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지구촌을 흔들고 있습니다.
한국과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최고기온을 기록하며 사망자가 속출했고, 그리스와 스웨덴, 미국 캘리포니아는 대규모 산불로 엄청난 피해를 봤습니다.
유럽엔 가뭄까지 덮쳐 푸른 초원을 척박한 땅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미국 방송 CNN은 4일(현지시간) "기후변화가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북극곰이나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작은 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과학자들의 견해"라고 전했습니다.
기후변화는 대륙을 불문하고 일반인의 삶과 밀접한 문제로, 지금까지 제시된 증거들을 종합해보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전망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역대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여름 일본에서는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125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5만7천여 명이 병원으로 긴급이송됐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2일 기준으로 35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습니다.
산불이 휩쓴 그리스에서는 8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수도 아테네 외곽에서 시작된 산불은 그리스 북동부 해안도시의 주택가로 번졌습니다.
시속 100㎞가 넘는 강풍을 타고 번지는 불길에 주민들은 바다를 눈앞에 두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섭씨 4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던 스페인에서도 3명이 사망했습니다.
미 캘리포니아에서는 자동차에서 시작된 불꽃이 주변의 마른 수풀로 옮겨붙으며 산불로 번지는 바람에 최소 8명이 숨졌습니다.
40도를 넘나드는 이상기온 속에 뜨겁고 건조한 바람을 타고 번진 불길은 '파이어 토네이도'(화염의 회오리 폭풍)라는 기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불은 시속 230㎞의 속도로 휘몰아치며 화염 기둥과 같은 소용돌이로 13만4천 에이커(542㎢)의 산림과 시가지를 삼켰습니다.
서울시 면적의 약 90%에 달하는 토지가 잿더미로 변한 셈입니다.
무더위에 비도 오지 않는 날씨가 겹쳐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곳곳에서 산불예방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바비큐나 담배꽁초, 번개까지 거의 모든 것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고, 미 몇몇 주와 유럽의 포르투갈, 스웨덴 등은 일반 가정의 바비큐 파티까지 금지했습니다.
'물과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는 물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7월 강수량은 전국 평균 11㎜로, 기상 관측 112년 만에 가장 비가 적게 내린 달로 기록됐습니다.
가뭄 탓에 강물이 말라 선박을 이용한 대규모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1921년 이래 강수량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스위스는 전국에 불꽃놀이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1일 국경일을 맞아 몇몇 지역에서 불꽃놀이가 예정돼 있었지만, 스위스 당국은 오랜 가뭄 속에 산불 위험이 커졌다고 보고 이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과학계는 향후 수십 년간 폭염은 더 많은 곳에서 자주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이 같은 혹서는 인류가 만들어낸 기후변화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 중 하나로 불립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기후변화 연구소의 카르스텐 하우스테인은 "인류의 개입 때문에 유럽의 폭염은 최소 두 배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미국기상학회(AMS)와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가 발표한 연례 기후 보고서를 보면 2017년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기온은 관측 이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고, 해수면은 6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한 것은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았던 18, 19세기부터였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은 19세기 후반 이래 지구의 온도는 이미 1.1도가량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현실 속 대처 움직임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 이론에 대해 '사기'라고 주장하며,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했습니다.
파리협정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 마련한 합의안이었지만, 각자가 목표를 세워 준수해가는 형식인 까닭에 사실상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전 국제협정도 부실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파리협정의 전신인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등 더 강력한 구속력을 가졌지만,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배제한 채 선진국만 참여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었습니다.
미국의 지구온난화 대처에 트럼프 대통령만 어깃장을 놓았던 것도 아닙니다.
미국은 1998년 교토의정서에 서명했지만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했고, 조지 W.부시 대통령은 2001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해버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