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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어린이날 고객 잡자…점포 안에 작은 테마파크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5일) 권애리 기자와 함께 소비 트렌드 알아보는 날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오늘 어린이날입니다. 애들은 즐겁고 부모들은 조금 괴로운 그런 날인데, 오늘 유통업체들은 아이들한테 초점을 맞추고 장식 같은 걸 해놓은 데가 있다고요?

<기자>

네, 국내 한 유통업체 CEO가 "자기들의 경쟁상대는 놀이공원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방금 앵커가 말씀하신 대로 가족들이 함께 와서 자연스럽게 돈을 쓰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는 거죠.

특히 이번 연휴에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을 잡기 위해서 아예 점포 안에 작은 테마파크를 조성한 곳들이 있습니다.

[한 10미터 올라온 거야? (아직 멀미 안 나?)]

지난 주말부터 서울의 한 유통업체 안에 들여놓은 진짜 열기구입니다. 실내 매장 안에서 정말로 띄운 건 아니고요. VR 체험, 그러니까 가상현실을 볼 수 있는 안경을 쓰면 하늘을 날아가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거죠.

바닥도 흔들리게 하고, 천장에는 커다란 선풍기를 여러 대 달아서 마치 진짜 하늘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면서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을 내게 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지갑 털어 가려고 별걸 다 한다고 부모들은 생각을 하겠지만, 반면 멀리 못 가는 분들 입장에서는 "가까운데 저런 데가 있으면 한번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어요.

<기자>

실제로 부모님들이 가까운데 이런 게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최근에 그 업계에서 브랜닉이라는 신조어를 가끔 씁니다.

이게 브랜드와 피크닉이라는 단어의 합성어인데, 말 그대로 소풍을 온 것처럼 매장에 자연스럽게 오래 머물게 하면서 소비를 유도한다는 겁니다.

아까 보신 열기구는 그냥 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 유통업체에 입점한 매장들에서 돈을 조금 쓰면, 놀이공원에서 주는 것 같은 자유 이용권과 공원 지도를 줍니다.

이걸 받아 돌아다니면서 열기구도 타고, 인형 뽑기도 하고, 그야말로 테마파크에서 놀듯이 돌아다닐 수 있는 체험 공간을 꾸민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유통업체에서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많을 것을 겨냥해서 이번 연휴에 아예 사람이 예쁘게 나오도록 잘 맞춰놓은 스튜디오 조명과 여러 가지 소품들을 갖다놓고 '인생 사진관'이라는 걸 열었습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가족들이 무료로 사진을 같이 찍으면서 즐길 수 있게 한 거죠. 또 점포 곳곳에 회전목마 놀이기구를 놀이공원과 비슷한 크기로 설치했고요.

요새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로봇 캐릭터들을 다 모은 퍼레이드도 진행하고 있는데, 보시는 것처럼 정말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아직 매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황금연휴는 유통업체들에게도 사실 연중 가장 큰 대목입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한 경쟁이 서로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앵커>

저 사진관은 무료인가요? 물건 안 산도 되는 건가요? (네, 무료입니다.) 요새 애들이 워낙 귀하다 보니까, 여러 가족들이 한 번에 애한테 집중을 하는, 그래서 에잇 포켓이란 말도 있지 않나요?

<기자>

네, 말씀하신 것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나왔습니다. 한 온라인쇼핑몰이 발견한 현상입니다.

유아 옷과 장난감 상품군에 돈을 쓴 사람들의 연령대를 지난해 이 기간을 봤더니, 20대가 한 명당 평균 쓴 돈이 가장 많았습니다.

20대가 이 쇼핑몰에서 어린이날 기간에 유아 의류에 평균 3만 원, 장난감류에 5만 원을 지출한 거로 집계됐습니다.

요즘 결혼이나 초산연령을 봤을 엄마 아빠였을 가능성은 좀 적고, 말하자면 이모, 고모, 삼촌이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엄마 아빠보다 더 조카들 선물에 인심을 크게 쓴, 요샛말로 '조카 바보'들이 많았던 거죠.

아무래도 취직한 싱글 20대라면 혼자 쓸 수 있는 돈이 여유가 있어서 이 기간에 조카들에게 아낌없이 썼다는 건데, 그야말로 말씀하신 에잇 포켓 현상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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