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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치킨값은 잡았지만'…정부의 엄포, 씁쓸했던 이유

친절한 경제입니다. 대표적인 서민 간식 치킨값 오른다고 해서 한동안 난리였습니다. 그런데 업계 1위, BBQ가 결국 치킨값 올리는 걸 포기했습니다.

1등이 올리면 따라서 올리려고 밑에 업체들도 눈치를 슬슬 보는 중이었기 때문에 치킨값 요동치는 건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정부가 아주 강하게 다그친 게 컸습니다. "정부가 간만에 일 좀 했네. 잘했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생각을 좀 다르게 해보죠.

치킨 회사도 밉상 이미지이긴 하고, 치킨값 오르는 게 반갑지 않긴 하지만, 정부가 쓴 방법이 옳았냐는 겁니다. "너희들 혼나볼래, 대표들 다 모여." 이렇게 소집명령 내려서 불러모았는데, 거기까지는 그렇다고 치고요.

진짜 방법은 이겁니다. 농식품부 관계자가 "치킨값 올려만 봐라, 부당하게 이득을 뜯어가는 거라고 해서 국세청에 세무조사 시키겠다. 또 공정거래위원회한테도 일러서 조사를 시키겠다." 기자들한테 이걸 기사로 쓰라고 말을 해준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세청이나 공정위가 이런 식으로 어떤 회사가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한다고 아무 때나 칼 빼 드는 기관이어서는 안됩니다. 이건 불법이에요.

세무조사를 어떨 때 할 수 있는지는 법에 딱 정해놨습니다. 내야 될 세금을 안 냈을 때, 탈세한 증거가 딱 잡혔을 때, 세무서 직원한테 돈 주다 걸렸을 때, 지금 옆에 나오고 있죠.

공정위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치킨 회사는 이 세 가지에 해당되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국세청과 공정위는 치킨 회사 조사를 생각도 한 적이 없고, 하라고 해도 못 한다는 입장입니다.

결국은 농식품부 혼자서 "내 뒤에 몽둥이 들고 있는 힘센 애들 보이지, 확 얘기해서 혼내주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쉽게 말하면 협박을 한 셈이고, 거기에 치킨 회사가 무릎을 꿇은 셈입니다.

"나쁜 회사는 어떻게든 혼내줘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중국이 사드 때문에 공무원들 동원해서 롯데마트나 우리 기업들 지금 막무가내로 괴롭히는 거랑 이게 뭐가 다른 일이겠으며, 또 최순실 씨 사건만 봐도요.

무서워서 돈 냈다는 회사들이 꽤 돼지 않습니까, 이런 것 때문에 그런 겁니다. 맘에 안 들게 굴면 힘센 기관들 동원해서 저쪽에서 때릴 수도 있다. 기업 하는 쪽에서는 항상 불안해하는 일입니다.

시장경제에도 맞지 않는데, 이런 말을 정부 관계자가 하필 이런 때에 또 대놓고 입 밖으로 낸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 치킨값 하나라도 이제부터는 법과 제도에 따라서 조절해도 조절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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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또 정부가 어제(15일) 눈길 가는 행동을 하나 더 한 게, 치킨 회사는 이렇게 발 빠르게 제압했는데, 반대로 중국한테 사드 보복을 당해서 힘들어하는 회사들은 어제서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사드 보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거의 보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행사나 관광업계나 "정부가 대책 좀 세워주지, 중국한테 그렇게 하지 마라 이야기 좀 해주지." 원하는 게 많았는데, 많이 늦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서야 물어보냐, 불만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어쨌거나 지금이라도 잘 지원해주면 좋은 일이죠.

그런데 어제 약속한 건, 4천억 원을 빌려주거나 보증서 주겠다는 정도가 다였습니다. 이건 그런데 또 어제 만나기 전에 다 발표했던 거거든요. 결국은 이 중국 관련된 회사들이 사실상 자력갱생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만만한 내수 기업들 겁주는 건 잘하면서, 바깥에서 얻어맞는 우리 기업들은 못 막아주냐, 정부에 대한 불만이 기업 하는 입장에서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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