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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축구선수를 농구장에…" 국회 상임위 배정 '시끌'

[취재파일] "축구선수를 농구장에…" 국회 상임위 배정 '시끌'
20대 국회가 개원식을 가진 뒤 불과 하루가 지난 6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 농성장이 차려졌습니다. 의석 6석으로 소수당이지만 원내 제4당인 정의당 의원들이 카페트 바닥에 앉아 국회의장의 재고를 호소한 겁니다. 이유는 정의당 비례대표 추혜선 의원의 상임위 배치 문제였습니다.

추 의원은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출신으로 지난 20여년간 언론과 관련된 시민사회영역에서 일해왔습니다. 정의당 언론개혁단장으로 영입된 뒤 지난 4.13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고, 당 대변인을 맡아왔습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에선 외교통일위원회에 배정이 됐습니다. 자신의 살아온 이력이나 전문성과는 전혀 상관 없는 상임위로 가게 된 겁니다. 원래 추 의원은 언론, 방송, 통신 영역을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배정을 희망했습니다. 정의당 당 차원에서도 당연히 미방위에 배정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국회가 개원하면 교섭단체대표들이 협상을 통해 각 상임위원회별 정수를 정합니다. 국회의원 20명 이상이 없는 정당, 즉 비교섭단체와 무소속 의원들은 아무래도 협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회법에도 비교섭단체 의원과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은 국회의장이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국회 상임위 중에는 의원들이 서로 가려고 하는 이른바 '인기, 알짜 상임위'와 지원자가 별로 없는 '비인기 상임위'가 있는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국토위는 정원이 31명, 산업통상자원위 30명, 교육문화관광위는 29명에 이르지만 환경노동위는 16명, 여성가족위은 17명이 정원으로 정해졌습니다.

문제는 추 의원이 원래 희망했던 미방위는 이른바 인기 상임위도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미방위에 배정되지 못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외통위에 배정이 돼야 했을까요?

이유는 엉뚱하게도 환경노동위에서 발생했습니다. 환경노동위가 인기 상임위가 아니다 보니 정원이 16명이 됐고, 교섭단체가 아닌 의원 몫으로는 1명만이 배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정의당의 이정미 의원과 민주노총 출신 무소속 윤종오 의원, 이렇게 두 사람이 희망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원 조정이 되지 않았고, 결국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 다른 상임위로 가야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윤 의원이 미방위로 이동하게 되자, 원래 미방위를 희망했던 추 의원은 외통위로 배치가 돼 버린 겁니다. 윤 의원도 입장 자료를 통해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 환노위에서 배제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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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환노위는 지망한 의원이 16명 뿐으로 20명을 채우지도 못했는데, 비교섭단체 의원이 한 명 더 지원한다고 해서 못받아들일 이유가 무엇이냐?"고 비판했습니다. "이른바 지역구 예산을 끌어오기에 좋은 알짜 상임위에는 서른명 넘게 지망하면서, 지원자가 적은 상임위에 지망하는 의원을 굳이 막는 이유가 뭐냐?"는 겁니다.

정의당은 교섭단체들이 기득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상임위 정원과 배정을 하다보니 정작 비인기 상임위에 소신과 전문성을 갖고 지원한 의원들이 밀려나는 어이없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축구선수를 농구장에 갖다 놓은 느낌"이라는 추 의원의 말처럼 자신의 전문분야나 관심 분야가 아닌 상임위에 배치될 경우 제대로 된 상임위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임기 동안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임위 배정이 조정될 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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