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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알아서 살길 찾아라?…'살충제 달걀' 부실한 정부 발표

친절한 경제입니다. 오늘(16일) 달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에 4천만 개 가까이 국민들이 먹는 달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정부 대처가 놀랍도록 굼뜨고 구태의연하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거 하나하나 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처음 정부 발표한 내용부터 보면, 내용이 정말 부실합니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뭘 걱정할까, 고민한 흔적이 보이질 않습니다. 처음 발표에 보면 이름은 다 숨기고 농장 두 곳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그래서 달걀 출하를 막았고, 사흘간 조사한다. 끝, 이게 다입니다.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대체 거기가 어느 농장이냐 이걸 알아야 안 먹을 거 아닙니까. 이거 없고요.

정부가 지금까지 파악한 건 뭐고 파악 못 한 건 뭐냐, 이것도 얘기를 해줘야죠. 이것도 공개 안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게 그래서 국민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거냐, 달걀 먹어도 되냐, 이거 끓어 먹으면 괜찮은 거냐, 뭘 조심해야 되냐, 이거 당연히 국민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처음부터 얘기를 해야 했던 건데 역시 없습니다.

결국, 매번 그랬듯이 국민들이 알아서 살길을 찾아가야 되는 건데, 여기다가 발표 시간도 언론에 알린 게 어제 0시 다 돼서인데, 자기들 홈페이지에는 한 6시간 전에 그제 저녁 일찍 발표를 한 것처럼 시간을 써놨습니다.

늑장대처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시간도 바꿔치기 한 거 아니냐, 이런 의심을 살만 하죠.

이거 왜 이랬을까, 국민들이 뭘 걱정하는지보다는 윗사람들이 이걸 보고 뭐라고 할까를 먼저 고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딱, 발표가 이런 문제가 생겨서 우리가 이렇게 조치했습니다. 공무원이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전형적인 보고서 형식이거든요. 국민들이 궁금한 걸 말해주는 발표 형식으로 정부도 태도가 바뀌어야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농장 이름을 왜 처음부터 안 밝혔느냐, 이 문제에는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아주 오래된 공무원들의 문제가 또 들어있습니다.

농식품부하고 식약처하고, 서로 네가 얘기를 해라, 이렇게 떠넘긴 겁니다. 왜냐하면, 이 두 부처가 달걀 관리를 나눠 맡고 있거든요.

달걀이 농장에 있을 때까지는 농식품부 소관인데, 이 달걀이 농장을 떠나면, 중간업자 트럭에 실리는 순간부터 식약처 책임이 됩니다.

이번 문제는 농장에서 벌어진 거라, 그래서 어제 낮까지 취재기자가 농식품부에 농장 이름을 말해달라고 했더니 개인정보라서 못 알려준다.

그래서 식품 안전 관리한다는 식약처에 물어봤더니, 검사해보고 위험이 확인되면 그때 알려주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그냥 먹으라고요?

항의가 이어지니까 결국, 어제 저녁이 돼서야 식약처에서 농장 이름을 공개하긴 했는데, 두 기관 하는 걸 계속 지켜봐 온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발표를 하면 발표하는 쪽이 책임을 뒤집어쓰게 생겼으니 "저쪽에서 얘기를 해라" 이렇게 버틴 거다, 툭하면 이렇게 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것도 구태고 적폐죠.

마지막으로 발표를 넘어서, 그럼 두 기관이 일부 농장에서 이렇게 살충제를 뿌린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 문제도 짚어봐야 됩니다. 이미 작년 국정감사 때 이런 지적이 있습니다. 길지만 내용 한번 들어보시죠.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작년 10월) :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들이 있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외국에서 썼던 것이 너무 약해서 워낙 독한 농약들을, 소위 심하게 얘기하면 살충제들이에요. 혼합해서 막 쓰다 보니까, 2개월에 한 번씩 해야 되는데 여름 같은 경우는 2개월에 한 번이 아니라 2주에 한 번씩, 직접 계사를 비우지도 않고 닭들한테 뿌려 대는 거죠.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 계란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저게 거의 1년 전입니다. 그전에 언론도 뉴스를 냈고, 시민단체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된 겁니다.

예고된 사건인데 대처 안 됐죠. 발표 부실하죠. 이후 대책도 흐물흐물합니다. 가습기 살균제니 뭐니 큰일 다 겪고 났는데도 당국 대처라는 게 이렇게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살충제 달걀도 걱정이지만, 정부도 더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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