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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행 중 사망'…도 알아서 하라고요?

사망 보장 안 되는 '결합 여행자 보험' 68%

[취재파일] '여행 중 사망'…도 알아서 하라고요?
▲ 메르스도 못 말린 한국인…6월 해외여행객 20%↑
 
#사례1
40대 여성인 김모씨는 최근 가까운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신용카드로 항공권을 구매하니 카드사에서 여행자보험을 무상으로 가입시켜줬습니다. 보험도 가입했겠다 한결 가뿐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여행지에선 각종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스마트폰은 부서지고 카메라는 누가 훔쳐가고...어쨌든 여행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김씨는 여행자 보험에 가입했던 게 생각나 카드사에 문의했더니 보상 받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보험사에 관련 서류를 발송하고 보험금을 청구했더니 보험사는 '휴대품 손해 담보'가 없다며 보험금 지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사례2
30대 남성 신모씨는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몇년 전 태국 관광지로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사와 계약한 패키지 여행이었습니다. 신혼여행 사흘째 밤, 신씨 부부는 숙소로 돌아오다 강도를 만났고 몸싸움 끝에 신씨는 흉기에 찔리는 등 크게 다쳤습니다. 귀국한 신씨는 여행 상품에서 가입돼 있는 보험에서 보상을 받으려 했지만 보험사가 응하지 않자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보험사에게 1천만 원을 신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설 연휴 해외여행 증가
2016년 해외에 다녀온 한국인은 연인원 2200만 명이 넘습니다. 여행, 출장 등을 다 합친 수치입니다. 여행 위험지역이 아니더라도 낯선 땅, 낯선 환경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사고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합니다. 해마다 가입 건수가 200만 건에 육박합니다.

손해보험, 생명보험협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 사이트( http://www.e-insmarket.or.kr)에 가보면 '7일 여행'에 가장 저렴한 보험은 5천 원 남짓 주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험금이 이렇게 적다 보니, 여행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 이용시 무상 제공하는 여행자보험도 많습니다. 저도 최근 다녀온 여행에서는 환전 서비스를 이용하면 무상 가입되는 여행자 보험을 이용했습니다. 환전, 해외로밍, 신용카드로 항공권이나 패키지 결제할 때 해당 은행이나 통신사, 카드사 등이 제공하는 해외여행자보험을 '결합보험'이라고 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이런 '결합보험'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보험이니까 먼저 보장 범위와 한도를 파악했습니다. 조사 대상은 27개 종 97개 상품이었는데 그중 사망보험 가입이 금지돼 있는 15세 미만 보험 16개를 제외하고 81개 상품을 분석했습니다.

놀라운 수치가 나왔습니다. 55개, 67.9%는 질병사망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사망 보장은 보험의 기본인 것 같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쉽게 말해 여행 가서 괴질에 걸려 사망해도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질병사망에는 소용 없는 보험입니다. 물론 드문 일입니다만, 몇년 전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도 해외에서 풍토병 때문에 숨진 사례가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해외감염병 우려 지역에 갈 때는 예방 접종을 꼭 맞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 결합보험의 3분의 2는 보장하지 않는 겁니다. 나머지 3분의 1, 질병사망을 보장하는 경우에도 사망보험금이 1,500만 원 이하인 상품이 20개로 77%나 됐습니다. 질병의료실비, 즉 사망까지는 아니어도 질병으로 인해 의료비를 지출하게 되면 보장하지 않는 상품도 30%나 됐습니다. 그럼 뭘 보장하는 걸까요. 질병이 아닌 상해사망과 상해의료비는 보장하는 상품이 대다수입니다. 휴대품 손해도 한도가 천차만별이지만 보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소송은 상해의료비 보장도 안 하려 했던 보험사와 다퉜던 사례입니다.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는 가입자, 즉 여행자들은 이런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따로 보험을 찾아 가입하는 경우가 아니면 특히 이런 '결합보험'에 가입할 때는 태반이 몰랐습니다. 저도 환전에 '끼워준' 보험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비자원이 '결합보험' 가입 경험이 있는 소비자 700명을 설문조사해 보니 48.6%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보장범위'를 몰랐습니다. 어디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지, 어떤 사안에 대해 보상 가능한지도 모르고 보험에 든다는 거죠. 42.2%는 보장금액을 얼마인지 몰랐고 40.7%는 보험사가 어딘지도 몰랐습니다. 말 그대로 '묻지마 보험'이었던 셈입니다.

그래도 보험인데 왜 그랬을까요. 여행자 보험의 중요성을 간과해서겠죠. 출국 준비에 바빠서 '묻지도 따지지 않고' 그냥 서비스라니까 가입했던 것 같습니다. 정작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그때 찾아보면 보상을 제대로 못 받거나 소송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위의 사례가 남의 일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1년에 2200만 명이 해외여행을 하는 시대이니까요.

'결합보험'은 은행이나 카드사, 통신사가 자사의 여행 관련 서비스인 환전, 로밍, 항공권 결제 등을 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입니다. 이런 걸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죠. 안내를 강화하고 가입자가 원할 경우 추가 금액을 지급하더라도 충분한 보장이 가능한 상품을 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원이 개선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바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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