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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늬만 5G ② - 건물을 뚫지 못하는 주파수?…실내·골목길에선 '먹통'

[취재파일] 무늬만 5G ② - 건물을 뚫지 못하는 주파수?…실내·골목길에선 '먹통'
'세계 최초 5G 개통' 타이틀을 얻기 위해 우리 정부는 기존 개통을 예정된 날짜보다 이틀이나 앞당겼습니다. 그 과정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고 기대감은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4월 5일, 정확하게는 이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개통이 됐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존 무선 통신에 비해 20배 빠른 초고속, 10배 짧은 저지연, 10배 많은 초연결 무선통신 기술. 5G를 설명하는 말들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서비스를 우리는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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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G 주파수는 건물을 뚫지 못한다

5G에 쓰이는 고주파는 건물을 투과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직진성이 높고 전파 손실이 심해 도달거리도 짧습니다. 장애물을 휘어서 넘어가는 '회절성'도 떨어집니다. 건물을 투과하지 못하니 실내에선 더 이용이 어렵습니다. 반대로 넓은 대역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대량의 정보전송이 가능해 초고속통신이나 영상전송 등에 적합합니다. 주파수 얘기부터 잠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취재파일] 무늬만 5G ② - 건물을 뚫지 못하는 주파수?
5G 서비스에 쓰이는 주파수 대역은 3.5GHz 또는 28GHz입니다. 4G에서 쓰인 주파수 대역(850MHz, 1.8GHz 등)에 비해 훨씬 고주파 대역입니다. 주파수는 전자파 등이 1초 동안 진동하는 파동의 수를 말합니다. 저주파는 파장이 길고 고주파로 갈수록 짧아집니다. 대역폭은 최고 주파수와 최저 주파수의 차이입니다. 주파수 폭이 넓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전송합니다. 고속도로가 넓으면 더 많은 화물을 전송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겁니다.
[취재파일] 무늬만 5G ② - 건물을 뚫지 못하는 주파수?
5G는 LTE에 비해 고주파입니다. 파장은 더 짧고 대역폭은 더 넓습니다. 왜 고주파를 쓸 수밖에 없는 걸까요. 우리는 이미 3G, 4G 등에서 주파수를 사용했습니다. 라디오와 방송에서도 주파수를 썼습니다. 기존 주파수가 저주파에 이미 많이 할당돼 있습니다. 주파수가 겹치면 라디오에 혼선이 오듯 주파수도 간섭이 생깁니다. 기존 주파수와 간섭을 피하고 동시에 빠른 전송속도를 내기 위해선 넓은 대역폭 확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선택된 게 고주파 대역입니다.
[취재파일] 무늬만 5G ② - 건물을 뚫지 못하는 주파수?
다시 5G 서비스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5G 주파수는 건물을 제대로 투과할 수 없기 때문에 LTE때보다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합니다. 기지국 구축에 한계가 있다면, 기지국 신호를 중계해주는 중계기나 도심지역에 추가로 설치되는 스몰셀 등이 촘촘히 배치돼야 합니다.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주파수를 전달하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단말기까지 도달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었을까요.

● 5G 기지국 설치 목표는 'LTE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8년 6월 이동통신사들에게 5G 주파수 경매를 하면서 목표로 세운 기지국 수는 15만 국입니다. 그리고 확인 결과 이 수치는 'LTE 기준'이었습니다. 5G 상용화가 우리가 처음이다 보니 기준을 삼을 게 없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5G는 LTE보다 훨씬 더 많은 기지국, 중계기, 스몰셀 등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 'LTE 기준'으로 세워진 15만 국 중 이동통신사들은 각각 10% 수준의 기지국만 설치한 상황입니다. ( [취재파일] 무늬만 5G ① - 뚜껑 열어보니…5G는 안 터지고 속만 터진다)

그나마도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돼 있습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5G 기지국 신고 장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일을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8만 5261개 기지국 장치 중 85.6%인 7만 2983개가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설치됐습니다. SK텔레콤과 KT에서 공개한 커버리지 맵을 보면 더 확연하게 차이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그나마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경우 부산과 대구뿐 아니라, 강원과 충청, 경상도와 전라도 등에 기지국이 없습니다(4월 3일 기준).
SK텔레콤 5G 커버리지맵(4월 12일 공개)
KT 5G 커버리지맵(4월 5일 공개)
● "LTE 우선모드로 써라"

안 그래도 소중한(?) 5G인데 네트워크가 자체가 먹통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5G 망 커버리지 지역을 벗어났을 때 LTE로 넘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먹통이 된다는 겁니다. 삼성 단말기 유저들을 위한 '삼성 맴버스' 어플에 들어가 보면 이런 불만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했다고 설명했지만, 이와 같은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취재파일] 무늬만 5G ② - 건물을 뚫지 못하는 주파수?
갤럭시 S10 5G 유저들은 이럴 땐 아예 "LTE 우선모드로 바꾸라"고 조언합니다. 5G에서 LTE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먹통이 되니까, 아예 5G 대신 LTE 우선으로 사용하라는 겁니다. 단말기 자체를 껐다가 켜면 잘 된다는 사용 팁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5G 서비스 이용자도 며칠 동안 4~5번은 껐다가 켰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취재파일] 무늬만 5G ② - 건물을 뚫지 못하는 주파수?
박진명 / 5G 서비스 이용자
(네트워크가 먹통이 되는 건 어떤 상황인가요?) 그거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가다가 어느 순간 핸드폰 보면 안 되더라고요. 계속 껐다 켜 봐도 안 되는데 핸드폰을 재부팅시키면 되더라고요.
(재부팅시켜야 되는 건가요?) 예. 근데 저는 항상 그래서 그럴 때는 재부팅을 시켜요. 그리고 와이파이에서 데이터 넘어갈 때도 가끔 먹통이 돼서 그럴 때는 재부팅, 빨리 재부팅하는 게 제일 나은 것 같아요.

지난 10일,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 3사 임원과 긴급회의를 열어 5G 서비스 품질 향상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 3사들도 내부적으로 회의를 열어 5G 기지국 구축과 서비스 품질 향상에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어떤 논의가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5G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도 '제대로 받고 있는' 5G 요금제나 고객 유치에만 집중해 '불법 보조금'이 확산되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도 함께 공유하고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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