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1원의 부활?…'리디노미네이션'이 뭐길래

한승구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19.05.10 10:00 수정 2019.05.10 11: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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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 속 친절한 경제, 경제부 한승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10일)은 진짜 돈 얘기인데 "우리 돈에 '0'이 너무 많다. 이걸 좀 줄이자." 이런 얘기가 솔솔 나온다고요?

<기자>

네, 어제 기준으로 환율이 많이 올라서 1달러에 1,180원 정도, 1유로는 1,300원이 넘습니다. 저쪽은 1인데 우리는 1천 단위가 넘어가니까 우리만 너무 크게 쓰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걸 리디노미네이션이라고 하는데, 돈의 실제 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가만 다 같이 일정한 비율로 줄이는 겁니다.

1천 원을 1원으로, 아니면 100원을 1원으로 이렇게 바꾸는 식이죠. 흔히 화폐 개혁이라는 용어하고 혼용하기도 하는데, 뉘앙스가 약간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화폐 개혁이라는 것은 아예 화폐 체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훨씬 더 넓은 의미가 있고 목적이나 방법도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숨어 있는 돈, 지하경제라든가 음성적인 자금일 수도 있고 정말 그냥 집 안에 묵혀두고 있는 돈들도 있죠.

예를 들어 돈 바꿀 때 무조건 실명으로 바꿔 가야 된다, 아니면 6개월 안에 새 돈으로 안 바꿔가면 옛날 돈은 이제 못 쓴다. 이렇게 나와 버리면 이건 돈을 끄집어내려는 목적이 명확한 거고 개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얘기 나오는 것은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고 "언제든 가져오시면 바꿔 드립니다." 수준이라 화폐 개혁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단위 변경 정도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앵커>

한 기자 말대로 예를 들어서 100분의 1로 줄인다고 하면 10억 원짜리 집이 1천만 원이 되는 그런 상황이 될 텐데, 이 리디노미네이션이 물가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단점도 지적이 되는데, 장단점을 좀 정리해주시죠.

<기자>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굉장히 많이 커졌는데 지금 화폐 단위를 쓰고 있는 게 50년이 넘습니다. 1달러 바꾸는 데 1천 단위 이상 쓰는 데가 대부분 후진국들이라 대외적인 위상의 문제도 좀 있고요.

가끔 식당이나 커피숍 메뉴판 보면 아메리카노 3.5, 4.1 이렇게 써 놓은 곳들이 있습니다. 3,500원짜리, 4,100원짜리를 자체적으로 이미 1000분의 1로 줄여서 쓸 만큼 단위가 너무 크면 불편하고 실수할 여지가 있는 것도 맞습니다.

반면에 못 사는 나라 중에도 돈 단위 작은 나라 많다, 단위 바꾼다고 나라 경제 위상이 달라지냐는 의견도 많고 단위를 줄여 놓으면 9,800원짜리가 9.8원이 되는 게 아니라 10원이 될 거다. 결국 가격이 오르는 데서 오는 혼란도 큰 비용이 될 거라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최근에는 요즘 물가도 낮고 경제가 다 부진한데 화폐 단위 변경을 통해 내수 부양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도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리디노미네이션을 했을 때 비용이 얼마고 편익이 얼마인지를 2004년에 연구를 한번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비용이 2조 6,000억 원인데 효과가 5조 원은 된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그때도 물가를 걱정했던 정부가 제동을 걸었고 요즘은 또 그때 상황이랑 많이 다릅니다.

5만 원권이 나오면서 수표 발행에 드는 비용은 사실상 사라졌고 온라인 거래 비중도 늘어 사실상 비용 편익은 완전히 새로 계산을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어쨌든 한국은행이나 정부나 아직까지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죠.

<기자>

3월 말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서 업무 보고를 했는데, 그때 화폐 단위 변경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때 논의가 이뤄질 여건은 됐다고 답을 해서 "어, 진짜 뭐가 진행이 되려나 보다." 이런 관측들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며칠 안 지나서 바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국회의원이 물어보길래 그냥 원론적인 답을 한 거지 지금 당장 뭘 할 계획이 없다. 부작용이나 혼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도 "지금 논의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 검토한 바 없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고요, 다만 정치권에서는 계속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질문도 그렇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은행 국정감사라든지 총재 후보자 청문회 때마다 계속 단골로 나오는 질문이고 다음 주 월요일에는 국회 의원실 주최로 국회 입법조사관, 교수,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예정돼 있어서 아마 관련 보도들도 한동안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당장 이뤄지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상황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