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지방 집값 흔들리는데…집 더 짓는 건설사들

<앵커>

친절한 경제입니다. 김범주 기자가 이 시간에 가계부채를 잡으려고 하면서 정부가 부동산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했었는데, 정부가 어제(29일) 아주 이례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요즘 부동산 정책 때문에 집이 너무 많이 지어지고 있다 보니까 2, 3년 후에는 아마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걸 정부가 직접 인정을 했다는 건데, 결국 이게 정부에서 그동안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한 셈이네요.

<기자>

인정한 거죠. 부동산 시장을 그동안 조절을 잘못했다는 걸 인정한 건데, "아니 웬일로 인정을 다 하지?"라고 생각하실 텐데, 안 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안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상황이 돼서 인정을 한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기자>

부동산 시장이 지금 굉장히 실제로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있어요. 특히, 지방 같은 경우에 더더욱, 제가 몇 번 연초부터 이 코너에서 대구, 경북, 전남, 광주 이쪽에 집이 많이 지어져서 올해 좀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말씀 많이 드렸는데, 한국은행이 부동산 전문가들한테 하반기의 집값이 어떻게 될 거냐고 물어봤더니 더 안 좋아졌어요.

일단은 수도권은 상반기하고 분위기가 비슷할 거라는 응답이 제일 많았습니다. 보시는 막대그레프 크기를 보시면 되는데, 오를 거라는 응답도 20%가 넘었죠.

수도권은 이 정도면 당장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지방입니다. 수도권 말고 지방 같은 경우에는 떨어질 것 같다는 응답이 3분의 2가 넘어가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대구, 경북, 호남, 충청도 이쪽에 집이 너무 많이 지어져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렇다면은 지방에 집을 덜 지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지금 정반대로 지방에 집을 더 짓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집을 짓겠다고 관청에 인허가를 낸 수치를 뽑아보면, 원래 한 해에 50만 채 좀 안 되는 게 보통인데, 작년에 건설사들이 인허가를 무려 76만 채, 이게 사상 최대 수치이거든요.

1년 반 치를 한 해에 다 받아낸 건데, 문제는 올해도 지금 7월까지 40만 채가 넘어갔고요, 연말까지 가면 70만은 당연히 넘어갈 것 같고, 80만 채까지도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말씀드린 대로 지방이 더 많이 늘고 있는데, 대체 건설사들이 왜 이렇게 무리를 하냐, 아이러니하게도 집값이 떨어질 걸 알아서 그렇습니다.

땅을 이미 꽤 가지고 있거든요. 지금 빨리 더 떨어지기 전에 분양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너도나도 일단 허가받고 분양하자고 나서는 거죠.

<앵커>

그런데 이상한 게 정부가 인허가 낸 걸 쭉 집계를 해왔을 텐데, 너무 많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기자>

알았죠. 진작에 알았죠. 그런데 조절을 안 한 거죠. 오히려 대출 쉽게 내주고 이자 낮추고 해서 집 사라고 정책을 밀어왔다가 문제가 점점 이렇게 커지니까, 지난주에 슬쩍 가계부채 대책에 뭘 넣었냐면, 땅을 건설사에 덜 공급해서 아파트를 덜 짓게 만들겠다. 이런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게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고 지방 분양을 줄여보려고 했던 건데, 이게 엉뚱한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어제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게 뭐냐면, 지방 분양을 줄이려는 거라는 설명을 안 해주니까, 지방이 아니라 엉뚱하게 지금 집이 부족한 서울 수도권 쪽에서 "아, 그러면 이제 아파트 덜 지으면 지금 있는 집들이 값이 뛰겠네." 이렇게 받아들인 거예요. 그래서 투자가 투기 같은 현상이 발생을 한 겁니다. 강남 쪽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이창훈/서울 개포지역 공인중개사 : 매도자들도 공급물량이 줄어들면 당연히 강남권 같은 경우는 이제 뭐 특별히 분양할 것도 없는데 재건축 시장밖에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 가격이 좀 오르지 않겠냐, 이러다 보니까 매도자들도 가격을 내놨던 거를 매물 내놨던 거를 거둬들이고 일부는 또 1, 2천 호가에서 내놓고 이러다 보니까.]

강남 재건축 값이 이렇게 또 움찔움찔하면서 "정부가 오히려 집값 오르라고 부추기는 거냐?"라는 비판이 쏟아지니까 어제 어쩔 수 없이, "그게 아니라 집이 어떤 데는 넘쳐나게 생겨서 그런 얘기를 했던 거다."라고 잘못을 인정하게 된 거죠.

<앵커>

그러니까 뭐라고 정확하게 말한 건가요?

<기자>

국토교통부에 아파트 담당하는 차관이 한 명 있어요. 이 차관이 기자들 만나서 뭐라 그랬냐면, "올해 건설사들이 자기들은 아파트 분양이나 인허가를 줄일 줄 알았는데 놔둬 보니까 안 줄어들더라. 이렇게 가면 2년 뒤엔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커질 수가 있으니까 지방 땅부터 공급을 줄이려고 했던 거"라고 고백을 한 겁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은행 이자 낮추고 대출도 받기 엄청 쉽게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지금 알아서 분양 줄이길 바랐다는 게 사실은 말이 안 되죠.

그리고 전에 문제 생기기 전에 조절하지 않고 지금껏 조용히 입을 닫고 있다가 이제 와서 막 여기저기서 상처가 터지려고 하니까 지금 이렇게 하는 게 과연 먹힐지 이것도 지금 미지수입니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더 큰 문제가 커지기 전에 제대로 된 대책을 다시 한 번 만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