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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가라, 질문 받지 마라"…4차산업혁명위 소통법?

"'소통불능' 블루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자격 논란"

채희선 기자 hschae@sbs.co.kr

작성 2017.12.01 10:39 수정 2017.12.01 16:57 조회 재생수6,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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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로?"

"2022년, 11월 30일 오후 10시. 서울 서초구의 한 주택가.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이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순찰한다. 골목에서 주변을 살피는 한 남성을 포착, 드론은 즉시 이 남성을 추적한다. 동시에 남성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촬영돼 실시간으로 경찰 관제센터로 전송된다. 인공지능은 동영상 속 남성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을 도출한다. 가능성 90%. 경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남성을 제압한다."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나왔던 범죄 예측 프로그램이 실현 가능할까.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계획에 따르면 머지 않은 미래에 가능한 일입니다. 30일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1개 부처와 합동으로, 4차산업혁명이 향후 5년 내 바꿀 미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치안 분야에서는, 드론의 자율 순찰과 추적 시스템을 5년 내 개발해 범죄 예방과 치안 정책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범죄 검거율도 무려 9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의료분야에서도 영화 같은 삶을 약속했습니다. 개인 DNA를 분석해 미래 질병을 예측, 조기 진단해준다는 것. 인공지능이 국민의 DNA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가능한 일이라며, 건강 수명도 현재 73세에서 76세로 3년이나 연장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 "결국, 사회적 합의의 문제인데"

이날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안전과 의료 외에도 ▲제조▲이동체(드론·선박 등)▲금융·물류▲농수산업▲스마트시티▲교통▲복지▲환경▲국방 분야에 대한 계획을 밝혔습니다. 과연 5년 내 가능할까 싶어 보이는 구상들이 꽤 많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사례로 들었던, 의료분야만 보더라도 결국 개인의 DNA 정보 수집과 활용에 관한 문제로,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치안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이 드론 순찰을 포함해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범죄 예방과 치안 정책에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국가가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라는 어려운 사회적 합의가 남아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청 담당자는 수사나 기소 외 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을 손볼 의지부터 다졌습니다. 이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예로 들며, 경찰이 <이영학의 SNS 정보>와 <이 씨 딸의 정보> 등 관련 정보만 수집해 놨다면, 사건의 경위를 훨씬 빨리 파악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경찰이 개인의 정보를 속속들이 수집하고 활용하는 미래에 대해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 위원장
● "나가라, 질문 받지마라."…소통하자?

자료가 의문투성이다 보니, 4차산업혁명위원회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개인정보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4차산업혁명을 위한 규제 개혁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또 이 모든 걸 5년 이내 실현할 수 있겠는지, 기존 정책을 모아놓은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뜨겁게 질의응답이 오가던 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한 기자가 "그 정도 마인드로는 4차산업혁명 성공하지 못한다. 공무원들이 뛰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는 사람에게 포상도 하고…"라고 발언했습니다. 질문에 두루뭉술한 답이 이어지자, 참지 못하고 의견을 피력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불쑥 장병규 위원장이 해당 기자에게 "나가시죠. 나가세요."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해당 기자가 "위원장님 생각은 알겠다"며 발언을 이어 가려 하자, 장 위원장은 또다시 "내 생각을 어떻게 아느냐, 남의 생각을 어떻게 아느냐"며 본류와 무관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장 위원장은 브리핑 말미에 또다시 "공식적으로 얘기하는데, 해당 신문 쪽은 한동안 질문받지 말라"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이어 "정해진 (브리핑)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더라도 시간 넘기면 질문하지 말라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4차산업혁명위는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강단에 자리 잡은 장병규 위원장과 그를 바라보며 앉아있는 수십 명의 취재기자들. 기업 CEO가 회의시간이 지연됐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혼쭐내는 모양새였습니다. 장 위원장은 브리핑을 마친 뒤에도 본인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몇몇 기자들이 "검증을 거듭해도 모자란 데 질문하는 기자를 내쫓는 건 부적절했다. 위원장과 민간기업인의 역할은 다르지 않냐"고 말하자, 장 위원장은 "그럼 대신 질문 막아주지 그랬냐"며 되받아쳤습니다.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민간기업인과 달라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4차산업혁명위 '민간 조직'이다"라며 본인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바빴습니다.

"정답보다 중요한 건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역설적이게도 장 위원장이 기자에게 나가라고 소리친 뒤 한 말입니다. (행동은 달랐지만) 장 위원장 말대로 4차산업혁명을 성공을 위해서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며, 결국 그 힘은 소통에 있습니다.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범부처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도 끌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갈등이 끊임없이 불거질 것이고 시행착오도 수없이 겪어야 하는, 매우 지난하고 더딘 작업의 연속일 것입니다. 그런데, 장 위원장은 불과 1시간 남짓한 브리핑에서조차 불편한 의견을 제시하는 기자를 내쫓고, 브리핑 시간이 길어진다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검증과 비판, 비효율을 못 견디는 것은 아닐까. 장 위원장이 수장인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어떤 미래를 만들지 두렵습니다. 


[참고] 정부 부처·기업 등이 수시로 기자회견을 개최하는데, 대략의 마무리 시간을 정해두긴 하지만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기자회견은 국민에게 정보를 전하는 창구기 때문에, 통상 충분히 설명하고 더 이상 질문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진행됩니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높거나 논쟁적인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불가피하게 '공식' 브리핑을 마무리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수장'은 떠나더라도 담당 실무자가 정책 등에 대해 정보를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