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상에서 사측 의견을 반영해주는 대가로 고급 시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T&G 전 노조위원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KT&G 전 노조위원장 59살 전모 씨 사건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전 씨가 노사 분쟁 처리와 합의 과정에서 민영진 전 사장이나 회사 측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민 전 사장은 제3자로부터 받은 선물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전 씨에게 건넸는데, 노사관계 관련 청탁을 하기 위해 가치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물건을 공개적으로 줬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씨는 지난 2010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노조 반발을 무마하고 합의를 성사시켜준 대가로 민 전 사장에게서 시가 약 4천500만 원 상당의 스위스제 '파텍 필립' 시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KT&G는 명예퇴직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에 극적으로 합의한 직후였습니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노조 반발을 무마하고 합의를 끌어낸 데 사례하고 앞으로도 노사관계에서 사측 입장을 반영해달라는 청탁의 뜻으로 시계를 건넸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1심은 "검찰이 낸 증거만으로는 전 씨가 부정한 청탁과 함께 시계를 받았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