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의 인원 점검 시간에 옷을 제대로 입지 않았다고 지적받은 수용자가 지시 불이행으로 '징벌방'에 가는 처분을 받았다가 불복 소송을 내 이겼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수용자 A 씨가 B 구치소장을 상대로 "징벌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치소 측은 독거방에 수용된 A 씨가 "점검 시간에 복장을 바로 갖춰 입으라"는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지난해 8월 말 금치 9일의 징벌을 내렸습니다.
A 씨가 아침 인원 점검 시간에 관복 상·하의는 허벅지 위에 걸쳐 놓고 팬티만 입고 있어 옷을 제대로 입으라고 지시했는데 A 씨가 미동도 하지 않는 등 따르지 않았다는 사유였습니다.
'징벌방' 처분을 받은 A 씨는 억울하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점검 당시 수용관리팀장이 관복 바지를 입지 않고 있는 걸 질책했을 뿐 '복장을 바로 갖춰 입도록 하라'는 직무상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옆방 수용자의 증언과 구치소가 조사한 주변 수용자들의 진술 등을 살펴본 재판부는 구치소 측이 A 씨에게 관복을 입으라고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습니다.
수용관리팀장은 '왜 점검 시간에 관복을 안 입고 있느냐'는 취지의 복장 불량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수용자들은 진술했습니다.
독거 방에서 10m 떨어진 곳에 있던 청소부는 구치소 조사과정에서 '수용관리팀장이 복장을 제대로 갖추라고 지시하는 걸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옆방에서 듣지 못한 걸 더 먼 곳에서 들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재판부는 당시 A 씨에 대한 복장 불량 지적은 '묵시적인' 직무상 지시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수용자 징벌의 전제가 되는 직무상 지시는 원칙적으로 명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묵시적인 직무상 지시는 기존에 동일한 직무상 지시가 있었다는 등의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