대보다 비중이 적기는 합니다.

30~40대의 카드값 중에서 10% 정도가 자녀 관련 지출 항목들에 쓰인 반면 50대는 4%, 60대는 2.5% 수준이고 그 안에서 비중이 이렇다는 거거든요.

또 카드값으로 교육비 상황 전체를 보긴 힘들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학원비나 등록금 같은 거는 카드 안 쓰고 현금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그런 와중에도 50~60대에서 이렇게, 특히 60대로 가면서 유치원비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성인 자녀가 결혼해서 낳은 손자 손녀의 교육비 부담을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지는 경우가 꽤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냥 손자 귀엽다고 장난감 사주고, 과자 사주는 정도가 아니라 필수 비용이라고 할 만한 것까지 나눠지는 추세가 보인다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50~60대의 가족을 위한 부양 부담이 너무 큰 것 아닌가요?

<기자>

네, 그런 모습이 실제로 보입니다. 최근에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요. 우리나라 중장년층, 이것은 45세부터 64세까지를 봤던 조사인데요, 이 연령대 10명 중에 4명은 노부모와 성인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이런 사람들이 35% 정도였는데, 2016년 기준으로 41.7%까지 늘어난 겁니다. 평균 위아래 양쪽 부양비가 합쳐서 103만 원 수준이고요.

특히 결혼하지 않은 성인 자녀가 부모한테 지원하는 돈은 8년 동안 20% 넘게 줄어서 평균 15만 2천 원 수준으로까지 내려왔는데, 부모가 반대로 지원하는 돈은 8% 넘게 늘어서요. 평균 88만 8천 원 정도였습니다.

부모가 지원하는 돈이 6배가량 더 많은 정도로까지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본인도 늙고 있는데 노부모 부양기간은 길어지고요.

반면에 사회 진출 초년생들에게 이른바 고 스펙을 요구하는 저성장 사회이다 보니 자녀들의 경제적인 독립은 점점 늦어집니다. 그러니까 지금 중장년층들이 '낀 세대'가 안 될 수가 없는 거죠.

이제 슬슬 빚을 청산해야 할 나이인 60대가 최근에 빚 늘어나는 속도가 가장 빠른 세대인 데는 이런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내 노후는 내가 준비해야지 자녀한테 폐 끼칠 수 없다는 인식도 점점 커집니다. 노후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50~60대 중에서 그 이유로 "자녀가 나를 돌봐줄 테니까"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9%밖에 안 됩니다.

이게 2007년에는 19%였거든요. 빠르게 줄고 있는 거죠. 그야말로 본인의 불안한 미래까지 우리 중장년층들이 현재 겪고 있는 삼중고가 보이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