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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는 폰팔이가 아닙니다"…SK텔레콤의 횡포

[취재파일] "우리는 폰팔이가 아닙니다"…SK텔레콤의 횡포
휴대폰 판매점은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가장 처음 대면하는 곳입니다. 이동통신사의 직영점과 달리 판매점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를 함께 취급해, 이동통신 가입자를 유치하고 수익을 내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 이동통신 판매점을 운영하는 판매점주 몇 분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이동통신 시장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자부심 대신 열패감에 사로잡혀있는 듯 했습니다. 이동통신 시장의 50%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이른바 '갑질 횡포'를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SK텔레콤이 최근 새 고가요금제를 내놨는데요, 소비자들한테 이 요금제를 팔라고 강요가 보통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희가 보기엔 합당하지 않은 요금제에요. 기존요금제로도 충분한 사람들이 돈을 더 내고 굳이 이걸 할 이유가 없는 건데, 만일 고가요금제를 할당량만큼 하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게 되니, 참으로 난감합니다."

판매점은 이동통신사들에게서 판매 수수료(인센티브)를 받아서 먹고 사는데요, 이 판매 위탁 수수료, 인센티브 체계가 참으로 이통사한테 유리하게 돼있다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저가 요금제, 즉 통신사들이 별로 수익에 기여가 안 되는 걸 팔면 수수료가 아예 없는 것도 많습니다. 판매점주들은 요금제 별 수수료가 적힌 문건을 저에게 보여줬는데요, 실제 군데군데 저가요금제에는 수수료가 '0'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여기에 온갖 부가조건이 붙습니다. 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인센티브를 깎는 '차감정책'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즉 돈을 안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본사가 설정한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인센티브에서 일정금액을 깎아나가는 걸 말하는데, 고가요금제 유치를 못해서 수수료가 낮은데 차감정책까지 당하면 거꾸로 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어떤 고객이 2만9천 원 짜리 최저요금제를 쓴다고 하고, 부가서비스도 안 들어간다고 하고, 선택약정 20% 할인 받는 것까지 하면 5만 원 정도 차감을 당한다고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휴대폰 판매 대수가 몇 대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 컬러링 등 부가서비스 유치, IPTV나 인터넷 상품, 신용카드 발급 등도 월 목표치가 설정돼 압박감을 키운다고 토로했습니다. 영업을 하는데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본다?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얘기죠.
이들은 업계 1위라는 SK텔레콤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협조를 할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납득이 가지 않는 수익구조가 계속 유지되는 이유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저가요금제를 유치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정책 때문에 결국 판매점은 고객에게 고가요금제를 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죠. 판매점이 차감이 없는 비싼 요금제를 적극 권하면 요금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권유에 따르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부당한 요구에 대해 항변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우린 약자일 수 밖에 없어요. 왜냐 저희는 맨 마지막에 돈을 받는 곳이잖아요. SK텔레콤 쪽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는 거죠. 전국에 판매점이 얼마나 많겠어요. 너 아니면 다른 데서 하면 돼" 이렇게 나오기 때문에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요금제는 판매점 수익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데 유통 구조의 맨 아래에 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수입을 차감 당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밖에다가 어떤 말도 속 시원히 하기 힘든 판매점주들은 내부 통신망에서 SK텔레콤에 대한 비난과 하소연을 털어놓고 있었습니다. 일부를 기자에게 공개해줬는데요, "칼만 안 들었지 이건 뭐 너무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필요없는 요금제를 만들어서 책임은 다 판매점한테 전가시킨다, 고객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현장 직원들은 사기꾼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등등 불만들이 폭주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부당한 갑을 관계가 주목 받으면서 요새 새삼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대표적 과점 구도인 통신시장에서 이런 부당한 계약관계와 관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업계 1위라는 지위를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데 쓰지 않고, 그 영향력을 불합리한 요구와 압박으로 연결시키는 건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전혀 맥락이 닿아보이지 않습니다. ▶ "고객에 비싼 요금제 팔아라"…도 넘은 SKT 갑질 (4/21 8뉴스)
 
뉴스 보도가 나가고 여러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입장에 놓인 판매점 주들의 격한 공감과 토로였습니다.

이들은 '폰팔이'라고 불리는 걸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습니다. 고객의 소비행태 별로 맞는 요금제를 상담해주고 기기를 판매하고, 판매점들도 그에 합당한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기대하며 이 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고객을 속여야(?) 자신이 수입을 더 올릴 수 있는 옳지 않은 관행에 자신들이 일조하고 있다는 걸 괴로워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보도가 나가면 잠시 노골적인 압박이 주춤할 순 있겠지만, 아마도 이 관행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라는 자조적인 언급도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폰팔이'라는 다소 비하적인 단어가 통용되는 현실, 휴대폰 매장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신이 날로 커지는 것이 과연 저 때문입니까?”라며 반문하는 한 판매점업주의 메일을 읽으며, 저도 착잡했습니다.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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