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승강장에 진입한 신형 전동차는 겉으로만 봐서는 구형과 큰 차이가 없었다. 내부 구조를 봐도 출입문 위에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는 등 전체적인 느낌이 구형과 비슷했다. 다만 구형 전동차에 비해 밝아진 내부 조명이 ‘새 것’임을 알게 해주었다. 서울 메트로 측은 “전동차 안 조도를 높인 데다 좌석 위 선반까지 없애 ‘개방감’을 극대화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래 서서 가는 승객이 짐 둘 곳이 없다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나란히 7명이 앉을 수 있었던 좌석은 6명이 앉도록 바뀌었는데, 서울메트로 측은 “좌석 수가 줄어든 대신 좌석 공간이 기존보다 45mm씩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좌석 양 끝엔 공항철도 좌석에서 볼 수 있는 강화유리를 대 입석 승객과 좌석 승객 사이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했다.
출입문 쪽엔 LED 표시등이 새롭게 설치됐다. 정차역을 안내하며 녹색 불빛이 점멸해 다음에 내릴 문 방향을 미리 알 수 있게 한다. 혼잡한 상황에서 유용해 보였다. 문이 고장 났을 때 수동으로 열 수 있는 비상 탈출 레버는 찾기 쉽도록 승객 눈높이에 설치했다. 2007년 이후 도입한 신형 전동차에 반영돼 온 설계다.
구의역 사고 1주기(5월 28일)를 앞두고 서울시는 새 전동차의 안전장치를 유독 강조했다. 신형 전동차는 열차 충돌 시 충격을 두 번에 걸쳐 흡수하도록 설계됐다. 열차가 승강장 아닌 곳에서 갑자기 멈췄을 때도 승객이 쉽게 탈출할 수 있게 사다리를 설치했으며, 정전 상태에서도 자체 전원장치를 통해 최대 5시간 동안 조명을 밝힌 채 안내 방송이 가능하다고 서울메트로는 설명했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환기 시스템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공개된 전동차는 서울시가 2015년 제작 주문한 200량 가운데 처음 납품된 10량으로, 오는 8월부터 지하철 2호선 구간에 투입된다. 과거 서울시 전동차 납품을 독점해온 현대로템을 제치고 공급계약을 따낸 중소기업 다원시스가 만들었다. 서울시는 올해 연말까지 50량을 도입하고 2018년 말까지 나머지 150량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