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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부에 기댄 경제…지속 가능할까?

정부 재정 기여도 갈수록 증가…민간 활성화 숙제

[취재파일] 정부에 기댄 경제…지속 가능할까?
국가 경제를 구성하는 주체는?

경제학 교과서 첫 부분에 나오는 질문입니다. 답은 다들 아시겠지만 가계-기업-정부입니다. 기업이 생산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소득으로 가계는 소비를 하고, 그 소비는 다시 기업에 들어가 투자로 연결되며, 기업과 가계가 낸 세금으로 정부는 나라 살림을 운용합니다. 이 세 주체가 각자 제 역할을 하고 부가가치를 더 많이 창출할수록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고, 국가의 부가 쌓이는 구조입니다.
 
갑자기 왜 경제학스런 질문이냐고요. 최근 접한 한 심각한 통계 수치 때문에 얘기를 꺼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6% 였는데, 이 가운데 정부 재정이 기여하는 정도가 3분의 1 정도인 0.8% 포인트를 차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정부소비의 성장기여도가 0.5%p, 정부투자가 0.3%p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와 달리 재정 기여도는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1년 성장률 3.7% 가운데, 재정의 성장 기여도는 0%P였습니다. 정부소비가 0.3%p 도와줬는데, 정부투자는 -0.3%p로 전체적으로는 0%p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2012년 성장률 2.3% 중 재정 기여도는 0.4%p(소비 0.5%p. 투자 -0.1%p), 2013년은 2.9% 중 0.6%p(소비 0.5%p, 투자 0.1%p), 2014년은 3.3% 중 0.3%p(소비 0.5%p, 투자 -0.2%p)에 이어 지난해에는 0.8%p까지 확대됐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만일 정부 재정의 기여도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1%대로 뚝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정부의 재정기여에 대한 의존현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 성장률은 전분기와 비교할 때 0.5%였는데, 민간부문 기여도는 제로인 반면 정부 부문은 0.5%p로 집계됐습니다. 사실상 최근 경기 성장은 전적으로 정부의 정책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면 성장이 휘청이는 이런 '재정중독' 상태는 통상 극심한 위기 국면 뒤에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너무 급속하게 경기가 후퇴할 때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쏟아붓게 되고, 시의 적절하게 진행되는 정부의 재정 투입은 추가적인 경기 하강을 막아 경기회복에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현상을 보면, 정부의 재정에 기대는 현상이 만성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통상 정부의 재정투입이 어떤 영양주사처럼 경제에 일시적인 활력을 주는 건 그 사이 민간의 기업과 가계가 정상 궤도를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 영양주사를 놔 줘야 하는 경제 상황이라면 그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정부의 재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민간이 자생력을 갖지 못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표면적 이유는 세계경기가 동반 둔화하면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데, 설비투자(전년 동월 대비)는 올해 1월 -6%, 2월 -7.9%, 3월 -7.4%, 4월 -2.7%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투자가 줄면서 제조업 신규채용 역시 올해 들어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청년 실업률만 나 홀로 상승하는 것도 이런 기업의 투자 감소와 무관치 않습니다. 게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진행될수록 우리 경제의 재정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과거 우리를 먹여 살려오던 전통적인 수출업종 조선 해운 철강 반도체 건설 등이 이제 더 이상 그 정도의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과연 이걸 대체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문화산업 등 여러 가지 말들은 나오고 있는데, 대규모 투자는 여전히 실종상태입니다.
 
가계 소비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불안하고 소득이 정체되면 가계는 자연히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실제로 내수 지표에 이런 현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17개월째 최장기간 감소하고 있는 수출 위축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내수가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둘 다 동반 후퇴양상입니다.
 
이러다보니 정부는 하반기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10조 원 이상을 포함해 20조 원 이상의 재정보강에 나설 계획을 밝혔습니다. 물론 확장적 재정정책을 써야 할 상황이면 머뭇거리지 말아야겠지만, 이런 재정투입이 현재 몇 차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정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지난 2013년 17조 3천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11조 6천억 원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체질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다급할 때 재정투입으로 일단 위기를 넘기는 식의 처방이 우리 경제의 재정 의존도를 더 심화시켰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상반기에 재정을 먼저 끌어다 쓰고, 하반기에는 급격한 재정 절벽을 막기 위해 추경이란 카드를 들고 나오는 패턴이 반복돼왔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어떻게 '민간부문'의 활력을 되살리느냐 하는 겁니다. 기업소득이 더 많이 가계소득으로 갈 수 있도록,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도록, 규제는 줄이고 세제는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다음달 중 가계소득 증대세제의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 맥락에서 긍정적입니다.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윱니다.

또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자발적인 연구와 노력, 신산업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투자, 굳이 '기업가정신'을 들먹이지 않더라고 이제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비록 늦게 출발했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인 측면 하나만은 인정받아왔던 한국이 '정부' 덕에 먹고 사는 경제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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