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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너무 애쓰지 마요"…책으로 본 '2018 대한민국'

<앵커>

친절한 경제, 금요일에는 권애리 기자와 소비 트렌드 알아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23일)은 도서 독서 트렌드를 들고 오셨던데, 이게 그해에 사회 분위기를 또 반영한다고요?

<기자>

네, 국내 한 인터넷서점이 연초부터 지금까지 도서시장에서 눈에 띄는 트렌드를 좀 갈라봤는데요,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게 이른바 '힐링 에세이'류의 약진입니다.

일단 지난해랑 비교했을 때 에세이류가 팔리는 규모 자체가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171%나 늘었거든요. 그렇게 잘 팔리는 에세이류에서도 베스트셀러에서 보이는 특징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가 많았던 자기계발서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대신에 주로 나 자신을 다독이고 돌아본다. 그런 주제의 책들이 도드라지는데요, 특히 이 책들의 공통점은 "지금 괜찮다.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돼."라고 얘기해 준다는 겁니다.

올해 가장 잘 팔린 에세이 베스트셀러 중의 3위 제목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거든요. 이게 올해 분위기를 요약하는 제목으로 꼽힙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가 좀 더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게 되고 더 이상 성장지향 일변도만은 않은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하지만요.

한편으로는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상태가 길어지고 있는 지금 상황을 반영하는 걸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특히 청년 취업이 어려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큽니다. 그렇다 보니까, 지금의 나 자신을 다독이는 데 초점을 맞춘, 이런 힐링 에세이들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거죠.

<앵커>

약간 씁쓸하기도 한 그런 편인데, 올해 도서시장에서 지금 트렌드를 반영하는 특징 또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네, 북한 관련 도서들의 출간이 늘었고 그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원래 지난해까지 시중에 나오는 북한 서적은 대개 학술도서거나, 이데올로기를 다룬 책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올해는 거기에 더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책이라든지, 탈북한 사람들의 생활 에세이 같은 신간들이 좀 더 추가로 나오고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처세술 관련된 책으로는 이것도 자기 발전이나 계발, 이런 쪽보다는 직장에서 사회에서 주눅 들지 않고 내 표현을 하는 법에 대한 책들이 주를 이룹니다.

아예 제목부터 베스트셀러들이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웃으면서 할 말은 다 하는 사람들의 비밀' 이런 책들이 인기입니다. 감이 오시죠.

올해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로 꼽히는 게 '갑질 파문'입니다. 요새도 연일 좀 기가 막히는 갑질 사건들이 계속 터지고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이거는 전보다 탈권위주의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아, 이건 부당한 일이다." 생각되면 내가 을이더라도 억울하게 참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가 전보다 자리 잡고 있고요. 그 분위기가 반영된 도서 트렌드다 이렇게 봅니다.

<앵커>

이번 트렌드는 좀 맘에 드는 것 같은데 재테크 관련해서는 주식 관련된 책이 많이 팔렸다고요?

<기자>

네, 주신 관련 책의 증가율이 큽니다. 주식 관련된 재테크 도서는 지난해보다 무려 73%가 늘었는데요, 부동산 관련 도서는 4% 느는 정도, 현상 유지 한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원래 재테크 도서 시장에서 주를 이루는 게 늘 부동산 서적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부동산의 비중이 좀 더 크지만요.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좀 말씀드리기가 민망한 게 사실 출판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 건 올해 주식시장이 굉장히 장밋빛으로 시작됐기 때문이죠.

1년 반 동안 지난해 초부터 1년 반 동안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빚내서 투자하신다는 분들까지 나오는 분위기가 됐고요.

지금이라도 나도 들어가지 않으면 손해 아닌가 하다 보니까, 재테크 도서의 중심이 주식 쪽으로 많이 옮겨갔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 코스피지수가 딱 2년 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왔죠. 내년에 대한 전망도 엇갈립니다.

제가 여기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길어지고 중국이 침체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미국 시장도 기대했던 것보다 기업 실적들이 좋지 않다. 이런 실망이 좀 시장에 돌면서 내년에 세계적으로 경기전망이 좀 불확실하다는 쪽으로 기웁니다.

그래서 요즘에 대체로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 증시가 주춤한데요, 그런 데다가 미국 금융당국은 어쨌든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분명히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우리 증시에는 별로 좋을 게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주춤하고 있는데, 내년 주식시장의 하한선을 좀 낮춰잡는 전망들이 요즘 점점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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