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틀 모두 하락률 기준으로는 역대 100번째에도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꼭 한 달 만인 지난 2008년 10월 15일 다우지수는 733.08p 빠지면서 7.9% 하락했습니다. 9.11 테러가 일어난 지 엿새 뒤인 2001년 9월 17일 다우지수는 684.81p 떨어지며 7.1%의 낙폭을 보였습니다.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로 불리는 이날 다우지수 하락 폭은 22.6%(-508p) 였습니다. 뉴욕 증시 시가총액의 1/4이 하루에 증발한 것입니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미국의 물가는 미스테리였습니다. 완전고용을 능가하는 낮은 실업률에 경제성장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데 유독 물가만 눌려 있었습니다. 미 연준은 시장에 풀린 돈을 급하게 걷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1월 미국의 시간당 평균임금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2.9%나 오르면서 200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져 곧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채권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섰고국채금리가 오르자 조달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기업들에 대한 실적 우려로 2018년판 '블랙먼데이'가 만들어졌습니다.
기업들의 실적을 바탕으로 한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이 좋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대규모 감세 정책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지난달 말에는 대선 후보 시절10년 동안 1조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했던 사회간접자본 투자 규모를 1조 5천억 달러로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임금과 물가 상승을 더욱 재촉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당장 세입은 줄지만 공화·민주 양당이 늘려버린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시중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뉴욕증시 폭락에 대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핵심당국자들도 아직까지는 '건강한 조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이 좋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잘 알려진 대로 빚을 너무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미 대선 기간 스스로를 '부채의 왕'이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부채 확대는 일시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지만 빚더미 위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까요? 들어올 돈이 줄었다면 쓰는 돈도 줄여야 하는 게 당연해 보이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