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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선 폐지…소비자 혜택 늘어날까?

[취재파일]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선 폐지…소비자 혜택 늘어날까?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이하 '단통법')은 복잡한 법률입니다.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시장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단통법 또한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단통법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보조금에 대한 '공시'와 '상한 규제'입니다.  정보의 격차에 따라 가격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단말기를 구입할 때 통신사가 보조하는 금액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하고, 지나친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지원금의 상한선을 정해둔 겁니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단통법의 두 가지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지원금 상한 규제'를 사실상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말기 지원금을 일정 규모 이상(출시 15개월 이내 단말기의 경우 33만원 이하) 지급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 때문에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이 침체되고 있어 상한을 폐지하겠다는 겁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을 단말기 출고가 수준으로 규정해 사실상 상한을 폐지하는 정책을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원금을 출고가까지 줄 수 있도록 바꾸면 이론적으로는 '공짜폰'까지도 가능해집니다.

지원금이란 결국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주는 돈이니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일 아니냐고요? 어찌됐든 휴대전화 가격은 지금보다 싸질 것이고 거래도 활성화되지 않겠냐고요? 물론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없애면 분명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만 없앤다고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긴 어려워 보입니다.

통신사들은 지금도 소비자 대부분에게 상한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지원금만 지급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이 출시 15개월 이내 휴대전화 단말기에 대한 지원금 상한액은 33만원입니다. 그러나 6만원 대 이하 요금제를 선택했을 경우 단말기 지원금을 상한선인 33만원 까지 지급하는 모델은 각 통신사 별로 1종씩에 불과합니다.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S7의 경우 통신 3사가 약속이나 한듯이 33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23만원만 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상한액은 의무액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상한액을 올린다고 통신사가 의무적으로 지원금을 더 늘릴 의무는 없습니다. 상한액이 33만원인데 23만원 밖에 주지 않는 회사들이 지원금 상한액이 올라간다고 해서 지원금을 대폭 올릴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온 지난 13일 유진투자증권이 작성한 관련 보고서에는 통신사들이 단말기 지원금을 크게 올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그 이유는, 단통법의 또 다른 핵심 내용인 '공시' 때문입니다.

단통법의 도입 취지 가운데 하나는 누구나 차별 받지 않고 비슷한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살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통신사들은 '지원금' 즉 단통법이 사전에 공시하도록 명하고 있는 '공시 지원금'을 올릴 경우 모든 사람에게 같은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과거처럼 모델에 따라, 또는 소비자의 사용 패턴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조금'을 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지원금 상한액이 늘어나더라도, 모든 고객에게 똑같이 돈을 지급해야 하는 '공시 지원금'을 크게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유진투자증권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 현 상황에서 지원금 상한선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이통사들이 당장 지원금을 상향하기는 어려운 환경으로 변화하였다고 판단함

- 현행 지원금 상한액이 33만원선이나 이통사의 실제 집행금액은 인당 22만원선으로 판단임
- 지원금 상한액에 미달하는 보조금 집행 이유는 스마트폰의 평준화로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고객들(과거 단말기에 민감하여, 높은 요금제를 감내하던 소비자들)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임
- 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발효로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고객들에게 지원금 집행시 그 외의 고객들에도 동일한 비중의 지원금을 집행해야 하므로 지원금 상한선에 맞게 집행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임

(유진투자증권 보고서 2016. 6. 13)

문제는 지금도 어떤 휴대전화 판매매장에 가면 암암리에 공시 지원금보다 훨씬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모 휴대전화 판매점에 갔더니, 지원금 상한 규정을 따르자면 60만원 이하에 팔 수 없는 모델을 28만 7천원에 판매하고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통신 시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관행, 바로 통신사의 판매 장려금(리베이트) 때문입니다

통신기기 유통망은 크게 통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대리점과 위탁 판매점으로 나뉩니다. 위탁 판매점주들은 대리점으로부터 위탁 받아 휴대전화 판매를 대행하는 자영업자들이죠. 이 위탁 판매점에 대해 통신사는 판매 실적에 따른 장려금, 이른바 '리베이트'를 지급합니다. 보험사나 자동차 영업사원이 판매 건수에 따라 장려금을 받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니죠.

그런데 휴대전화 유통 시장에선 이 리베이트(판매장려금)가 일종의 추가 보조금처럼 이용되는 관행이 있습니다. 예컨대 통신사가 6만원대 요금제로 최신 스마트폰을 1대 팔 때마다 판매점에 리베이트(판매장려금)을 30만원 보내준다면, 판매점주가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 자기 몫인 30만원에서 1-2만원만 남기고 28-29만원을 소비자에게 추가 단말기 지원금으로 밀어주는 셈입니다.

이런 식의 추가 보조금 지급은 불법입니다. 통신사 역시 판매 장려금을 추가 보조금으로 활용하라고 내려보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판매 장려금을 불법  보조금으로 적용한 것은 판매점 책임이란 뜻이죠. 

그러나 유통망의 제일 끝에 있는 판매점들은 통신사들이 자신들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판매 장려금의 규모와 정책을 수시로 바꿔가면서 사실상 판매 장려금을 활용한 영업을 부추긴다고 주장합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통신사들이 불법 영업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런 관행을 뻔히 알면서도 판매 장려금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겠죠. 저도 아는 통신업계의 관행이니까요.

이런 유통 구조가 계속되는 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의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없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선 상한선이 올라가거나 사라진다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지급해야 하는 공시 지원금 규모를 늘리기 부담스럽습니다. 지금처럼 판매 장려금 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해 전략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전략적으로 필요한 고객만 잡는 쪽이 더 유리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결국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는 셈이죠.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은 마켓팅비를 절감하면서 무려 1조 6천억원이나 영업이익이 늘었습니다. '호갱(정보에 어두워 불리한 조건으로 구입하는 고객)' 방지를 목표로 시작한 단통법이 '전국민 호갱 만들기법(모든 사람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을 넘어 '통신사 배불리기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만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 같은 손쉬운 처방보다 휴대전화 유통구조 전반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 도입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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