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생리대 없이 생리를 견디는 여성 노숙인들

생리대 없이 생리를 견디는 사람들

여성 노숙인에게
생리대는 사치입니다.

“목욕 봉사를 하다 보면 
생리혈이 팬티에 
굳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권주실 간호사/ 아가페의 집
“공중 화장실 휴지를 덧대어 쓰거나
어쩌다 얻은 생리대 하나로 
아주 오랜 시간을 버티는 경우도 있어요.”

-권주실 간호사/ 아가페의 집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노숙인에게 생리대를 전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얼마 전 SNS에 여성 노숙인을 위한 
생리대 나눔함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화장실 3곳에 
나눔함 9개가 설치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

영등포역 화장실 3곳은 밤이 되면 
노숙인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영등포문고 옆 화장실에서
첫 번째 나눔함을 발견했지만...
텅 비어 있었습니다.
총 9개 가운데 딱 2곳에만
생리대 2~3개가 들어있었습니다.
“나눔함에 생리대가 없네요?”
“그래요?
수시로 누군가 채워놓던데….”  

- 현모 씨/지하철 환경미화원
20분쯤 지났을까. 
한 여성이 생리대를 나눔함에 넣는 모습 포착!

“여성 노숙인도 생리대가 필요할 텐데 
이전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생리대 한 개 정도는 부담도 안 되는데...”

-송수진 씨

텅 빈 나눔함을 보고 놀랐지만
공연한 걱정이었습니다. 

생리대를 택배로 보내오거나 
영등포역 종합안내소에 생리대를 한가득 
건네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나눔함 설치를 허가해준 영등포역 측도
처음에는 잘 운영될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생리대 나눔이 끊이지 않는 걸 보고  
직원들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노숙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을 지지하면서도
처음엔 과연 생리대를 나누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죠.”

-배은선 부역장 /한국철도공사 영등포역

“나눔함이 안 채워지면
판촉용으로 받은 
생리대라도 구해서 채워 넣자고 했는데, 
저희가 나설 필요가 없더라고요.”

-배은선 부역장 / 한국철도공사 영등포역

“화장실 안에 CCTV가 있는 것도 아니니 
누가 쓰는지 확인은 못 해요.
그래도 노숙인이 워낙 많이 오가니 
전달되지 않을까요?”

-현모 씨 / 지하철 환경미화원
나눔함은 서울예대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졸업작품을 기획하다 만들었습니다.
“여성들은 평소에 생리대를 
5개 정도 가지고 다닌대요.

한 개만 기부해도 여성 노숙인의
생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1/5 나눔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최진홍 씨/ 서울예술대학교 미디어창작학부 졸업생
학생들은 졸업했지만
지금도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생리대를 기부하고 싶다’는 
연락이 끊이지 않아서입니다.
“생리대를 누군가 챙겨가면 어떻게 해요?”


“양심을 믿고 시작한 캠페인이에요.
여성 노숙인의 생리 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최진홍  씨/ 서울예술대학교 미디어창작학부 졸업생
저도 취재하러 갔다가 
생리대 한 개 넣고 왔습니다.

앞으로 그냥 지나치지 않기!

글·구성 박수정   그래픽 김민정
기획 채희선

여성 노숙인에게 생리대는 사치입니다. 이들은 생리대 대신 공중 화장실 휴지를 덧대어 쓰거나 생리대 하나로 아주 오랜 시간을 버틴다고 합니다.

평소 여성 노숙인 문제에 관심이 있던 서울예대 학생 3명은 지난해 11월 영등포역 화장실 3곳에 생리대 나눔함을 설치했습니다. 여성들이 생리대를 5개 정도 가지고 다니니 한 개만 기부해도 여성 노숙인의 생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든 것입니다.

설치한 지 4개월, 생리대 나눔은 끊이지 않습니다. 나눔함이 비면 누군가 수시로 채워놓을 뿐 아니라 영등포역에 찾아와 생리대를 한가득 건네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여성 노숙인들이 실제로 생리대를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눔함을 만든 학생들은 여성 노숙인 생리 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글·구성 박수정/ 그래픽 김민정/ 기획 채희선
(SBS 스브스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