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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경미한 사고에 치료비 '무한정'…기준 마련한다

<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한승구 기자와 함께합니다. 한 기자, 요즘 가벼운 교통사고는 수리비만 지급이 되고 부품 교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이럴 때도 합의금, 치료비 수백만 원씩 들어가는 일이 없지 않다고요?

<기자>

네, 범퍼 조금만 긁혀도 교체를 하는 건 너무 낭비죠. 결국에 보험료도 오르게 되니까, 그래서 교체 비용은 안 주고 보험에서는 요즘에 복원 수리비만 지급합니다.

이게 3년 전 범퍼부터 시작이 돼서 최근에는 거의 외장 부품 전체로 확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사고 사진을 한 번 보시죠.

작년 10월에 뒤에서 들이 받힌 차입니다. 범퍼가 약간 손상됐다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거의 티 안 나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교체가 아니라 복원 수리비만 지급이 됐고요. 그런데 여기 타고 있던 운전자가 받아간 치료비가 526만 원입니다.

사고 난 지 8개월째인데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어요. 앞으로 치료비, 합의금으로 얼마가 더 나갈지 모릅니다.

상해 등급으로는 14등급을 받았는데, 보통 타박상 정도면 14등급이 나옵니다. 가해 차량 운전자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거죠.

보험료가 많이 올라갈 텐데, 사고 낸 데 대한 책임은 당연히 지는 거지만 내가 잘못한 것 이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당연히 듭니다.

그래서 최근 3년 동안 금감원에 접수된 대인 배상 관련 민원 중에 이런 경미 사고에 해당하는 경우가 26% 정도로 적지 않습니다.

<앵커>

이 정도 사고면 사실 병원에 굳이 가야 하나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거 같아요.

<기자>

보험연구원이 경미 사고로 분류된 2016년 하반기 2만 건 정도를 분석해 봤는데, 90%는 병원 안 갔습니다.

나머지 10%는 대인 배상금 편차가 굉장히 커서 그중의 상위 5%는 치료비가 177만 원, 합의금도 195만 원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올 5월에 자동차안전학회에서 발표된 실험 결과들을 보면 보험개발원·연세대 의대·국과수까지도 참여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복원 수리비만 줄 정도로 가벼운 사고, 어느 정도 속도로 부딪혀야 이런 경미 손상만 일어나냐면 시속 3~7km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면 3~7km 속도로 부딪혔을 때 탑승자는 얼마나 다칠 수 있냐 실험해 보니까 실제 다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나오더라는 겁니다. 놀이동산 가면 범퍼카라는 놀이기구 있잖아요. 그 정도 수준의 충격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상해 등급에 상관없이 치료비가 무한정 나갈 수 있게 돼 있는데, 여기도 기준을 좀 만드는 게 어떤가 이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사실 사람 몸이라는 게 그 기준을 딱 맞추기 쉽지 않을 것 같고요. 또 다칠 가능성이 낮은 거지 아주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기자>

그럴 수 있습니다. 일단 보험개발원이 다음 달 즈음에 이 실험 결과를 가지고 공청회를 한 번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실험 결과,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놓고 기준 마련이 가능할지 얘기를 해 보자는 거죠. 유럽을 보니까 국가별로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상해에 대한 금액 기준이 있는 곳들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 무릎에 멍이 들었다. 이 사람 나이가 몇 살이고 소득 수준이 이 정도라면 얼마를 보상하라는 게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독일의 모 보험사 같은 경우는 시속 5km 이하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아예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고요.

어쨌든 자동차 보험은 운전자들이 꼭 가입하게 돼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보험금 지급 없이 공평하게 운영되는 게 중요합니다.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배상이 물론 가장 중요하고, 또 한편으로는 역시 보험 가입자인 가해자 입장에서도 본인의 과실에 맞는 수준의 부담을 지는 게 맞겠습니다.

블랙박스가 거의 필수품이 되면서 사고 경위 파악이나 과실 판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그래서 대물 배상에서는 경미 사고라는 분류 기준도 만들어진 만큼 대인배상 쪽에서 부당하게 새는 돈은 없는지 점검을 한번 해볼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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