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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손님도 회사도 만족…시장 법칙 깬 '선 주문·후 제작'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소비자 트렌드 알아보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사실은 시청자 여러분들보다 제가 먼저 권 기자가 준비해 온 걸 읽게 되잖아요. 오늘은 인터넷 쇼핑 같은데 워낙 패션업들이 치이다 보니까 살아남기 위해서 각종 아이디어를 내는 걸 가져오셨는데 첫 번째 신발 회사 이거 재미있네요.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전에 여기서 한 번 베스트셀러의 시대는 끝났다. 이런 말씀 드렸던 적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제 히트상품 하나를 기대하기보다 대기업들도 다양한 상품을 두루두루 내놔야 경쟁이 됩니다.

그런데 보통 여러 제품을 조금씩 만든다고 하면 당장 우리가 교과서에서 경제 배울 때 제일 먼저 배우는 것 중 하나인 규모의 경제가 안 되죠.

똑같은 걸 많이 생산해야 단가를 낮춰서 가격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법칙이 온라인 시장에서는 깨지기도 합니다.

국내 한 의류 제화 브랜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구두 라인'인데요, 먼저 웹사이트에서 일정 기간 동안 디자인 몇 개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물건을 만들어 놓은 게 아니고요. 보여준 디자인 하나당 100켤레 이상 주문이 돼야 해당 디자인 생산을 시작하는 겁니다. 미리 선불로 값을 다 받고 딱 주문받은 만큼만 만드는 겁니다.

한꺼번에 불특정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가능한 건데 가격도 비슷한 브랜드의 비슷한 사양의 기존 제품들보다 평균적으로 35% 이상씩 낮췄습니다.

<앵커>

신발회사 입장에서는 손님을 잡아놓고 물건을 파는 거니까 되게 편할 것 같아요.

<기자>

재고 관리 비용이 전혀 안 드는 겁니다. 주문을 먼저 받고 말씀하신 대로 입금 완료된 다음에 만든 만큼만 바로 나가니까 일반적인 대량 공장생산에서 필수적인 재고 비용이 싹 빠지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방지형/여성 의류·제화 브랜드 온라인팀장 : (시즌) 기획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익률을 덜 책정하는 것도 있고요. 재고를 갖게 되면 그것도 다 비용인데, 이건 저희가 주문받은 것만 생산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다 순수하게 제거가 돼서 가격에 반영하는 거죠.] 

이 라인은 지금까지 선주문 기간을 지난해 12월부터 세 번 열었습니다. 세 번째 예약이 이번 주로 끝났는데요, 일주일씩 주문을 받고 받은 만큼만 제작해서 배달을 합니다.

국내 여성화는 보통 한 시즌, 그러니까 6개월 동안에 단일 디자인으로 500켤레 이상이 나가면 그때부터 히트상품으로 분류를 합니다.

그런데 100개만 넘게 예약되면 생산은 한다 했던 이 제품들 중에서 일주일 동안에 선주문이 540켤레까지 나온 디자인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주문을 해놓으면 제품 수령까지 적게는 2주, 길게는 3주가 걸립니다. 그러니까 다른 온라인 쇼핑의 빠른 배송 같은 장점은 없고요.

그렇다고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신어보고 샀을 때 장점 같은 건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으니까 이렇게 인기가 있었다고 보는 겁니다.

이 브랜드에서도 예상 밖의 성공이어서 앞으로는 남성화나 스니커즈 같은 제품들로까지 이런 방식의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은 인터넷 쇼핑 같은 것 하면 딱 클릭하면 다음 날이나 다음다음 날 이렇게 오는 맛 때문에 사는 부분도 있는데 이건 늦는다는 게 단점이지만, 제품 자체만 괜찮다면 해볼 만하겠죠. 남자 옷도 이전과는 다른 트렌드가 있다고요?

<기자>

네, 남성복은 목둘레나 팔길이 같은 것이 몸에 딱 맞아야 예쁘잖아요. 그래서 옷 중에서도 온라인 구입하기 가장 부담스러운 옷인데요, 국내 한 남성복 라인이 지난해부터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요청이 오면 맞춤 정장을 만드는 것처럼 담당 테일러가 찾아가서 몸 전체 치수를 다 재고 스타일 상담도 해줍니다.

이때 결제를 미리 하면 이 브랜드의 기성복 디자인으로, 고객 몸에 맞게 제작을 새로 해서 2주쯤 후에 다시 직접 갖다 주는 겁니다.

가격은 이 브랜드의 기성 제품과 똑같습니다. 일단 이렇게 한 번 해두면 그 개인정보가 등록돼서 다음부터는 그냥 온라인 주문해도 맞춤 수선이 돼서 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 비용이 안 들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 이익이 된다는 거죠. 일단 서울, 수도권에서만 시행하고 있는데 한 달에 40명 정도 이렇게 방문 맞춤을 신청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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