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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살충제 필요 없는 환경…'동물복지 농장'이 뭐길래?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18일)도 권애리 기자와 살충제 달걀 파동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달걀을 사 먹으면서도 이 닭이 어떻게 길러지는지 아마 모르셨을 겁니다. 지금처럼 빽빽하게 기르는 걸 이제야 아셨을 텐데, 그 대안으로 '동물복지 농장' 이런 게 다시 주목을 받고 있죠.

<기자>

네, 동물복지 농장은 한 마디로 동물들이 최소한의 본능은 충족하면서 지낼 수 있게 기르는 사육 방법을 말합니다. 밀집 사육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면서 같이 보시죠.

왼쪽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달걀 농장 형태인 이른바, 배터리 케이지, 그리고 오른쪽이 동물복지 농장입니다.

배터리 케이지는 말 그대로 닭 한 마리당 종이 한 장보다도 더 작은 공간에 닭들이 층층이 가득 들어차 있죠.

말하자면 그냥 있을 뿐이지,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동물복지 농장은 일단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중요한 게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암탉이 아늑한 곳을 스스로 찾아가서 어둠 속에서 조용히 산란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올라갈 수 있는 횃대가 있고요. 또 바닥에선 모이를 스스로 쪼아먹을 수 있고, 모래 목욕을 할 수 있는 모랫바닥이 있습니다. 이게 닭의 기본적인 본능을 충족하는 조건입니다.

일단 움직임이 자유롭게 1㎡에 최대 9마리 정도까지만 키우면서 아늑하게 산란하고, 횃대가 있고, 모래찜질 판이 있고요. 그리고 햇볕과 바람이 그대로 들어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암흑 독방 감옥에 갇힌 것과 실내체육관 정도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죠.

<앵커>

제가 사실 제가 10년 전쯤에 우리나라에서 저런 동물복지를 처음 하는 농장을 취재 갔었는데, 그때만 해도 사람도 복지가 안 되는데 무슨 동물이 복지냐, 어차피 먹을 건데 뭐 저렇게까지 키우냐, 이런 얘기를 들었었는데, 이렇게 되니까 결국, 다시 조명을 받게 되네요.

<기자>

사실 동물복지 농장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그런 살충제 같은 것이 필요가 없는 환경입니다.

닭이 본능대로 모래에 몸을 비벼서 진드기랑 해충을 떨어낼 수 있기 때문에 농약이 필요한 일이 확 줄어드는 거죠.

우리나라가 AI 같은 가축전염병에 취약한 가장 큰 원인으로 밀집 사육이 꼽힌다는 것도 말씀드렸고요. 사실 차이는 거의 비교 불가일 정도입니다.

배터리 케이지에서 기르는 닭은 칼슘이 부족해져서 달걀 껍데기가 동물복지 닭보다 훨씬 잘 깨진다는 조사결과도 있어요. 아무것도 못 하고 노출된 상태에서 알만 낳는다고 보시면 되거든요.

닭들이 노이로제에 걸려서, 깃털을 계속 뽑으면서 스스로 학대하기도 하고, 서로 공격해서 상처를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걸 못하게 하려고 부리를 자르는 부리 다듬기까지 하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이혜원 / 수의사 : (닭들이) 서로 너무 쪼면서 서로 죽이고 이러니까, 그걸 예방하려고 부리 끝을 자르는 건데… 닭의 부리는 사람의 손과 같은 거거든요.]

<앵커>

그런데 다 좋은데, 결국 문제는 돈이죠. 저렇게 기르면 달걀값이 올라가니까 그걸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 그게 문제가 되는 거죠.

<기자>

네, 아까 보신 동물복지 농장 같은 경우에 거기서 기르는 닭이 9천 마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밀집 사육을 하면 그 10배, 9만 마리 정도를 층층이 채워 넣을 수가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동물복지 달걀이 밀집 사육 달걀과 알 당 130원 정도 차이가 난다는 조사도 있기는 한데, 우리나라가 농장환경을 대대적으로 바꾸면 얼마나 차이 날지는 아직 확실히 알기 힘든 일이긴 하죠.

가격부담과 진짜 친환경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갈지 이제 논의할 때인 것 같고요.

그런데 어제 말씀드린 것 같은, 일정 기간 항생제만 안 주고 밀집 사육을 하면 나오는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농가 보조금을 받을 수가 있는데, 동물복지 농장엔 현재 그게 없습니다. 이 부분도 앞으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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