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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시작부터 '최종 합격'…채용비리 백화점 된 하나은행

<앵커>

친절한 경제, 매주 화요일 정경윤 기자와 주요 경제 현안 살펴보고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6시 뉴스에도 한 번 전해 드렸는데 '하나은행에서 또 채용 비리가 발견됐다' 이건 들어도 들어도 화가 계속 나고 적응이 안 됩니다.

<기자>

네, 너무 자주 들어서 좀 헷갈리실 수 있는데 이번에는 금융감독원이 2013년 채용 과정을 조사해서 비리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앵커>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보니까 회장이 찍은 사람은 면접에서 0점을 받았는데도 합격을 시켰다. 면접 0점 받기도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런 내용까지 있어요.

<기자>

네, 방식은 비슷하지만 이번에 눈에 띄는 건 이렇게 하나금융의 전·현직 임원들이 특혜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한 응시자의 서류 전형 카드를 저희가 다시 만들어봤는데요, 이미 저 서류 단계부터 응시자 이름 옆에 '최종 합격'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시작부터 합격시켜야 하는 이 사람 추천자를 봤더니 '회'라고 쓰여 있었는데 회장 혹은 회장실의 민원으로 김정태 회장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13년에도 회장이었으니까요.

또 있습니다. '함00 대표님'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있었는데 함영주 현재 은행장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고요. 추천자가 '짱'으로 표시된 지원자도 있었는데 김종준 당시 하나은행장이었습니다. 이분은 아들 친구를 포함해서 4명을 추천했다는 걸 본인이 인정했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인사팀에 이름만 얘기했다는 응시자도 서류 전형에서 점수가 부족했는데 통과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또 국회 정무실, 청와대 감사관 조카, 감독원 이런 기관들의 이름도 추천인으로 등장해서 취업준비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앵커>

이건 취업준비생이 아니라 정말 전 국민의 공분을 살 일이죠. 그런데 또 이런 것 말고도 여자 지원자는 일부러 줄이고 남자는 더 뽑고 이것도 역시 하나은행에서 드러났다고요?

<기자>

네, 이번에도 임원 면접에서 합격권에 있던 여성 2명은 탈락시키고 대신 뒤처져 있던 남성 2명 순위를 올려서 합격을 시켰다고 합니다.

2013년에는 아예 사전에 남녀 채용 비율을 정해놨는데 상반기는 9.4:1, 하반기는 4:1 이렇게 채용하기로 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최종 합격자 비율을 따져 보니까 상반기는 10.8:1, 하반기는 5.5:1이었습니다. 원래 계획보다도 남성 지원자를 더 뽑은 거죠. 지원자 중에 남자가 더 많았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남녀 응시 비율이 1.3:1로 거의 비슷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 지원자들의 실력이 부족했을까요? 서류전형의 커트라인을 따져봤더니 하반기 서울 지역의 여성 합격선은 467점, 남성은 419점이었습니다. 50점 정도 차이가 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전형을 거치면서 성비 차이는 더 벌어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얼마 전 국민은행에서도 채용 과정에 성차별 사례가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만, 공개 채용을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공정성 문제를 두고도 어느 누구도 내부에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충격적입니다.

<앵커>

금감원이 어제(2일) 발표를 했고 이걸 묶어서 검찰로 보냈으면 검찰에서 다시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게 되겠죠?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름 옆에 '회'자가 있거나 이 약어가 뭘 의미하는지 또 국회 정무실 같은 표기가 정확하게 누구를 의미하는지 가려야 할 텐데요, 일단 김정태 회장은 본인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부인을 한 상태입니다.

또 추천인 이름에 나와 있어도 "나는 아니다"라고 반박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가장 먼저 명확히 해야겠죠.

한두 달 사이에 이렇게 채용 비리가 연달아 터지고 있는데 정작 하나은행은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을 해야겠다면서 명확하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금감원 조사는 최흥식 전 원장이 2013년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시작된 조사였었는데 의혹이 나오자마자 자리에서 물러났었죠.

만약 김정태 회장도 관련이 있는 걸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다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은행권 채용 비리가 파도 파도 새로운 게 나오는데 아무래도 가장 큰 상처를 받는 사람들은 당시에 하나은행 채용에 응시를 했던 취업준비생들이겠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사를 통해서 제대로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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