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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일반인이 만든 '지진 알림'…안전처보다 빨랐다

<앵커>

친절한 경제입니다. 요즘 지진 여파가 끊이질 않고 있죠. 어제(21일)도 경상도 지역에서 여진이 발생을 했는데, 문제는 한 일반인이 만든 지진 경보 시스템이 국가가 만든 것보다 더 빨리 사람들한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하거든요. 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었을까요?

<기자>

이번에 계속 지진 났는데 정부가 알리는 게 좀 늦잖아요. 그래서 한 네티즌이 "왜 이렇게 늦지? 빨리 알릴 수 없을까?" 이렇게 생각하다가 엉뚱하게 탤런트 지진희 씨를 떠올렸습니다.

<앵커>

지진이랑 지진희 씨 이름이 비슷해서 떠올린 거예요?

<기자>

젊은 사람들이 잘 가는 사이트에 연예인 별 게시판이 하나씩 있거든요. 당연히 지진희 씨 게시판도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지진희 씨 이름이 지진하고 거의 비슷하다고 지진만 나면 거기 가서 글을 막 올리는 걸 떠올린 거예요.

거기에 "부산 흔들렸어요.", "울산도요." 이렇게 글을 올리거든요. 네티즌이 이걸 보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하나 만든 겁니다.

하루종일 이 게시판만 보고 있어요. 프로그램이. 그러다가 1분 안에 글이 스무 개 이상 올라오면 "아, 이거 뭔가 난 거구나." 해서 프로그램이 알아채고 정부 지진 관련 홈페이지를 재빨리 확인한 다음에, 지진이 맞으면 신청해둔 사람 SNS로 '띵동' 하고 알려주는 거죠.

이름을 '지진희 알림'으로 지었습니다. 지진희 씨가 알려준다고, 재치가 있죠. 그런데 이게 정확했다는 겁니다. 어제 정오쯤에 경주에서 또 여진이 났는데 이 지진희 알림은 1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실제로 경보를 울렸습니다.

그런데 기상청 트윗은 그러고 나서 3분 뒤, 국민안전처 재난 문자는 지진희 알림보다 한 5분에서 8분 뒤에 날아왔다는 거죠.

중요할 때 역할 하라고 국민들이 많은 세금 모아서 만들어준 시스템이 지금 보시는 네티즌이 뚝딱 만든 프로그램만도 못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진도 지진이지만, 지진 말고도 여러 가지 국가 긴급사태에 대해서도 대응책이 이미 세워져 있긴 할 텐데, 이 지진 알림 서비스처럼 허술한 게 또 얼마나 더 있을지, 그때마다 일반인이 지진희 알림 같은 거 만들어서 뿌려야 되는 거 아닌지 그걸 모르겠습니다.

<앵커>

어쨌든 이거 보시면서 해당 기관에서는 최소한 부끄러워하고는 있겠죠? 그리고 보험사도 배신을 했습니다. 피해가 났을 때 보상을 해주는 상품을 판매 중단했다면 서요?

<기자>

불 날 때 대비해서 들어두는 게 화재보험인데, 이건 주 계약이고요, 부록 식으로 같이 끼워서 들 수 있는 것 중에 지진 특약이 있습니다.

이건 1년에 4천 원 정도만 내면 돼요, 그러면 지진으로 피해를 보면 보상을 받는 겁니다. 이번에 지진 겪고 사람들이 "아, 지진특약 이거 들어야겠네." 이렇게 생각해서 보험사에 전화를 해봤더니, 이런 응답이 돌아오는데 한 번 들어보시죠.

[보험사 상담원 : (지진특약은) 판매 중단 상품입니다. 어제까지 가입이 되셨지만, 오늘부터는 가입이 되지 않는 상품이고요.]

지진 나니까 지진특약 파는 걸 중단했습니다. 안 받습니다. 어떤 보험사들은 이번에 지진이 난 부산, 경주 이런 경상권에 사는 사람들한테만 중단한 데도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이번 지진 지나면 다시 받을 거라고 지금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약관을 유리하게 고치려고 하는 거 아니냐, 옛날에 지진 안 날 거라고 생각했을 때는 그냥 뭉뚱그려서 지진이 나면 피해를 보상해준다. 이렇게 계약서에 돼 있는데, 처음 지진만 보상해주고, 지금 여진이 몇백 번 이어지고 있잖아요.

'여진은 책임 없음' 이런 식으로 하면 돈 나가는 게 줄어들잖아요. 보험료도 올리고, 이렇게 바꿀 거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도는데, 돈은 좀 더 벌지 모르겠지만, 사람들 믿음은 크게 잃을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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