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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보고싶다, 꿈에라도 나와줘"…단원고 재학생들 편지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울지 않고 의연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4주기인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다시 봄, 기억을 품다'라는 주제로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강당은 시작 전부터 재학생과 교사 등 600여명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학생들은 하늘의 별이 된 선배와 선생님들을 위해 편지낭독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제일 먼저 편지를 읽은 단원고 2학년 여학생은 "제가 당시의 선배님 나이가 돼 보니 기대하며 (수학여행을) 가셨을 마음에 공감된다"라며 "그날에 대해 생각하면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해 절대 지울 수 없는 가슴 아픈 순간으로 제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선배님과 선생님들의 희생이 절대로 잊히지 않도록 끝없이 노력해 대신 꿈을 이뤄나가겠다"라면서 "저희는 더욱 강해질 것이며 아무 힘없는 약자를 이용해 다치게 하는 강자에게는 더욱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희생자 중 한 명이 오빠라는 재학생의 편지는 다른 여학생이 대독했습니다.

이 학생은 "오빠를 보낸 뒤부터 매일 밤 수도 없이 기도하고 자. 이 모든 게 긴 악몽이게 해달라고. 눈 떠보면 오빠가 우리 가족 곁에 있게 해달라고 말이야"라며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무뎌진다고 하는데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무뎌지고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오빠 생각나면 울지 않고 의연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라고 말하다 목이 멘 듯 말을 쉽게 잇지 못했습니다.

이어 "오빠가 어떤 목소리였는지, 키가 어느 정도였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라면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볼 수 없다면 기억에 담아둘 테니 꿈에라도 나와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단원고 총동문회장은 "선생님들의 말씀대로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됐는지 자신이 없다"라며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이 오늘따라 더욱 보고 싶다"라며 그리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들의 편지가 읽히는 동안 강당 곳곳에서는 학생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편지낭독이 끝나고 빔프로젝터로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뉴스가 상영되자 추모 분위기는 더 숙연해졌습니다.

이어 학생들은 추모곡인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한 뒤 각자 쓴 편지를 종이비행기를 접어 공중에 날렸습니다.

단원고 교장은 "세월호는 단원고의 역사가 돼 버린 슬픈 참사"라면서도 "학생들이 아픔에, 슬픔에 묶여있기보다 선배들이 못다 이룬 꿈과 희망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라고 위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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