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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日서 잇단 품질 조작…무너지는 '장인정신' 왜?

친절한 경제입니다. 일본 제품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장인정신이란 말이 떠오르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한마디로 짱짱하고, 흠 없고, 고장 잘 안 나고 이런 이미지가 강하죠.

그런데 그랬던 일본 회사들의 이미지가 최근 들어서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수준 이하에 제품을 만들어 놓고 검사를 조작해 가면서 납품을 해오다가 하나둘 들통이 나고 있는 겁니다.

지난주에 도레이란 큰 화학회사에서 바퀴, 타이어 안에서 단단하게 버텨주는 보강재란 걸 기준 미달인데도 자동차나 비행기 회사 같은데 납품을 하다가 걸렸습니다. 안전에 위험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런 회사가 지금 처음이 아니라는 게 문제인데 최근에 벌어진 것만 따져봐도 지난달에 고베제강이라고 일본 3위 알루미늄 회사가 검사를 조작해서 강도가 약한 제품을 기차나 비행기 만드는데 납품했다가 걸렸고요.

그 이후에 닛산, 미쓰비시, 도레이 우리도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회사들이 줄줄이 품질에 문제가 있는 데 팔아오다가 당국에 걸리거나 아니면 자기들이 실토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닐 거다. 더 많은 회사가 이런 짓을 해왔는데 숨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부까지도 이런 경고를 내놓고 있는데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히로시게 세코/일본 경제산업 장관 : 이런 비리들은 일본 제조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배신행위입니다. 정부는 전체 회사들에게 이런 배신행위를 막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배신행위라고까지 얘기를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일본 말로 '모노즈쿠리'라고 부르는 장인정신, 메이드인 재팬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 좀 강하게 말하면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일본에 무슨 일이 생긴 거냐 이걸 따져봐야 되겠죠. 영국에 BBC가 분석한 기사가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 이걸 인용을 좀 하자면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우선 장인정신이라는 게 시간이나 돈이 얼마가 들든 철저하고 꼼꼼하게 따져보고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입니다.

20년 전부터 경제가 꺾이면서 회사들이 그럴 여유가 어디 있냐, 원가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라고 몰아붙이면서 품질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런 부작용이 이제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있고요.

두 번째는 국내 경기가 꺾이면서 여러 나라에 지사를 만들어가면서 해외 진출을 많이 한 경우들이 있는데 그러다가 지사 저 끝에서 제품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결국 품질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데 제대로 적응을 못 하고 편법으로 대처하다가 생긴 비극이다. 이렇게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뭘까 이걸 좀 생각해 봐야 될 텐데,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만, 과연 우리나라 회사들은 저런 문제가 하나도 없을까 하는 노파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도 "원가절감 해라.", "속도를 높여서 해라." 이런 주문 하는 곳들이 사실 적잖기 때문에 일본에서 저런 이야기가 지금 나오는 것도 일본에 오히려 아직 장인정신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더 큰 문제를 만들기 전에 스스로 잘못을 잡아내고 솎아내는 자정 운동을 하는 거란 지적도 있거든요.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우리도 "일본 어떡하냐 어쩌다 저렇게 됐대." 하는 옆집 걱정보다는 "우리도 혹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재점검을 해보는 계기로 삼는 게 어떨까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얘기를 꺼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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