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지도에 표시된 '망리단길'을 캡처한 화면. 서울 마포구 망원동 포은로 일대를 가리키는 이 이름은 공식 지명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검색한다는 이유로 공식 지명들과 나란히 표기됐다.
'망리단길'이라는 별칭이 붙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지역이 유명해지자 임대료가 오르는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나타나면서 주민과 상인들 사이에 망리단길 이름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24일 지역사회에 따르면 2만4천명이 가입한 페이스북 페이지 '망원동좋아요'에는 최근 망원동 주민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지도에 나오는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을 지웠으면 좋겠다"고 주장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네티즌은 "네이버 지도가 '망리단길'을 지정해 놓은 것을 취소해 달라고 정보 수정을 요구했으나 네이버가 거절의 뜻을 밝혔다"며 "이유는 망리단길 검색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습니다.
이 네티즌은 네이버의 정책이 망원동 젠트리피케이션 가속화의 한 원인이라며 "네이버는 망원동 젠트리피케이션 가속화를 지지한다는 입장 표명이 될 수도 있다"고 썼습니다.
망리단길은 망원동 포은로를 달리 부르는 이름으로, 용산구 이태원동 회나무로를 지칭하는 '경리단길'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의미입니다.
회나무로와 포은로 일대에 경리단길처럼 실내장식이나 외관이 색다른 카페 등이 많아지자 이런 별칭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만, 망리단길이나 경리단길 모두 공식 지명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양대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지도는 망원역 서쪽 일대를 '망리단길'이라는 지명으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 모임 '망원동 주민회'도 인터넷에서 '망리단길 안 부르기 운동'을 벌이며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망리단길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아는 주민은 한 명도 없지만, 그 이름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망원동 상가임대료는 1년 새 21%가 올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한 네티즌은 "지명이란 당시 사회 사람들 다수가 부르면서 바뀌는 것이고 한국의 지명이나 동네 이름 대부분이 그렇다"며 "외부인이 그렇게 부른다는 것은 그 지역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고 이는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