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20일간의 준비 기간을 마치고 27일 정식으로 수사를 개시합니다.
지난 4월 중순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댓글조작 의혹에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연루됐다는 첫 보도가 나온 뒤 두 달여 만입니다.
경찰·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요 증거가 소실되는 등 수사 환경은 더 악화한 상태입니다.
이에 특검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27일 서울 강남역 인근 J빌딩에 특검 사무실을 공식 개소하고 본격 수사에 돌입합니다.
현판식 등 공식적인 행사는 열지 않을 예정입니다.
특검팀은 전날 파견검사 13명 중 마지막 2명을 확정 짓는 등 수사팀 구성에 힘쓰는 한편 사건 기록 분석을 병행해 왔습니다.
특검법은 특검팀을 특별검사 1명과 특검보 3명, 파견검사 13명, 특별수사관 35명, 파견공무원 35명 등 최대 87명 규모로 꾸릴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수사 인력이 채워진 상태입니다.
허 특검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윤석열 검사장과 면담하고 향후 수사 방향 등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윤 지검장은 BBK 특검에 평검사로, 국정농단 특검에 수사팀장으로 파견된 경력이 있습니다.
허 특검의 수사 대상은 ▲ '드루킹' 김동원(49)씨 및 그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불법 여론조작 행위 ▲ 이에 연루된 범죄혐의자들의 불법 행위 ▲ 드루킹의 불법자금 관련 행위 ▲ 그 외 인지 사건입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의 핵심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에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이 얼마나 관여됐는지, 실제로 관직 등 여론조작 활동의 대가로 제안했는지 등을 투명하게 밝히는 데 있다고 봅니다.
드루킹과 김 당선인을 이어준 것으로 알려진 송인배 신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역할을 규명하는 것 역시 특검에 주어진 숙제입니다.
반면 특검 앞에 놓인 수사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우선 특검보·파견검사 등 특검팀 구성이 예상보다 늦어지며 수사 일정이 지연됐습니다.
허 특검은 이달 7일 지명됐지만, 특검보 3명과 수사팀장이 결정되는 데 약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검찰 정기 인사가 겹치며 특검 지명 18일째에서야 파견검사를 모두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특검팀 내부의 업무 분장이 늦어지고 검찰·경찰이 넘긴 수만 쪽의 기록 분석도 속도를 내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박영수 특검팀이 10일 만에 파견검사 20명을 확정해 사실상 수사에 조기 착수한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앞선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논란도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입니다.
수사 초기 폐쇄회로(CC)TV와 USB 같은 증거물 확보에 실패한 경찰은 '김 당선인이 드루킹에게 의례적인 감사 인사만 보냈을 뿐'이라고 밝혔다가 기사 주소(URL)까지 보낸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면서 망신을 샀습니다.
김 당선인에 대한 통신·계좌 영장도 발부받지 못한 채 그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드루킹 일당이 사용한 범행 도구인 '킹크랩' 프로그램은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미 삭제되는 등 증거확보의 '골든 타임'이 이미 지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김 당선인이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당선됐고 잠재적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주요 참고인이 사건의 실체를 두고 입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송인배 전 청와대 제1 부속비서관도 이날 정무비서관으로 중용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상황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 시절 진행된 BBK 특검 당시에도 주요 연루자들이 이 전 대통령에 유리한 증언을 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가 시작되는 27일이 김 당선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일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드루킹은 앞서 언론을 통해 공개한 '옥중 편지'에서 김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8일 댓글 공작에 대한 대가로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일 경우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은 이달 27일 끝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드루킹이 올해 2월 20일 의원회관에서 김 당선인으로부터 "오사카는 커서 (영사 자리는) 안 돼"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만큼 그때까지 양측의 '밀고 당기기'식 논의가 계속됐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이에 특검 수사로 파악되는 사실관계에 따라 공소시효 6개월의 만료 시점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