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쌀 소비량은 실제로 계속 줄고 있는데 쌀밥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도 한몫했죠.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SBS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조동찬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건강 프로그램 보면 쌀밥 먹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 많았어요?
<기자>
실제로 과거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흰 쌀밥이 당뇨병 환자에게 좋지 않다는 결과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근거로 의사들이 말했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죠.
닭가슴살과 계란으로 차린 '다이어트 식단'과 돈가스와 빵, 그리고 감자튀김으로 구성한 식사, 그리고 밥과 국 위주의 한식을 차린 뒤 세 젊은이에게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해 보도록 했습니다.
남성은 밥을 선택했지만, 두 여성은 쌀밥 식사를 피했습니다.
[조은정/직장인 : (가장 피하고 싶은 식단은?) 밥이요. 먹으면 너무 배가 부르는 느낌, 살찐다는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쌀밥을 먹으면 살이 찌고 성인병에 잘 걸릴 것 같아서라는 겁니다.
하지만, 쌀밥을 먹는다고 살이 더 찌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덜 걸릴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앵커>
그동안의 연구결과와 정반대네요?
<기자>
고혈압, 당뇨병이 오래돼 콩팥을 망가뜨리면 소변에서 단백질이 섞여 나와 거품이 나는데 이를 단백뇨라고 합니다.
한국인 1만 9천 명을 식생활과 건강을 분석한 결과, 밥을 적게 먹는 사람이 단백뇨 위험도가 54%나 더 높았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위험도도 각각 4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를 직접 진행한 노원을지병원 이성우 교수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성우/노원을지병원 신장내과 교수 : 쌀이 풍부한 식단을 처방했더니 콩팥 병이 좀 좋아졌고, 그것만으로도 고혈압이 상당히 많이 좋아졌습니다.]
고혈압약이 개발되기 전인 1930년대에는 고혈압 환자에게 쌀을 처방했던 기록이 있고 쌀밥 같은 곡류가 많은 식단이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그동안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앵커>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기자>
이 연구는 대규모 연구이기는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렇다. 즉 인과관계를 단정할 만큼 정밀한 연구는 아니라서 가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하루에 한 끼 이하로 밥을 적게 먹는 사람은 케이크 같은 단 간식을 자주 먹고 또 고기의 섭취량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쌀에는 나트륨 함량이 매우 낮아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연구팀은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연구에 반론을 제기한 전문가들이 많았다면서요?
<기자>
제가 지금 반론을 제기한 전문가가 보내주신 연구 논문과 반대로 이 연구를 지지하는 전문가가 보내주신 논문을 들고 나왔는데요, 쌀밥은 탄수화물 성분이 높아서 혈당을 올리고 혈당이 높으면 지방간이 생겨서 대사증후군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쌀밥이 마치 고혈압과 당뇨병의 치료 약인 것처럼 말할 수 없다는 게 반론의 이유였습니다.
반대로 쌀밥 대신 단 케이크나 고기 그리고 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 게 더 좋지 않은데 쌀밥을 적게 먹는 사람에게 그런 패턴이 나타났으므로 이제는 쌀밥 적게 먹으라고 하는 게 좋은 조언이 아니다 이게 지지의 이유였습니다.
<앵커>
논란이 거세군요. 조기자 생각은 어떻습니까?
<기자>
1960년대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성인병의 원인은 지방이라고 결론짓고 저지방 식단을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저지방 식단이 보급된 이후 미국 비만 인구는 급격히 늘었고 그래서 다시 점검해보니까 당시 미국 하버드대연구는 설탕 회사의 로비를 받고 조작됐다는 게 50년 만에 밝혀졌었죠.
이른바 지방의 역설이 그래서 시작됐는데요, 이번 국내 연구는 쌀과 관련된 단체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연구의 순수성은 인정해줘야겠죠.
또 쌀밥, 국, 나물반찬 위주였던 전통 한식이 이를 대체하는 육류 위주의 서구식 식단보다 나쁘지 않고 또 식사를 대신해서 간단히 먹는 여러 가공식품, 스낵류는 정말 나쁘다는 게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다는 데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