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3차 재정추계 때는 고갈 시기를 2060년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여러 공공기관과 대학 연구팀은 2060년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현행 보험료율(9%)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년 더 빠른 2058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에게 궁금한 점들을 직접 물어봤습니다. 인터뷰했던 내용을 일문일답 형태로 재정리했습니다.
- 오는 17일 재정추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난 3차 때보다 기금 고갈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추측이 많은데요?
= 그렇습니다. 이미 여기저기서 그렇게들 전망하셨고, 실제로도 기금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면 고갈 시기가 당겨질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고갈 시점이 언제인지는 아직 밝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에 저희 위원회의 공식 입장으로 말씀드린 적도 없습니다. 정확한 결과는 17일 공청회 때 발표할 겁니다.
- 그럼 아직도 추계 작업 중이신가요?
= 사실 위원회에선 아직 연금 고갈 시기를 못 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추계 모델에 들어가는 26개 변수 중 하나인 합계출산율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합계출산율 데이터를 통계청으로부터 받기로 돼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출생아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예측 시나리오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출산율은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0.9명대 선으로 예측되고 있죠.
- 그런 부분이 추계 작업에 어떤 걸림돌이 되는 건가요?
= 재정추계 위원들은 인구 모델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통계청의 예측 시나리오를 벗어나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 합계출산율 추이를 두고, 이것이 정말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것인지 추계 위원들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것을 올바르게 판단해야 정확한 연금 고갈 시기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판단은 통계청 전문가들이 해줘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은 내년 3월쯤에나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좀 더 정확한 판단은 내년이 돼야 가능하겠네요?
= 네, 어쩌면 내년 3월 통계청의 합계출산율 추이가 나오면 임시로라도 재정추계를 다시 한번 더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지금까지 여러 공공 혹은 대학 기관에서 기금 고갈 시기를 두고 발표했죠. 최근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58년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예측들은 방금 말씀드린 합계출산율의 상황을 반영하기 전이어서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순 없습니다. 다만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건대 2058년보다 고갈 시기가 더 앞당겨졌을 거라는 가정에 대해서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걸 뒷받침할 유의미한 데이터들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 아까 추계 모델에 들어가는 변수가 26개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중요한 건가요?
= 그건 아닙니다. 지금 국민들은 떨어지는 출산율, 특히 '인구절벽' 현상이 연금 고갈을 앞당기는 가장 큰 변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시기에 미래에 연금 낼 사람이 줄어들면 당연히 그만큼 기금은 더 빨리 고갈되는 게 아니냐는 거죠. 하지만, 실제로는 출산율보다 영향력이 더 큰 변수들이 있습니다. 바로 경제성장률과 금리입니다. 어떻게 보면 두 변수가 기금의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라 할 만큼 큽니다. 그만큼 미래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죠. 그에 비해 출산율이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미미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지금 재정추계에 사용하시는 통계 모델은 믿을만한가요?
= 국민연금 재정추계 모델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식 통계 모델을 분석해서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4차 재정추계 과정에서 통계 모델을 한층 업그레이드했습니다.
- 일각에서는 보험료율이 올라갈 거라는 걱정도 있습니다.
= 지금 상황에서 보험료율을 높이는 문제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재정추계 작업과 더불어서 보험료율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항은 오는 17일 공청회 때 한꺼번에 발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